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 5대 영양소 고루 갖춰

9~10월은 밤의 계절이다. 가시가 무성한 밤송이에 2~5개씩 들어있던 밤 알맹이들이 앞다퉈 얼굴을 내밀고 나온다. 탐스럽고 꽉 찬 밤 열매에서 새삼 가을의 풍요를 느낄 수 있는 것. 밤은 찌거나 구워 먹어도 되고, 껍질만 벗겨 날것으로 먹어도 좋다. 밤 종류와 속담, 좋은 밤 고르는 법과 함께 밤과 똑 닮은 마로니에 열매 이야기를 들려준다.
 

△밤의 기원과 효능
밤은 밤나무의 열매다. 한자로는 ‘율자’(栗子)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13종이 있지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과실로 이용되는 밤은 우리나라와 중국, 유럽, 미국 밤이다. 2000여년 전 한반도의 낙랑시대의 무덤에서 밤이 발견되기도 했다. ‘밥이 달리는 나무’라는 뜻에서 ‘밥나무’로 부르다가 ‘밤나무’로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만큼 영양이 풍부하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등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국내 최대이자 최고령 밤나무는 강원도 평창군 운교리 마을 입구에 있다. 천연기념물로 수령은 370여 년. 높이 14m에 이른다. 

△밤 주산지와 품종
옛날에 밤을 많이 생산한 곳이 경기도 시흥과 과천이었다. 지금은 충남 지역에서 많이 난다. 특히 공주는 연간 1만 440t 이상으으로 국내 생산의 14% 이상을 차지한다. 
밤 종류는 삼조생, 이평, 옥광 등이 있다. 그중 대표 선수가 옥광밤이다. 다른 품종에 비해 약간 크기가 작지만 껍질이 얇고 속이 꽉 차 식감이 뛰어나다. 밤의 밑부분(연한 갈색)이 좁고 통통한 모양새가 특징이다. 그래서 ‘여왕 밤’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평밤도 임금에게 진상했다. 속껍질(율피)에 탄닌성분이 거의 없어 그냥 먹어도 떫지 않다.
밤은 구우면 단맛이 강해진다. 그래서 군밤으로 먹기도 한다. 밤양갱은 밤에 팥앙금과 한천가루 등을 넣어서 만든다. 밤주악은 황률 가루를 찹쌀가루에 섞어 반죽해 만들어 낸다. 

 

△좋은 밤
알이 굵고 도톰하며, 껍질이 윤이 나는 갈색을 고르는 게 좋다. 벌레구멍이나 상처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밑 부분도 깨끗한 지 확인한다. 밤은 손으로 눌렀을 때 딱딱해야 한다. 울퉁불퉁하거나 쭈그러진 건 생산된 지 오래된 것이므로 구입하지 않는다. 또 하나. 꼭지 부분에 하얀 분가루가 적당히 있는 게 맛있는 밤이다. 갓 수확한 밤은 단맛이 부족하므로 한 두 달 후숙하면 당도가 높아진다. 11월쯤 사는 게 좋은 이유다. 칼로 깎은 생밤은 물에 담가둬야 색이 변하지 않는다. 삶은 밤은 바로 꺼내 찬물에 담그면 껍질이 더 잘 분리된다.  

△밤 속담
밤과 관련된 속담은 많다.‘밤나무에서 은행이 열기를 바란다’는 가능하지 않는 일을 바라는 것을 말한다. ‘엉덩이로 밤송이를 까라면 깠지’, ‘군밤에서 싹 나거든’도 비슷한 뜻이다.
‘외톨밤이 벌레가 먹었다’는 단 하나뿐인 소중한 물건에 흠집이 생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남의 두루마기에 밤 주워 담는다’는 아무리 해도 다른 사람 좋은 일만 한 결과가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제 분수에 맞지 않게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두고서는 ‘꼴에 군밤 사 먹겠다’고 했다.
‘밤 소쿠리에 생쥐 드나들듯’은 생쥐가 밤을 까먹느라고 그것을 담아 둔 소쿠리에 부리나케 드나들듯 한다는 뜻이다. 자주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너도밤나무’와 ‘나도밤나무’

밤나무로 불리는 나무 가운데 ‘너도밤나무’(사진 왼쪽)와 ‘나도밤나무’(오른쪽)가 있다. 먼저 ‘너도밤나무’는 열매가 작은 밤과 같은 모양에서 유래했다. 국내에서는 울릉도에서만 서식한다. 밤나무처럼 생겼지만 밤나무가 아니다. 참나무과 교목이다. 열매 역시 밤과 다르게 삼각형 모양이다.
‘나도밤나무’는 잎 모양이 밤나무와 닮았다. 겉보기에는 밤나무와 비슷하지만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 여름에는 황백색 꽃이 피며, 가을에는 밤 대신 둥글고 붉은 열매가 맺힌다.

▷밤 닮은 ‘마로니에 열매’··· “절대 먹지 마세요”

 

가을이면 길거리에 밤처럼 생긴 게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로수로 쓰이는‘마로니에 열매’다. 마로니에는 프랑스 말로 밤을 뜻하는‘마론’에서 나왔다. 마로니에 열매는 밤과 차이가 있다. 밤은 뾰족한 꼭지점이 있지만 마로니에 열매는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하고 꼭지점이 없다. 열매를 감싸고 있는 껍질도 밤보다 더 매끈하고 윤기가 흐른다. 겉껍질의 가시도 다르다. 밤은 뾰족하고 긴 가시가 빽빽한 반면에 마로니에는 원뿔형 모양의 가시가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다. 
주워서 집으로 가져와 먹는 경우가 있는데 독성이 강하다. 찌거나 생으로 먹을 경우 발열이나 오한, 설사,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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