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루 글·김동성 그림

삶이 끝난 사람에게 저승길을 안내해 주고 함께 가는 나무 인형 ‘꼭두’. 이름 없는 백성의 문화인 이 꼭두는 조상이 남겨 준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문화입니다. 
그림책 ‘길동무 꼭두’는 어린이들에게는 이 세상 길을 함께 걸어가는 친구로 표현해 전통문화 속 의미를 알려줍니다. 배경은 꼭두인형 목각 작업실. 한 여자아이가 창 밖에서 고개를 내밀고 꼭두인형 ‘꼭지’와 이야기하는 아저씨의 모습을 숨죽여 지켜 봅니다. 꼭지가 단장을 마친 날, 아저씨가 말합니다. “(꼭지) 너는 숨이하고 친구하는 거다. 오래오래.” 숨이는 아저씨가 건네준 꼭지를 가만히 감싸 안습니다. 그날, 꼭지의 탄생을 축하하듯 하늘에는 모든 별이 내려와 총총 빛나고 아저씨가 방으로 들어가자 선반의 꼭두들이 내려와 동이 틀때까지 생일잔치를 차려줍니다. 

 

얼마 뒤 꽃상여가 나가는 날, 숨이 할머니는 숨이를 깨우고 동네 어귀로 구경을 나갑니다. 악사 인형이 악기를 울리며 흥을 돋우고, 호랑이나 학을 탄 신선들과 재주 넘는 광대도 등장합니다. 소녀ㆍ소년 인형들이 춤추는 모습을 본 꼭지도 신이 나 다른 꼭두들을 따라가려고 합니다. 그러자 아저씨는 꼭지를 둘러업고 작은 언덕으로 올라가고, 상여가 산길을 다 돌아 나갈 때까지 토닥토닥 어린 꼭두를 위로합니다. 작가는 10여 년 전 꼭두 조각가 김성수 전시를 본 뒤 실제로 그의 작업실을 취재해 이야기를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도 아저씨 등에 업혀 있는 꼭지 뒷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아마도 그건 위로와 보살핌의 다른 이름이겠지요?(우리아이들 펴냄ㆍ값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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