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후, 장풍이 일행은 자그마한 언덕 위에 도착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꽃은 시들어서 꽃잎도 이파리도 축 늘어져 있었다.
꽃 앞에는 조그만 팻말이 있었다. 일행은 그 팻말에 적힌 내용을 읽었다.
“꽃이 시들었다면 정확히 4.5L의 물을 줘야 한다. 이보다 적게 주면 꽃이 피지 않고 이보다 많이 주면 뿌리가 썩을 수 있다.”
팻말 아래에는 물통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한 물통에는 0.4L, 다른 하나에는 0.7L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런데 이 물통으로 어떻게 4.5L를 줄 수 있지?”
사이클론 왕자의 말에 장풍이가 생각에 잠겼다.
“0.7L가 큰 물통이니까 이걸로 물을 뜨면 되겠다. 몇 번 갔다 오면 되려나? 4.5를 0.7로 나누면 답이 나오겠네.”
하늬는 장풍이의 말을 듣고 일단 수를 계산하기 쉽게 만들었다.
“소수점은 계산하기 어려우니깐 우선 10을 곱하면 45÷7. 이를 계산하면 6.428571……. 이런 나누어떨어지질 않네.”
“어쨌든 여섯 번보다는 많고 일곱 번보다는 적다는 말이구나.”
“응, 0.7L씩 여섯 번이면 4.2L고, 일곱 번이면 4.9L니까.”
“그럼 0.7L 물통으로 여섯 번 물을 주고, 0.3L를 더 줘야 한다는 건데…….”
그때 사이클론 왕자가 끼어들었다.
“잠깐, 우리는 셋인데 굳이 물통을 하나만 쓸 필요는 없잖아. 큰 통, 작은 통 다 쓰는 게 좋지 않아? 그러면 더 빨리 끝날 텐데.”
“사이클론 말이 맞아. 둘 다 쓰면 한 번에 1.1L를 가져올 수 있어.”
“네 번 갔다 오면 4.4L인데 그럼 0.1L가 모자라잖아.”
“후, 어떻게 이 물통으로 정확히 0.1L를 만들지?”
하늬는 물끄러미 물통을 바라보았다.
“여기다 물을 담고, 저기다가 옮긴 다음에……. 아, 그래! 생각보다 간단하네.”
“잉, 간단하다고?”
“작은 통은 0.4L, 큰 통은 0.7L이니까. 먼저 큰 통을 비운 다음 작은 통으로 물을 떠 와서 큰 통에 붓는 거야. 그럼 큰 통에 얼마나 물을 더 부을 수 있지?”
“0.7-0.4=0.3L이겠지.”
“그래, 그리고 작은 통으로 물을 한 번 더 떠 와서 큰 통이 꽉 찰 때까지 붓는 거야. 그러면 작은 통에 물이 얼마나 남을까?”
“아, 맞네! 큰 통에 0.3L를 더 부을 수 있으니까 0.4 -0.3=0.1L만 남잖아!”
“그래, 이렇게 하면 0.3L를 만드는 것도 간단해.”
장풍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작은 통을 비우고 큰 통에 물을 떠 와서 작은 통이 꽉 차도록 부으면 0.7-0.4=0.3L이니까. 가만, 그러면 한 번만 갔다 오면 되네.”
“이제 전체적으로 계산해 보자. 0.7L 통만 쓰면 0.7L×6=4.2L. 남은 0.3L를 만들기 위해서 한 번 더 가야 하니깐 총 일곱 번을 다녀와야 해.”

 

“둘 다 쓰면 어떻게 돼?”
“0.4L+0.7L=1.1L니까 1.1L×4=4.4L. 남은 0.1L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 번 더 다녀와야 하지. 그럼 총 여섯 번이야.” 
“두 물통을 같이 쓰면 한 번은 덜 갈 수 있네.”
“좋아, 계산한 대로 해 보자.”
장풍이 일행은 물통으로 물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번갈아 가면서 한 명이 쉬고, 나머지 둘이 물을 떠 오는 식이었다. 그렇게 세 번을 떠서 물을 주고, 네 번째로 장풍이와 하늬가 물을 길어 왔다.
“힘내자. 이걸 다 부으면 이제 4.4L가 되잖아.”
“자, 그럼 붓는다.”
장풍이가 큰 물통을 촤악 부었다. 하늬도 뒤따라 물을 부으려다가 갑자기 멈추었다.
“잠깐!”
“왜 그래, 하늬야?”
“아까 세 번 갔다 와서 3.3L이고 방금 0.7L를 또 부었으니까 지금까지 4L를 부은 거잖아. 이제 0.5L를 더 부어야 하고.”
“그럼 작은 물통으로만 한 번 더 떠오면 되겠다.”
하늬는 작은 물통에 가득 담긴 물을 큰 물통에 부었다.
“큰 물통에는 아직 0.3L를 더 담을 수 있잖아. 작은 물통에 물을 떠 온 다음에 큰 물통을 꽉 채우면?”
“그러면 0.1L가 남겠네.”
“그걸 꽃에 준 다음에 다시 큰 물통에 있는 물로 작은 물통을 꽉 채우면?”
“아하, 그러면 0.4L를 더 줄 수 있으니까 합쳐서 0.5L네.”
장풍이는 언제 힘들었냐는 듯 신이 나서 물을 떠 왔다. 그리고 하늬가 말한 대로 큰 물통을 꽉 채우니 작은 물통에 물이 1/4 정도만 남았다.
남아 있는 물을 꽃에 준 다음, 사이클론 왕자가 큰 물통의 물을 작은 물통에 가득 부었다.
“자, 그럼 마지막 0.4L 갑니다!”
장풍이는 작은 물통에 가득 찬 물을 꽃에게 천천히 부었다. 잠시 후,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이더니 축 늘어졌던 꽃잎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우와, 꽃이 살아나나 봐!”
꽃잎 색깔도 더욱 선명한 빨간색으로 빛나는 것 같았다. 이윽고 꽃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활짝 피어났다.
“성공! 우리가 정확하게 물을 줬나 봐.”
“자, 그럼 열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장풍이 일행은 꽃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크고 아름다운 꽃이었지만 열쇠는 보이지 않았다.

 

/자료 제공= ‘비례로 바람 왕국의 다섯 열쇠를 찾아라!’(글 황덕창ㆍ그림 최희옥,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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