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시기 비슷하지만, 자라는 환경과 색깔 · 크기 달라

‘가을에는 꽃보다 억새!’가을은 다양한 빛깔로 전국의 산과 강을 물들인다. 단풍의 붉은색, 은행나무의 노란색, 국화의 자주색과 흰색 등이 대표적이다. 억새와 갈대가 선사하는 은빛도 있다. 선선한 바람이 더 그리워지는 때에 맞춰 억새와 갈대가 은빛 향연을 뽐내기 시작했다. 때마침 축제도 열린다. 여기서 잠깐! 억새와 갈대는 어떻게 구분할까? 전국의 명소와 함께 담는다.
  

△갈대 VS 억새
억새와 갈대는 많이들 헷갈려한다. 생김새는 물론 피는 시기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선 둘 다 볏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다만 억새는 산이나 들판에서 주로 자란다. 반면에 갈대는 강이나 호수 주변, 습지 등 물가에서 볼 수 있다. 억새와 갈대는 색깔로도 구분할 수 있다. 갈대는 고동색이나 갈색빛을 띠지만 억새는 은색이나 흰색 등 은은한 색으로 보인다. 가까이에서 보면 대파 다발 모습을 띤다. 높이도 다르다. 갈대는 키가 2~3m에 이르고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다. 그에 비해 억새는 1~2m로 갈대보다 작은 편이다. 
억새 중 물가에 자라는 물억새도 있다. 억새보다 잎이 더 넓고 부드러운 게 특징. 그리고 억새의 꽃과 열매에는 긴 까락이 붙어 있지만 물억새에는 찾아볼 수 없다. 

△억새 명소
억새 명소로는 제주를 빼놓을 수 없다. 첫째가 조천읍 교대리의 산굼부리다. 새별오름과 따라비오름 등 오름에서도 시간의 변화에 따라 은빛, 노랑, 붉은색으로 다양한 빛깔로 변하는 억새를 만날 수 있다. 민둥산 억새는 초가을에 이삭이 패기 시작해 10월 중순이면 드넓은 구릉지를 하얗게 뒤덮는다. 광주 무등산도 억새 향연의 주 무대다. 중머리재와 백마능선, 정상부의 입석대에서도 은빛 군무가 펼쳐진다. 충남 홍성의 오서산은 10월에 억새가 절정에 다다른다. 충주 비내섬은 충북 유일의 습지보호 지역이다. 매년 10월 물억새가 활짝피며 장관을 연출한다.
경남 합천군 황매산에도 은빛 물결이 춤추는 때에 맞춰 축제가 열린다. 포천의 명성산(해발 923m)도 억새 명소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매년 가을 정상 부근 15만 ㎡ 규모의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다. 서울에도 억새가 있다. 월드컵공원 하늘공원 억새밭이다. 창녕 화왕산과 장흥의 천관산도 가족과 함께 오르면 은빛 장관과 마주할 수 있다.

△갈대 명소
전남 해남군 고천암로의 갈대밭은 국내 최대 규모로 손꼽힌다. 가을바람의 지휘에 따라 넘실거리는 갈대의 군무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전남 강진만의 갈대밭 규모도 60만 ㎡에 달한다.
순천만국가정원의 갈대밭에는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누구든 자유롭게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충남 서천의 신성리 갈대밭 규모는 25만 ㎡ 정도. 이곳의 갈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유달리 큰 것이 특징이다. 안산 갈대습지공원, 부산 을숙도철새공원, 익산 용안생태습지에서도 아름다운 갈대 군락을 만날 수 있다. 

△억새ㆍ갈대 축제
해발 1119m의 민둥산(강원 정선군)은 전국 5대 억새 군락지 중 한 곳이다. 이곳의 은빛 억새 축제는 20일 막이 올랐다. 11월 2일까지 남면 민둥산과 민둥산 운동장 일원에서 열린다. 
억새꽃밭이 7부 능선에서 정상까지 66만여 ㎡에 달한다. 정상 부근의 백록담을 닮은 돌리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도 사진 명소로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3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았다.
포천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 축제도 10월 11일부터 27일까지 산정호수와 명성산 일대에서 열린다. 억새소원길, 길거리 공연(버스킹), 체험행사 등 20여 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평택 원평나루 억새축제는 10월 12일 개막하며, 가을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광주 서창 억새 축제도 10월 17일부터 20일까지 영산강 일원에서 열린다.
포천 명성산의 억새축제도 10월 13일부터 29일까지 마련된다.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는 10월 26일부터 11월 3일까지 이어진다.

억새 덮힌 이성계의 무덤 ‘건원릉’

구리 인창동 동구릉 안에는 건원릉이 있다. 조선의 제1대 왕인 태조 이성계의 무덤이다. 다른 왕릉과 달리 잔디가 아닌 억새로 덮여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조선왕조실록 기록 등에 따르면 태조의 유언에 따라 그의 고향인 함경도 함흥의 억새를 옮겨와 봉분을 조성했다. 이후 매년 한식이 되면 풀 베기를 했다고 전한다. 국가유산청은 이런 전통을 이어받기 위해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듬해인 2010년부터 매년 한식날에 억새를 베는 청완 예초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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