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생활 속에서 만나는 색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게. 그전에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어린이들은 어떤 색을 좋아할까? 남자와 여자아이가 좋아하는 색을 구분하여 말해 봐.”
창희가 대답했습니다.
“남자아이는 파란색, 여자아이는 분홍색이오.”
“정확히 맞혔다. 창희의 관찰력이 대단한걸. 그건 어려서부터 남자아이는 파란색 옷, 여자아이는 분홍색 옷을 입었기 때문이야. 아기 때부터 자주 접하여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갖게 된 거지. 근대 서양에서는 남자 아기를 양배추밭에서 데려왔다고 파란색 옷을, 여자 아기를 분홍색 장미꽃밭에서 데려왔다고 분홍색 옷을 입혔다는 전설이 있어.

 

그리고 여자아이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까마득히 먼 옛날에는 남아 선호 사상이 강해서 남자아이에게만 파란색 옷을 입히고 여자아이는 아무 색깔 옷이나 입혔대. 또 하나. 사람은 태어난 지 두세 달이 되면 색깔을 구분하는 능력이 생긴단다. 특히 노란색을 가장 좋아하고, 그다음에 흰색ㆍ분홍색ㆍ빨간색ㆍ주황색을 좋아하지. 어린이로 성장하면서 노란색 대신 남자아이는 파란색, 여자아이는 분홍색을 좋아하게 되지. 어른이 되어서도 좋아하는 색은 크게 변함이 없어. 그러나 실제로 가장 좋아하는 색은 화려한 분홍색이라는구나.”
연두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맞아요. 우리 할머니도 분홍색 옷을 즐겨 입으셔요. 그런데 밝은 색으로 꾸며진 방에서 공부한 어린이가 어두운색으로 꾸며진 방에서 공부한 어린이보다 아이큐(IQ)가 더 높다면서요?”
“그런 연구 결과가 있지. 아마도 밝은 색이 지능을 발달시키고 마음을 안정시켜 집중력을 발휘하게 하기 때문이야. 이렇듯 
실내 공간을 어떤 색으로 꾸미느냐에 따라 우리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단다. 어느 회사에서 색깔을 달리하여 회의실을 두 개 만들었대. 하나는 빨강으로 꾸며진 회의실, 다른 하나는 파랑으로 꾸며진 회의실이었지. 빨강으로 꾸며진 회의실에서는 아이디어를 내는 기획 및 영업 전략 회의 등을 했고, 파랑으로 꾸며진 회의실에서는 예산 결정이나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회의를 했어. 그랬더니 사원들의 영감을 자극하고 능력을 향상시켜 회사가 더욱 성장했다는 거야.” 
“박사님, 색을 지닌 보석이나 돌이 정말 병을 고쳐 주고 불행을 막아주나요?”
세라가 질문을 던지자 김초록 박사가 대답했습니다.
“색을 활용한 치료가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야. 특히 심리적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지. 영국 런던의 템스 강에는 ‘블랙 프라이어 브리지’라는 다리가 있어. 이 다리는 이름 그대로 검은색 다리지. 이곳은 ‘자살의 명소’로 널리 알려졌는데, 다리 색깔을 검은색에서 초록색으로 바꾸자 자살하는 사람의 수가 3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거야.”
“오, 그래요? 신기하네요.”
“그리고 어떤 색이 식욕을 일으킬까? 일반적으로 가장 식욕을 돋우는 색은 빨강이야. 그리고 주황ㆍ노랑 계통의 색은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지. 하지만 파랑ㆍ보라ㆍ자주는 식욕을 잃게 만드는 색이란다. 그런데 어떤 색깔의 그릇에 음식을 담느냐에 따라 음식 맛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해. 파랑은 식욕을 잃게 만드는 색이지만, 식탁이나 식탁보가 파랑이면 음식을 더 맛있게 보이게 하지. 지금까지 생활 속에서 만나는 색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혹시 궁금한 것이 있니?”
김초록 박사의 요청에 제일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동배였습니다.
“박사님, 교통 신호등 색깔은 왜 빨강ㆍ초록ㆍ노랑이에요?”
“하하, 그 이야기 나올 줄 알았다. 철도 신호등이 빨강ㆍ초록ㆍ노랑 색깔이어서 그것을 본떠 자동차 도로 교통 신호등 신호로 정했단다. 1918년 미국 뉴욕에 설치된 교통 신호등이 세계 최초의 세 가지 색 신호등이란다. 1914년 미국 클리블랜드에 설치된 교통 신호등은 빨강과 초록만 있는 신호등이었지만, 주의를 알리는 노랑 신호가 필요해 빨강ㆍ초록ㆍ노랑의 세 가지 색을 갖춘 신호등이 탄생했지. 빨강은 불을 연상하고 위험을 알리는 색이기에 정지 신호가 되었고, 초록은 편안한 느낌을 주는 색이기에 통과 신호가 되었어. 그리고 노랑은 가장 먼저 눈에 띄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좋은 색이어서 주의 신호가 되었지. 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이야기해 봐.”
김초록 박사가 이렇게 말하자 이번에는 창희가 입을 열었습니다.
“저는 축구를 아주 좋아해요. 그런데 심판이 반칙한 선수에게 옐로카드를 뽑아 보여 주는데요. 옐로카드는 어떻게 해서 생겨났어요?”
김초록 박사가 대답했습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전까지만 해도 축구 경기에는 레드카드밖에 없었어. 몸싸움을 심하게 하여 반칙을 범한 선수는 레드카드를 받아 경기장에서 나가야 했단다. 1962년 칠레 월드컵과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심판을 맡았던 영국인 케네스 조지 아스톤은 곤욕을 치러야 했어. 선수들이 경기 내내 격렬한 몸싸움을 벌여 몇 차례 퇴장 명령을 내려야 했거든. 그러던 어느 날, 아스톤은 도로에서 교통 신호등을 보았어. 그러고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레드카드를 꺼내기 전에 먼저 옐로카드를 꺼내, 반칙을 범한 선수에게 경고하는 거야. 그래도 반칙하면 레드카드를 뽑아 그 선수를 퇴장시키자.’ 아스톤은 영국 축구협회에 자기 생각을 밝혔어. 그의 아이디어는 곧 받아들여져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 옐로카드가 시행되었단다.”

 

“그런데 박사님, 나라마다 왜 다른 유니폼을 입는 거죠?”
창희는 김초록 박사에게 또 질문했습니다. 
“우리 국가 대표 축구팀의 유니폼의 색깔은 전통적으로 빨강이지? 응원단도 붉은색 옷을 입고 응원하여 ‘붉은 악마’로 불리지. 네덜란드 대표 축구팀은 ‘오렌지 군단’이라 하는데, 오렌지색인 주황색 유니폼을 입기 때문이야. 이탈리아 대표 축구팀은 이탈리아 반도를 에워싼 아드리아 해의 푸른 바다 빛을 뜻하는 ‘아주리’를 따서 ‘아주리 군단’이라 부른단다.”
이날 수업은 태극기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끝났습니다. 
김초록 박사는 헤어지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내일은 빨강ㆍ파랑ㆍ노랑ㆍ하양ㆍ검정, 모레는 초록ㆍ보라ㆍ주황, 그리고 우리나라의 전통색인 오방색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마.”
 

국기에 사용하는 색

국기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서로 비슷한 색깔을 사용한 나라들이 많아요. 주로 빨강ㆍ파랑ㆍ초록ㆍ노랑ㆍ하양ㆍ검정 등을 사용했는데, 이 색깔들이 선명하고 눈에 잘 띄기 때문이죠.
아프리카에서는 가장 오래된 독립국인 에티오피아 국기가 초록ㆍ노랑ㆍ빨강의 세 가지 색깔이에요. 그런데 이 색깔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긍지를 나타내는 ‘아프리카의 색’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가나와 베냉 등 아프리카 신흥 독립국들이 모두 국기에 이 색깔을 사용하고 있어요.
이슬람교에서는 초록ㆍ빨강ㆍ하양ㆍ검정의 4가지 전통색이 있어요. 따라서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들은 대부분 국기들이 이 가운데 한 가지 색을 쓰거나 세 가지 색을 합해서 사용해요. 특히 초록은 이슬람교를 나타내는 성스러운 색이라고 해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나라들은 대부분 국기의 바탕으로 하거나 일부의 색으로 쓰고 있어요.
공산주의 종주국이었던 구 소련은 국기가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빨강이었어요. 그래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공산(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북한 등이 국기를 빨강을 써서 만들었어요.


/자료 제공=‘인류 문명을 바꾼 아름다운 색깔 이야기’(신현배 글ㆍ이소영 그림ㆍ가문비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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