삼국 시대 유물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이 지난 달 12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 2층‘사유의 방’에 나란히 전시되고 있다.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마애삼존불ㆍ국보) 조형물도 충남 홍성군 내포 신도시 테마광장에 들어섰다. 이 마애불은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가야산 기슭에 위치해 일반인이 찾기 쉽지 않아 좀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광장에 설치한 것. 이들 국보 불상과 함께 최근 달라진 국보ㆍ보물 앞 지정번호 표기 역사도 안내한다.

◇‘우아한 미소’가 반가사유상

 

439㎡ 규모의 ‘사유의 방’은 종전 국보 78호와 83호인 반가사유상을 전시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된 공간이다. 반가사유상은 이름 그대로 오른쪽 다리를 왼쪽 무릎 위에 걸치고 손가락을 뺨에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불상이다.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명상에 잠긴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에서 비롯됐다고 전한다. 금동으로 만든 반가사유상은 70점 정도가 존재하는데, 그 중 1400년 전인 삼국 시대(6~7세기)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두 작품은 주조기술이 매우 뛰어나고 조형성도 탁월해 백미로 평가된다. 높이는 국보 제78호인 불상이 81.5㎝, 제83호 불상이 90.8㎝이다. 제작 시기는 제78호가 6세기 후반, 제83호가 7세기 전반으로 알려졌다. 제83호는 신라에서 만들었다는 견해가 우세하지만, 제78호 제작지를 두고는 여러 주장(고구려ㆍ백제설)이 맞서고 있다. 

 

78호는 무게 37.6㎏으로 머리 위에 있는 태양과 초승달이 결합된 화려한 모양의 보관이 특징이다. 살며시 다문 입에는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다. 83호는 얇은 천의를 걸친 78호와 달리 상반신에 옷을 걸치지 않고 목걸이만 하고 있다.

 

78호와 달리 통통한 볼살에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한 미소를 지녔다. 사유의 방은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두 불상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나란히 앞을 응시하고 있으며, 유리 진열장이 없어 아름다운 자태를 더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사방에서 볼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백제의 미소’서산 마애삼존불
내포 신도시에 위치한 서산 마애삼존불 조형물은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달라지는 삼존불상의 특징을 살려 높이 3.3m, 폭 0.9m 크기의 화강암으로 제작됐다. 가야산 기슭에 있는 진짜 서산 마애삼존불(이전 국보 84호)은 백제 시대 후기인 6세기 작품으로 국내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예술성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산마애삼존불
서산마애삼존불

 

마애불은 자연 암벽에 조각한 불상을 이른다. 세 부처 가운데 중앙의 본존불(으뜸 가는 부처)은 석가모니상(석가여래상)이다. 본존상 높이는 280㎝. 그리고 오른쪽 불상은 반가사유상이다. 반가사유상은 대체로 마른 형태가 많은데 이 불상은 통통하게 살이 쪄 있다. 새침한 표정이 마치 어린아이 같다. 학자들은 미륵보살로 보고 있다. 높이는 170㎝가량. 왼쪽에 자리한 불상(관음보살 또는 제화갈라보살)은 손에 보주(보배로운 구슬)를 들고 서 있다. 이 세 부처의 특징은 모두 만면(얼굴 전체)에 오묘한 미소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얼굴 뒤 연꽃모양의 광배도 덩달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하다. 이들 마애불이 신기한 것은 햇살이 비치는 방향과 시간에 따라 웃는 모습이 제각각 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일년 중 가장 빼어난 미소는 가을 해가 서산을 넘어간 저물녘에 보이는 잔잔한 모습이라는 얘기가 전해온다. 

 

국보ㆍ보물 지정번호의 역사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ㆍ등록문화재 지정 당시 순서대로 부여했던 지정번호를 표기하지 않도록 하는 시행규칙을 지난 달 19일 제정했다. 이로써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59년 동안 국보 350건과 보물 2277건, 등록문화재 934건이 지정될 때마다 차례대로 매겨져 표기됐던 지정번호 제도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문화재청은 “가치 서열에 따른 순위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다 일제 강점기 주요 문화재에 지정번호를 붙인 총독부의 관리 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비판도 있어 대외적인 표기에 쓰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화재 행정과 연구에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적지 않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중인 반가사유상이 좋은 예다. 지정번호를 없앰에 따라 두 불상은 각각 새로운 호칭을 마련해야 한다. 이 밖에 같은 이름의 불교문화재는 국보 7건ㆍ보물 108건에 이른다. 이에 문화재청은 동일명의 문화재는 국가지정ㆍ등록문화재 지정년도를 표기하는 방침을 새롭게 제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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