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유물은? 정답은 바로 도자기! 구석기 시대에 탄생한 도자기는 곧 인류의 역사라 할 수 있다. 도자기는 인류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교역품이기도 했다. 대륙과 대양을 누비며 전 세계로 하나로 연결시켰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긴 도자기의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인류 최초의 도자기 -돌니 베스토니체 여인상

 

조각상이 하나 있어. 좀 이상해 보이긴 하지만 사람인 것 같아. 남자일까, 여자일까? 가슴이 크고 둥근데 축 늘어져 있고, 엉덩이는 아주 넓적해. 여자 같아. 그런데 얼굴을 너무 성의 없게 만들었어. 눈만 팔(八) 자로 찍 홈을 파 놓고 코와 입, 귀는 아예 넣지도 않았어. 게다가 목은 자라목이야. 두 다리는 고작 줄 하나 그은 걸로 끝? 그럼 두 팔은? 뒷짐을 지고 있는 걸까? 이 여인상은 체코의 작은 마을 돌니 베스토니체에 있는 유적지에서 발견된 거야. 왜 이런 인물상을 만든 걸까? 사람의 실제 모습을 이렇게 과장해서 만든 이유가 뭘까? 

이번에는 다른 인물상을 한번 보자. 오스트리아의 빌렌도르프에 발견된 거야.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라고 부르는 유명한 인물상이지. 그런데 좀 이상해. 비너스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인데, 사랑스럽지도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아. 그런데도 ‘비너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있겠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인물상을 이렇게 만든 걸 보면, 당시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날 학자들이 그들의 기준에서 ‘비너스’라는 이름을 붙여 준 거야. 
하지만 새로운 학설을 제시하는 학자들도 있었어.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여성의 가슴, 엉덩이, 생식기가 특히 두드러져 보이는데, 모두 임신과 출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체 부위야. 그러니 다산을 기원하기 위해 만든 인물상이라는 거야. 생산력이 무척 낮았던 시절에는 아이를 많이 낳아 노동력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을 테니까. 
이쯤에서 다시 돌니 베스토니체 유적의 여인상으로 돌아가 보자. 신체의 특정 부분을 강조한 것이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와 많이 비슷하지 않아?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두드러진 차이점이 하나 있어. 돌니 베스토니체의 여인상을 보면, 상체와 하체 사이에 줄이 그어져 있어. 뒤를 보아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옆에서 보니 좀 이상하지 않아? 상체와 하체 사이가 선을 그은 것이 아니라 살짝 벌어져 있어! 이제야 말하지만, 사실 돌니 베스토니체의 여인상은 발견 당시 두 부분으로 분리되어 있었어. 돌니 베스토니체 유적에서 발견된 건 이 여인상이 다가 아니야. 무
려 6750개가 넘는 조각이 무더기로 함께 발견되었지. 이상한 점은 대부분이 깨진 채로 발견되었다는 거야. 왜 그럴까?

돌니 베스토니체 여인상의 뒷모습(왼쪽)과 옆모습.
돌니 베스토니체 여인상의 뒷모습(왼쪽)과 옆모습.

 

세상 만물의 근원을 품은 도자기
두 여인상은 결정적으로 만든 재료가 달라. 앞의 것은 돌을 깎아 만들었고 뒤의 것은 점토로 빚어 불에 구운 거야. 이 차이는 그냥 단순한 차이가 아니야. 인류 문명의 발달사에서 레벨을 달리할 정도의 큰 차이지. 돌을 떼어내고 갈아서 만드는 것이나 동물 뼈와 나무를 깎고 다듬어 만드는 것은 재료의 ‘모양’을 바꾸는 거야. ‘물리적 변화’라고 하지. 그와 다르게 점토를 물을 이용해서 반죽하고, 모양을 만들고, 불에 굽는 것은 재료의 ‘성질’을 바꾸는 거야. ‘화학적 변화’라고 하지. 어떤 재료가 화학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분해되거나 재결합해서 처음과는 성질이 다른 물질이 되는 것을 뜻해. 인류는 오랜 시간 물리적 변화를 이용해 도구를 만들다가 점차 점토에 화학적 변화를 가해 도구를 만드는 방법을 터득했어. 이렇게 해서 만든 걸 ‘도자기’라고 불러. 돌니 베스토니체의 여인상도 일종의 도자기인 셈이지. 

그 조각상들은 왜 깨져 있었을까?

돌니 베스토니체 유적지에서 발견된 동물상과 점토 조각들.
돌니 베스토니체 유적지에서 발견된 동물상과 점토 조각들.

돌니 베스토니체 유적지에서는 여인상뿐 아니라 수많은 동물상과 인물상이 발견되었는데 대부분 깨져 있었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학자는 당시 사람들이 일부러 깼을 거라고 생각해. 불에 굽는 과정에서 온도가 일정 정도까지 올라가 터질 때까지 일부러 놔두었다는 거야. 이상하지? 기껏 만들어 놓고 터트린다고? 그 과정 자체를 하나의 종교 행위나 예술 행위로 여겼다고 해석하는 거야. 또 어떤 학자는 완성시킨 뒤에 일부러 부쉈을 거라고 추측하기도 해. 가마터 유적지에서 도공들이 일부러 도자기를 깨트린 흔적이 많이 발견되기 때문에 그런 추측을 하는 거지. 돌니 베스토니체에서 발굴된 동물상과 인물상이 깨져 있는 것도 도공이 자기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도자기를 깨트린 것과 같은 이유였을까? 그건 아니었을 것 같아.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때, 마음에 좀 들지 않는다고 깨뜨리기엔 좀 아까웠을 것 같아. 적정 온도를 넘어서면서 자연히 깨져 버렸다고 봐야 할 것 같아.
그럼, 발견된 것들 중에 완전한 모습의 조각상이 많지 않은 까닭은 뭘까? 이동 생활을 주로 했던 구석기인들이니 잘 만들어진 것만 챙겨 가고 나머지는 버려두어 그렇게 남아 있는 것 아닐까 하고 짐작할 따름이야.

/자료 제공=‘세계사를 담은 도자기 이야기’(강창훈 지음ㆍ웃는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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