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유행에 ‘엠폭스’까지···

최근 코로나19 재유행과 함께 자주 듣는 말이‘엠폭스(원숭이두창)’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흔히 발생하던 이 감염병은 이제 세계로 퍼지고 있다. 여기에 가을철 철새 유입을 앞두고 조류 인플루엔자(독감)의 인체 감염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국제 수의학 저널에 따르면 지난 80년간 유행한 전염병은 동물이 사람에게, 사람이 동물에게 퍼뜨릴 수 있는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코로나 펜데믹을 겪은 우리에게 또 다른 유행병이 오는 게 아닌지 걱정이 크다. 엠폭스와 인수공통 감염병, 감염병 예방법 등을 다룬다.

△엠폭스, 아프리카에서 세계로 확산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6일 기준 아프리카 대륙에서 올해 들어 보고된 엠폭스 의심 사례는 2만 5000건에 이른다. 발병국은 케냐와 르완다 등 15개 나라 정도. 확진 사례는 5549건, 사망자는 643명이다. 그중 확진자의 91.0%, 사망자의 98.9%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나왔다. 사망률은 약 1%. 최근에는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감염이 잇달아 확인되고 있다. 태국과 파키스탄, 스웨덴, 중국, 필리핀,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엠폭스 확진 판정이 늘고있는 것. 국내에서는 2022년 5월 첫 엠폭스 확진자 발생 이후 지난해 총 151명으로 늘어났으나, 점차 줄어들어 올해 8월 기준 11명으로 집계됐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전 세계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엠폭스는 어떤 질병?

엠폭스는 급성 발열이나 붉은 색의 수포성 발진을 특징으로 하는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시 5~21일 정도 잠복기를 거친 뒤 감기와 비슷한 초기 증상을 보인다. 이전에는 중부 및 서부 아프리카 열대 우림 인근의 외딴 지역에서만 발생한 아프리카 풍토병이었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하위계통의 엠폭스 새 변종 감염자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클레이드 1b형은 치명률 3~5%로, 기존의 0.2%보다 높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어린이가 취약하다. 엠폭스 환자의 40% 이상이 어린이일 정도다. 이처럼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WHO는 지난 달 14일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 태세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국내 방역당국도 민주콩고 등 8개 나라를 검역관리 지역으로 지정했다.

△엠폭스 전염 경로 및 예방법은?

엠폭스는 사람과 동물, 감염된 환경으로부터도 전염될 수 있다. 환자의 침ㆍ대소변ㆍ혈액은 물론 그로 인해 오염된 옷과 침구류가 감염원이다. 눈ㆍ코ㆍ입 등 점막이나 상처 난 부위에 바이러스가 직접 닿았을 때 감염 가능성이 있다. 대화를 나누며 생기는 비말이나 일상생활에서의 감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예방을 위해서는 감염된 동물이나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감염 환자가 쓴 수건이나 식기, 옷 등을 만지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중요하다. 발진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난다면 관할 보건소나 질병관리청 1339에 신고해 안내를 따라야 한다.

▶인수공통 감염병
엠폭스는 1958년 덴마크 코펜하겐 국립혈청연구소가 사육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한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이후 원숭이에서 쥐, 쥐에서 사람으로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감염 규모가 커졌다.

WHO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사람에게 발생한 신종 전염병 중 60%가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그중 75%가 야생동물로부터 유래했다. 대표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인간으로 퍼진 감염병이다. 2002년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뒤 다시 사람에게 전파돼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9개월간 775명을 사망으로 몰아넣었다. ‘돼지 독감’인 신종플루, 낙타가 매개체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모기에서 발생한 지카 바이러스 등 신종 전염병도 이에 해당한다. 인플루엔자는 매년 세계 인구의 5~15%가 감염되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 밀도가 높고 고령화돼 감염에 더 취약하다.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에 따르면 2003년 이후 24개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A형(H5N1) 인체감염 사례가 907건 보고됐다. 올해 3월에는 베트남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인체 감염에 따른 사망 사례까지 나왔다. 국내에서는 인체 감염 사례는 없었지만, 지난해 7월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포유류인 고양이 43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병 전문기관들은 사람 사이에 유행하던 호흡기 바이러스와 비슷한 동물 숙주 감염병이 사람한테도 대유행할 것으로 예측한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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