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꽃처럼김영철몸에서마음에서좋은 향기가 난다면벌 같은주먹 대장도나비 같은반장도힘들여부르지 않아도스스로 찾아옵니다.글쎄, 잎을 잘라 반찬해 먹는 것인 줄만 알았던 부추가 꽃도 피는 채소였다는 사실을 왜 그동안 깜빡했을까요. 찬 바람 나면 부추잎 사이에서 긴 꽃대가 올라오고, 이곳에 별 같은 하얀 꽃이 여러 개 뭉쳐 피어나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꽃향기를 맡고 벌 나비도 찾아오고요. 어디 부추뿐일까요? 배추를 뽑지 않고 그냥 두면 꽃이 피고요, 무도 꽃이 피어요. 특히 무꽃은 장다리꽃이라고 해서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요.시인은 말해요.
늦잠꾸러기였던 나 오늘은 일찍 일어나 우리 반 교실에 도착하니 일등이구나!아이들이 오기 전에 - 나는 이제부터 선생님이야! 칠판 앞에 서서 지휘봉을 들고 -얘들아, 여기 좀 봐! 오늘 아침 나는 선생님 해봤다.친구들 몰래 선생님도 몰래
“삑 삐삐삐삑”카누는 귀를 쫑긋 세웠어. “아다아다다다!”현관문이 열리고 녀석의 종알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녀석은 카누의 동생이야. 10개월 된 아기이고 이름은 율이야. 녀석은 요즘 온 집안을 기어 다녀. 어찌나 빠른지 몰라. 문제는 녀석이 카누의 밥그릇을 마구 휘젓고 사료가 바닥에 흩어지면 그걸 집어 먹는 거야. 식구들은 그런 녀석을 보고 질겁을 해.“오구오구! 율아, 집에 왔다.”할머니는 녀석을 거실 바닥에 내려놓았어. 반가움에 꼬리를 흔드는 카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녀석은 기분이 좋은지 팔을 흔들고, 주먹을 접었다 펴며 재
엄마별 아기별최지영바람 부는 날에도흐린 날에도엄마별이 아기별에게 반짝이는 연습을 시킵니다그래서 아기별은 캄캄한 밤에도저렇게 혼자서도 반짝입니다반짝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작은 빛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지요. 별이 어두워질수록 더 밝게 빛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요? 만약 별이 반짝이지 않는다면 그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과 마찬가지이지요. 별빛은 존재함을 증명하는 것이면서 생명력의 척도라고 생각해요.엄마별이 아기별에게 반짝거리는 연습을 시키는 이유는 아기별이 혼자서
젖소를 처음 본 개미김경구쉿!쟤 좀 봐!몸에 까만 구름이동글동글 모여 있어쉿!조용히 해봐!우리가 줄줄이 수다 떨며 가면시끄럽다고 화낼지도 몰라잘못했다간 까만 구름에서비를 뿌릴 거야앞으로 쟤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특별히 조심해야겠어잘못했다간 순식간에후두둑 비가 떨어져몽땅 떠내려갈지 몰라자!입은 꽉 다물고발걸음을 최대한 가볍게그렇죠. 젖소를 처음 본 개미는 젖소 몸에 난 무늬를 까만 구름이 동글동글 모여 있는 것으로 보았을지 몰라요. 까만 구름이라면 비가 가득 들어있을 텐데요. 만약에 말이에요. 젖소 밑을 지나가는데 비가 쏟아져 내린다
보이저호가 알려준 비밀김바다지구에서60억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찰칵!지구를 사진 찍어서 보냈어에구머니나보일 동 말 동한 푸른 점이우리가 사는 지구라니고 작은 지구에서왜 싸우면서 살아가지지구의 본 모습을 보았으니사이좋게 살아야지보이저호를 아시나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태양계 행성과 우주 공간을 탐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사한 우주선이에요. 1977년 9월에 발사했으니까 벌써 47년째 우주 공간을 날고 있어요. 그러니까 보이저호는 현재 인류가 만든 우주선 중에서 가장 먼 곳에서 날고 있는 우주선이며, 우주 가장 먼 곳에서 지구를
오해문꽃물또줄 제대로안 서고혼자밖으로 나갔다들어오는 너복도 바닥기어가던돈벌레친구 발에 밟힐까 봐화단에데려다주고왔단다오늘도또 사고 치는 줄알았는데….저런, 오해해서 미안해요. 또 사고 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복도 바닥을 기어가는 돈벌레를 화단에 데려다주고 온 거였어요. 그러니까 돈벌레가 친구들 발에 밟힐까 봐 구해준 거였어요. 잘했어요. 그럼요. 작은 생명도 소중해요. 그런데 밖에 나가기 전에 친구들에게 ‘나 돈벌레 화단에 데려다주고 올게’말하고 다녀왔으면 어떠했을까요? 친구들이 괜한 오해하지 않았을 것이고, 또 선생님이 찾을
오후 세 시. 학원 차에 아이들이 빽빽합니다. 따사한 봄바람이 학원 차 창문으로 솔솔 들어옵니다. 아이들은 졸고 있습니다. 운전 조수석에 탄 지후도 눈꺼풀이 무겁습니다. 지후는 날씨가 좋아서 밖에서 놀고 싶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학원 도로 사이에 좁은 길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길입니다. 길 앞 표지판엔 ‘학원도로 졸음쉼터’라고 쓰여있습니다.지후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명절에 고속도로 졸음쉼터는 본 적이 있는데 학원도로 졸음쉼터라니요. 도대체 어떤 장소일까요? 지후가 운전하는 양씨 할아버지에게 표지
비 오는 날너와 내가 한 우산 들고 걸어가면소곤소곤우리 둘이 나눈 이야기는도도 도도비가 다 듣고우리가 어깨를 붙여 팔 걸고 걸어가면비는 어느 새 다가와오른쪽 내 어깨를 적시고왼쪽 네 어깨를 적시네.비도 우리 사이를시샘하는 걸까?
별똥별박정식야구장담장 밖으로뚝떨어지는홈런볼이다.와, 시원해요. 시를 읽는 순간, “딱~!” 하고 방망이에 공 맞는 소리와 함께 하늘 높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올라 운동장 밖으로 떨어지는 하얀 야구공이 눈에 보이는 듯해요. 곧이어 운동장이 떠나갈 듯 들려오는 관중들의 함성, 나팔 소리. 풍선 막대 두드리는 소리. 덩달아 마음이 뜨겁게 달아올라요.시인이 어느 날 야구 시합을 보러갔나 봐요. 친구들과 여럿이 같이 갔으면 더 신났을 테죠. 그날 어떤 선수가 굳은 각오로 타석에 들어섰는데요. 만약 동점이거나 역전 상황이었다면 얼마나 더 극적
어둠아, 자리 지켜!배정순(아동문학가) 부엉이 먹이 찾는 시간어둠이 필요해.광합성 하느라 수고한 나무들푹 쉬려면 어두워야 해.별들이 지구마을 찾아올 때빛이 어둠을 방해하면 숨어버려.언제부터였지?빛이 어둠을 야금야금 먹기 시작한 때가어둠이 불안에 떨며빛에게 자리 내주던 때가어둠아, 빛에게 양보 그만하고 네 자리 지켜!
조용조용 조개의 노래정종균(아동문학가)어느 푸른 바다에 조용조용 조개라 불리는 작은 조개가 살고 있었다. 조용조용 조개가 조금은 독특한 이름을 얻게 된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그래서 말이야, 어제 산호초 섬에 갔는데,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몰라!”으스대기 좋아하는 물고기 친구가 비늘을 반짝이면서 지난 번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꽃게가 옆으로 걸어오면서 알은 채를 했다. “하얀 산호로 가득한 곳 말하는 거지? 나도 가봤는데 정말 좋더라!”그러자 근처를 지나던 문어 친구가 여덟 개의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부러운 듯 말했다. “정말?
흰고래 벨루가고영미아빠 엄마 손 잡고아쿠아리움 오는 가족 보면엄마 아빠 동생 보고 싶은데…벨루가에게지꾸 춤추라 해요.방굿 웃으라 해요.- 벨루가 마음도 모르면서벨루가. 누군가 했더니 북극과 그 주변 바다에서 사는 흰고래를 부르는 이름이에요. 그런데 벨루가는 지금 바다에 있지 않고 도시의 아쿠아리움에 갇혀있어요. 벨루가는 슬퍼요.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 손잡고 아쿠아리움에 오는 것을 보면 자기도 엄마 아빠 동생이 보고 싶거든요. 벨루가는 왜 이곳에 갇혀있는 것일까요? 오늘도 바다에서는 엄마 아빠 동생이 벨루가가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
내 발도 꽃이야최화수네 살 손이 치익 칙, 화분에 물을 뿜다홰뜩, 뿜개를 제 발에다 뿜어대요준이 너!듣는 척 만 척“내 발도 꽃이야.”그렇구나 준이야 네 발도 꽃이구나발 닿은 자국마다 하하 호호 피는 꽃일곱 빛무지개보다더 곱게 피는 꽃네 살 된 준이가 뿜개로 화분에 물을 주다가 문득 자기 발에도 물을 뿜어주어요. 뿜개는 다른 말로 스프레이어, 분무기라고 해요. 아마 날이 몹시 더워 화분에 물을 뿌려주고 있었나 봐요. 갑자기 “내 발도 꽃이야.”라고 하면서 자기 발에 물을 뿜는 준이를 보니 어떤 생각이 드나요? 장난꾸러기라기보다는 너
소년한국일보 만만세!신현득“읽었니? 소년한국!”어린이들은 그게 아침 인사다.“읽었다, 재미 있더라”우리나라 어린이들은그게 아침 인사다.재미있는 나라 소식.재미있는 지구촌 소식.재미있는 고장 소식, 학교 소식.재밌는 학습 기사.재밌는 과학 얘기. 재밌는 역사 얘기재밌는 시와 동화, 어린이 상식.공부거리, 얘깃거리 무엇이나어린이, 우리 크는 데에 도움되는 영양이소년한국 지면에만 놓이면재미로 변신하는 읽거리들.그래서 그래서,소년한국 손길에 우리가 큰다!소년한국일보 큰 손길에 우리가 큰다,야아!우리 할아버지 초등 시절1960, 제헌절에,
마음속 지우개황베드로내 맘속에지우개 하나 챙겨놓았지.섭섭하게 들린 말가지려는 욕심미루지 않고싹싹 지우려고내 맘속에 지우개 하나꽁꽁 챙겨놓았지.이 시에서 핵심 시어는 무엇일까요? 맞아요. 그것은 지우개이어요. 그럼 지우개는 어떨 때 쓸까요? 잘못 쓰거나 틀린 글씨를 지울 때 사용하지요. 시인은 마음속에 꽁꽁 지우개 하나 챙겨놓았다고 해요. 이때 지우개를 ‘넣어놓았다’ 하지 않고 ‘챙겨놓았다’고 말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의지를 갖고 한 행동이라는 의미이지요.시인이 이처럼 마음 속에 지우개 하나 챙겨놓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하얀 눈 송이송이주렁주렁 대롱대롱 흔들흔들늦가을 벌써 온 눈 마냥다 된 봄 끄트머리순식간에 왔구나여름 서너 치 딱 앞두고녹을 생각도 없이참 의젓하구나향기만 아니면벌써 호호 불어네 정체를 천하에 알렸을 텐데
우리 형 발 찾아요이수빈(아동문학가)오늘도 여기엔 아주 많은 발이 있다. 고소한 냄새가 나는 갈색 구두, 매끈해서 핥아 보고 싶은 분홍색 구두, 무는 느낌이 좋을 것 같은 흰색 운동화…. 한참 돌아다녔지만 우리 형 냄새는 여전히 맡을 수 없었다.“부산행 열차가 들어옵니다.”이제 저 큰 기차가 들어오는 소리는 무섭지 않다. 나는 이제 아주 용감하다는 말이다. 먹먹해진 귀를 탈탈 털고, 문이 닫히기 전에 후다닥 올라탔다. 여기에 진짜로 탄 건 처음이었다. 기차 안에는 의자가 많았고, 새로운 냄새가 가득했다.“어머, 웬 강아지람?”콜록콜
작은 소나무의 꿈이연희 바위틈소나무어떻게 자라지?걱정했는데빗물이 바위틈에 깊이 스며듭니다.나무뿌리가굵어집니다.아름드리로 자란 나무는이제 나뭇가지를 쭉 뻗어누군가에게 쉼터가 되는그늘을 만듭니다.살다 보면 좋은 환경보다는 좋지 않은 환경이 주어질 때가 더 많아요.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포기할까요? 아니요. 그럴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때마다 바위 틈에 뿌리 내리고 자라는 소나무에게서 많은 용기와 지혜를 얻어요. 그래요. 환경이 척박한 걸 말하자면 어디 바위 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만 할까요? 소나무는 어떤 환경에서도 낙심하지 않
봄이 오는 공항유순덕(시인ㆍ동화작가ㆍ문학박사)나는 강아지 똘이입니다. 요즘 훈이 형은 손가락을 세며 봄을 기다립니다. 엄마가 치료를 위해 잠시 베트남에 갔기 때문입니다.오늘도 형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똘아, 엄마는 왜 안 올까? 입학식 때 엄마랑 같이 갈 건데.”“오실 거야 형, 봄에 온다고 했잖아."내 말을 들은 형은 말이 없었습니다. 이슬 맺힌 눈빛으로 할머니께 물었습니다.“할머니, 봄이 우리 집까지 오려면 얼마나 걸려요?”“글쎄다. 누나 학교 운동장까지는 왔을는지 모르겠구나.”형은 양철 대문을 박차고 달려 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