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가 우리 왕국의 성이야.”
사이클론 왕자가 가리키는 곳은 숲 위에 우뚝 서 있는 산이었다. 그리고 산 바로 아래에 성이 있었다. 꽤 먼 거리임에도 장풍이 일행은 한달음에 뛰어서 성 앞에 다다랐다. 
“자, 여기다가 열쇠를 넣으면 되는 건데.” 장풍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열쇠는 다섯 개인데 왜 꽂는 곳은 하나뿐이지?” 사이클론 왕자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일단 열쇠를 하나 꽂아 볼게.”
첫 번째 열쇠를 둥근 돌판에 꽂자, 열쇠가 빛을 내면서 스르륵 사라졌다. 그리고 돌판에 180˚이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180˚이니까 각도라는 이야기네. 혹시 이 돌판을 돌려야 하는 거 아닐까?”
장풍이 말에 사이클론 왕자는 돌판에 손바닥을 대고 돌려보았다. 정말로 돌판이 돌아갔다.
“그런데 정확히 180˚를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하늬가 종이를 꺼냈다.
“자, 일단은 열쇠 꽂는 곳을 위쪽 꼭대기로 돌려놓고.”사이클론 왕자가 말대로 하자 하늬는 돌판에 종이를 대었다.
“이 돌판에 중심점이 표시되어 있으니까 여기까지 돌리면 돼.”
사이클론 왕자는 하늬의 말대로 돌판을 180˚로 돌린 다음 두 번째 열쇠를 꽂아 넣었다. 그러자 두 번째 열쇠가 빛을 내더니 스르륵 사라지고 270˚이라는 숫자가 표시되었다.
“이번에는 270˚구나. 원이 360˚니까 시계 방향으로 90˚, 180˚, 270˚, 이런 식으로 각도를 매길 수 있어. 그럼 이것도 간단하네.”장풍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세 번째 열쇠를 꽂을 차례였다. 270˚로 돌려놓은 돌판 구멍에 열쇠를 꽂자, 마찬가지로 열쇠는 빛을 내더니 스르륵 사라졌다. 이번에 표시된 숫자는 45˚였다.

 

“45˚네. 이제 이 종이로는 안 되는 거잖아.”
장풍이가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종이를 접었다.
“이렇게 종이를 접으면 직각삼각형이 만들어지잖아. 게다가 빗변을 빼고 두 변의 길이가 같으니 위쪽과 오른쪽의 각은 똑같아. 삼각형 세 각의 합은 항상 180˚니까.”
사이클론 왕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180˚에서 직각인 90˚를 빼면 90˚가 남으니까, 나머지 두 각은 90을 2로 나눈 45˚구나.”
하늬가 신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클론 왕자는 45˚가 되도록 돌판을 돌린 후, 네 번째 열쇠를 꽂았다. 그러자 열쇠가 다시 빛을 내더니 사라졌다.
“자, 이제 열쇠가 하나 남았다!”
“이번에는 45˚의 반, 그러니까 22.5˚가 나오려나?”
“그럼 종이를 한 번 더 접으면 되겠어.”
그런데 돌판에 나타난 숫자는 330˚였다.
“윽, 330˚?”
“360에서 330을 빼면 30이니까. 위쪽 꼭대기를 기준으로 하면 왼쪽으로 30˚네.”
하늬의 말에 사이클론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90˚를 3으로 나누면 30˚잖아. 90˚를 어떻게 3등분을 하지?”사이클론 왕자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늬는 종이를 앞뒤로 돌려보면서 골똘히 생각했다.
“학교에서 뭔가 비슷한 걸 배운 것 같은데…….”장풍이도 맞장구를 쳤다.
“종이로 각도기 만드는 놀이를 했잖아.”그때 하늬가 “아!” 하고 소리치더니 종이를 접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말이야. 3등분이 된 것 같지 않아?”
“글쎄, 보기에는 그런 것 같은데 정확한 걸까?”
“정확해! 다시 접으면 오른쪽 아래 세 개의 각이 모두 딱 맞잖아.”

 

“정말 그렇네. 90˚를 3등분해서 30˚를 만든 거잖아. 그럼 양쪽 두 삼각형은 똑같은 거 아니야?”
“그렇겠지. 세 꼭짓점의 각도가 하나는 90˚, 하나는 30˚, 그럼 나머지 하나는 60˚일 거고.”
“게다가 밑변 길이까지 똑같으니까, 이 두 삼각형은 분명히 합동일 거야.”
“자, 빨리 마지막 열쇠를 꽂아 보자!”
사이클론 왕자가 돌판을 돌린 후, 마지막 열쇠를 꽂아 넣었다. 마지막 열쇠도 빛을 내더니 이내 사라졌다. 갑자기 끼익하는 둔하고 무거운 소리가 들렸다.
“우아, 성문이 열리고 있어!”
장풍이와 하늬가 환호성을 지르면서 손뼉을 쳤다. 정말로 성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문틈 사이로 안이 보였는데, 뭔가 커다란 것이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 아, 아빠!”
사이클론 왕자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문 뒤에는 체구가 큰 사람이 있었는데 화려한 옷에 왕관을 쓰고 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저기 저분이 네 아빠, 그러니까 바람 왕국의 왕이야?”장풍이가 사이클론 왕자에게 물었다. 사이클론 왕자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 아빠 허리케인 왕이셔.”사이클론 왕자에게 허리케인 왕이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장풍이와 하늬 앞에 손을 내밀었다. 손 위에는 목걸이 두 개가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사이클론을 도와줬는데 그대로 보낼 수는 없지. 자, 이 목걸이를 받아라.”
장풍이와 하늬는 목걸이를 하나씩 받아서 목에 걸었다. 목걸이에 달린 돌에서 은은한 빛이 났다.
“이 목걸이는 다른 사람이 차면 평범하지만 너희가 차면 특별해진단다. 내가 작은 마법을 하나 걸어 두었어. 너무 더울때 이 목걸이를 꼭 쥐고 빌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거야. 자,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구나. 더 늦으면 해가 지고 말 거야.”
사이클론 왕자가 장풍이와 하늬의 손을 꼭 잡았다.
“정말 고마워. 잠깐이었지만 너무 큰 신세를 졌어.”
“아니야. 우리도 정말 재미있었어. 언젠가는 꼭 다시 볼 날이 있겠지?”
사이클론 왕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클론 왕자는 목걸이를 잡고 눈을 감았다. 장풍이와 하늬, 돌개는 바람의 숲에 왔을 때처럼 작아졌다.
“잠깐, 집에 도착했을 때는 다시 커져야 하잖아.”
“그러게, 그땐 누가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지?”허리케인 왕이 껄껄 웃었다.
“그건 걱정 마라. 도착하면 원래 크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내가 마법을 걸어 둘 테니까. 내가 그래도 사이클론보다는 마법 능력이 한참 위 아니겠니. 자, 그럼!”
어디선가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장풍이 일행이 둥실 뜨기 시작했다. 하늘로 솟아오른 장풍이 일행은 아래를 향해서 손을 흔들었고, 사이클론 왕자와 허리케인 왕도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했다. 셋은 집을 향해서 날아갔다.

/자료 제공= ‘비례로 바람 왕국의 다섯 열쇠를 찾아라!’(글 황덕창ㆍ그림 최희옥, 자음과모음)<끝>

저작권자 © 소년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