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가치 기준 아닌 행정 편의 따른 분류 오해 불러··· 올해안개정키로

우리나라 국보 제1호는 숭례문(남대문), 2호는 원각사지 10층석탑이다. 보물 제1호는흥인지문(동대문), 2호는옛 보신각 동종이다. 그런데 이런 문화재 지정번호가 올해 안에 모두 사라지게된다. 문화재청이 앞으로 모든 국보·보물·사적·천연기념물 등 국가지정·등록문화재에 숫자를 붙이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지정번호는 왜 없애려 하는것일까? 국보와 보물의 차이점, 국보 지정이 해제된 문화재도 함께 알아보자.

 사진 왼쪽부터 숭례문, 옛보신각동종,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훈민정음 해례본.

△지정번호 왜 없애나?
국민들 대다수는 국보 1호 숭례문을 가장 중요한 문화재로 생각하고 있다. 2015년 국민인식조사 에서도 국보 1호를 가치 있는 문화재로 생각한다는 답변이 68.3% 나 됐다. 그런데 숭례문이 현존하는세계 최고 목판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 팔만대장경, 석굴암, 한글보다 더 가치있는 문화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국보의 번호는 문화재 가치와 반드시 인과관계가 있는게아니다. 번호 지정은 행정 편의에 따른 것이다. 일제 강점기인 1934년 조선총독부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장수가 남대문을 열고 지나간 것을 기념해 보물 1호로 지정했다. 이를 참고해 우리정부는 1962년 국보 1호와 보물 1호에 숭례문과 흥인지문을 각각 선정했다.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화재청은“행정업무 효율을 위해 쓰인 지정번호를 문화재의 가치 순서로 오해하게 한 측면이 커서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설명했다. 개정안은 국민의견을 들은 뒤 법제처 심사를 거쳐 이르면 올해안에 발표된다. 그렇게되 면 ‘국보1호숭례문(남대문)’은‘ 국보 서울 숭례문’으로 불리게 된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문화재에 번호를 매기고 있는나라는 찾기힘들다. 중국은 ‘진귀문물’과 ‘일반문물’로분류하고 있고, 일본도각유물에 행정상 분류번호를 붙일뿐 공식적으로는 번호를 쓰지 않는다.
△국보와 보물은?
국보와보물은어떤기준으로정하는것일까? 정확한 법적기준은 없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국보는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 인류문화의 관점에서 그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것’이라고 규정짓고 있다. 보물은 건조물과 서적, 고문서, 회화, 조각, 공예품, 고고 자료, 무구(무기) 등 유형문화재 중 중요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쉽게 말해 보물 중 중요한 것이 국보인 셈이다.국보와 보물은 유형문화재 중에서 지정하게된다. 국가 또는 개인 이 신청하면 문화재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국가지정문화재는 총 4153건(3월 31일기준)이다. 국보 349건, 보물 2253건, 사적 519건, 명승 116건, 천연기념물 464건, 국가무형문화재 149건, 국가민속문화재 303건등이다. 국보의 경우 국립중앙박물관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국보 1호를 둘러싼 논쟁
숭례문은1396년짓기시작해1398년에완성된 서울에 남아 있는 성곽 중 제일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다. 하지만 일제가 문화재에 지정한 순번을 그대로 따르고, 상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보1호 변경논란은 오랜기간 이어졌다. 특히 1996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문자인 ‘훈민정음해례본’(국보 제70호)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문화재위원회 심의까지 올라갔다가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8년 숭례문이 화재로 불타면 서 논란이 재점화됐고 국민청원까지 이어졌다.

△국보 지정 해재된 3건은

국보중에는 영구결번이 3건있다. 먼저1992년 통영 한산도 앞바다에서 발굴된 ‘귀함별황자총통’(사진 오른쪽). 거북선에서 사용된 대포(길이 89.5㎝ · 무게 65.2㎏)로 여겨져 국보 제274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1996년 위작(모조품)으로 드러나 해제됐다. ‘이형 좌명원종공신녹권 및 함’은 공신녹권으로는 첫발견이라는 이유로국보278호가됐다. 그런데 2006년‘마천목 좌명공신녹권’이 보물 제1469호에 지정된다. 그런데 이 녹권이 시기적으로 이형공신 녹권보다 10년 더 빨라 2019년 보물로 강등됐다.국보 제168호였던 ‘백자 동화매국문 병(높이 21.4㎝ · 입지름 4.9㎝ · 왼쪽)’은 1974년 국보로 지정 됐지만 도자기 제작 시기와 장소가 15세기 조선이 아닌 14세기 중국으로 확인돼 자격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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