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풍이 일행은 꽃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크고 아름다운 꽃이었지만 열쇠는 보이지 않았다.
하늬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나저나 이렇게 꽃이 활짝 핀 걸 보니 참 예쁘다.”
“그러게 말이야. 꽃은 왜 이렇게 예쁠까? 곤충들을 끌어들여서 꽃가루를…….”
갑자기 사이클론 왕자가 소리쳤다.
“맞다, 곤충! 곤충이 꿀을 모을 때 수술에 있는 꽃가루가 몸에 묻잖아. 꽃가루가 암술에 닿으면 열매를 맺을 수 있어. 저 꽃이 열매를 맺는다면 그 안에서 열쇠가 나오지 않을까?”
“그러면 곤충이 와서 꿀을 빨도록 해야 하는데 곤충이 어디 있지?”
주위를 둘러봐도 곤충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돌개가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잠시 뒤 멍멍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니 돌개가 나무 위를 보면서 짖고 
있었다. 하늬가 나무를 올려다보니 육각형 모양의 구멍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벌집이 가지 사이로 보였다. 꿀벌 몇 마리가 그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그때 장풍이의 귀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이클론 왕자는 마음을 가다듬고 꿀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꿀벌은 꽃이 있는 언덕 쪽으로 잠시 날아가더니 갑자기 제자리에서 8자를 그리면서 날기 시작했다.
“저건 꽃을 찾았다는 걸 다른 꿀벌들한테 알려 주기 위해서 그러는 거야. 꿀벌이 얼마나 영리한데. 저렇게 신호를 보내서 다른 꿀벌들과 소통을 한다고.”
“어쨌든 사이클론, 이제 벌하고도 통하나 보구나!”
8자 비행을 하는 꿀벌의 움직임을 다른 꿀벌들도 보았는지 여러 마리가 다가왔고, 이들은 커다란 꽃을 향해 날아갔다. 장풍이 일행도 꿀벌의 뒤를 따라서 꽃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꿀벌들은 꽃에 앉아서 부지런히 꿀을 모았고, 이윽고 다시 벌집을 향해서 날아갔다. 
잠시 후, 꽃이 시들기 시작했다.
“잠깐만, 우리 생각이 맞는다면 이제 꽃은 지고 열매가 만들어질 거야. 꽃 아래에 있는 씨방을 봐.”
기분 탓일까? 자세히 보니 아까 꽃이 피었을 때보다 밑이 부풀어 오른 듯이 보였다. 그때 꽃잎이 한 잎 한 잎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꽃잎이 떨어지자 씨방이 더 빠르게 부풀어 올랐다. 잠시 후, 씨방의 색깔이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점점 변했다.
“와, 진짜 빠르네. 신기하다. 정말 신비한 숲이야.”
곧이어 씨방은 빨간 열매로 탈바꿈했다. 사과보다 좀 더 큰, 정말로 빨갛고 먹음직스러운 열매였다. 장풍이가 손을 뻗쳐서 열매를 땄다.

 

“이 안에 열쇠가 들어 있으면 좋을 텐데. 저 바위에다 떨어뜨려서 깨 볼까?”
장풍이는 근처에 있는 바위로 가서 열매를 내리쳤다. 퍽 소리와 함께 열매가 갈라졌고, 안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노란빛을 은은하게 내는 타원형 모양의 작은 돌이 마치 열매 속의 씨처럼 박혀 있었다. 장풍이는 조심스럽게 돌을 꺼냈다.
“야호! 세 번째 열쇠야. 사이클론, 받아!”
장풍이는 뿜어져 나오는 빛을 신기한 듯이 보면서 사이클론 왕자에게 열쇠를 건넸다. 그런데 갑자기 장풍이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입에서 뭔가를 뱉어 냈다.
“장풍아, 너 혹시 그 열매 먹어 본 거야?”
“우웩, 맛있어 보여서 한 입 먹었는데 와, 엄청나게 셔. 도대체 뭐야, 이거.”
“으이그, 산에서 자라는 건 아무거나 따 먹으면 큰일 나! 독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다시 비석 앞으로 빨리 가자.”

 

/자료 제공= ‘비례로 바람 왕국의 다섯 열쇠를 찾아라!’(글 황덕창ㆍ그림 최희옥,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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