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풍기북부초등 전교생, 어린이시집 ‘내 별명은 윤배추’ 펴내

영주 풍기북부초등학교(교장 선생님 오영철)는 시골의 작은 학교다. 이 학교 전교생 38명은 도시 어린이들과 달리 딸기밭에서 벌들을 피해 맛난 딸기를 따 먹고, 할아버지를 따라 사과를 따며 과수원을 꿈꾼다. 또 닭들의 똥 냄새를 참으며 닭이 낳은 알을 챙기기도 한다. 자연과 함께 지내는 어린이들의 재미난 일상이 담긴 이야기가 어린이시집으로 탄생했다. ‘내 별명은 윤배추(크레용하우스)’에는 전교생과 졸업생이 쓴 시 74편이 가득하다. 이들에게 시 쓰는 즐거움을 선물한 송명원 선생님도 동시집‘상우가 없었다면’(뜨인돌어린이)을 내놓았다.

 

풍기북부초등 전교생은 모두 친구다. 1학년이 6학년과 친구가 되고, 교장 선생님과도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지낸다. 운동장의 돌멩이, 키 큰 느티나무, 닭장에 있는 닭, 심지어 텃밭의 방울토마토도 모두 친구다. 이 시집에는 이처럼 어린이들의 가족과 친구에 대한 마음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서울의 큰 학교에서/ 시골의 작은 학교로 전학 왔다.// 반 친구들은 고작 4명!/ 전교생도 겨우 40명!// 하지만 모두 웃는다./ 덩달아 나도 웃는다.// 학교는 작은데/ 행복만큼은 큰 학교다.(안영우 ‘전학’전문)

그런가 하면 미래의 꿈, 맑고 순수한 어린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도 있다. 

“나의 꿈은 돌림판이다.// 돌림판이 멈추면/ 나오는 게 매번 바뀌듯이/ 내 꿈도 자주 바뀐다.// 의사, 마술사,/ 요리사, 태권도 선수// 지금도 돌아가는 돌림판/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디서 멈춰 있을까?(김이영 ‘나의 꿈’전문)

“내 별명은 윤배추/ 배추흰나비 이름으로 지어 줬는데/ 내 별명이 윤배추가 되었다./ 난 나중에 나비가 될까?(윤지환 ‘별명’전문)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자연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글도 눈에 띈다.

“민들레는 봄에 피는 줄 알았는데/ 10월 12일, 우리 학교 화단에 세 개나 피어 있다.// 노랑노랑 민들레/ “벌이 와서 꿀을 먹어도 괜찮지?”/ “그럼, 그럼. 가을에 꿀벌이 배고플까 봐 지금 피어 있는걸.”(황푸름 ‘민들레가 늦게 핀 이유’전문)

이 학교 어린이들이 어엿한‘꼬마 시인’으로 성장하고 동시집까지 펴내게 된 것은 경북도교육청의 ‘시울림이 있는 학교’프로그램의 하나로 창의적 체험활동(창체) 시간에‘살아있는 시 쓰기’수업을 운영한 덕분이다. 이들에게 동심을 심어준 주인공은 시인이기도 한 송명원 교사. 2004년 경북 봉화군 도촌초등에 부임하면서 글짓기를 가르치고 문집을 펴낸 이후 학교를 옮길 때마다 시집 발간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번 시집 역시 2022년부터 2년 6개월간 창체 시간을 이용해 주 1~2회 수업을 하고 그 결과물을 엮은 것이다. 
이 시집에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가는 도중 자연과 친구가 됐다는 내용을 담은‘같은 길’작품이 실린 전교 어린이 회장 6학년 김이영 군과 오영철 교장은 “어린이들은 모두 시인이라는 말이 있어요. 이 시집을 통해 풍기북부초등의 꼬마 시인들을 만나고 우리가 전하는 순수한 행복을 함께 느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상우가 없었다면

 

동시집 ‘상우가 없었다면’은 송명원 교사의 네 번째 동시집이다. 늦둥이 남동생을 둔 초등학생 6학년 누나의 삶의 애환이 가득한 일상을 50여 편의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다. 남동생 ‘상우’가 태어난 뒤 ‘누나’로 불리게 된 화자가 동생과 함께 생활하며 겪는 경험과 다양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누나의 덤덤하면서도 과장 없는 말투가 유쾌하면서도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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