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예바 스칼레츠카 글ㆍ손원평 옮김ㆍ생각의힘 펴냄)

 

지난 달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두 나라의 전쟁이 1년째 되는 날이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쟁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2만 명을 넘어섰다. 전쟁 발발 1주년을 맞아 우크라이나의 12세 여자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기(에세이)가 출간됐다. 우리를 심장이 멎을 듯한 전쟁의 한가운데로 안내하는 책이다.
 

“‘전쟁’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전쟁이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중간에 줄임) 당신이 계획했던 모든 일은 전쟁이 가져오는 파괴로 예고도 없이 망가진다. 정말로 그것을 겪기 전까지, 당신은 전쟁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
전쟁 연대기이인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의 서문이다. 여기에서 보듯 러시아 국경지대에서 가까운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살던 예바 스칼레츠카도 전쟁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생일 파티를 앞두고 잔뜩 기대하고, 친구들과 SNS를 즐기며 영어와 피아노 배우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였다.
그러나 2022년 2월 24일 자신의 열두 번째 생일날 이른 아침에 울린 무시무시한 포성이 그의 ‘평범한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만다.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예바의 얘기대로 가게 안에는 기관총을 든 군인이 있었으며, 도로는 차들로 꽉 막혀버렸다. 마을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고, 밤이 되자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그리고 할머니와 축축한 아파트 지하실로 대피하면서 예바의 지옥 같은 삶도 시작됐다. 그때부터 예바는 모두가 들어야 할 진실을 말하기 위해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쓰기로 한다.
“폭발음이 너무 지겹다. 모든 게 평화로웠던 때의 소리들을 너무나 듣고 싶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빗소리 같은 것 말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엔 모든 게 완벽했다.”

 

예바는 헝가리를 거쳐 아일랜드 더블린에 정착했다. 그는 이곳의 해변에서 추위엔 아랑곳하지 않고 물로 뛰어드는 사람을 보며 자신이 겪고 본 좋은 것과 나쁜 것, 슬픔과 고통을 떠올린다. 
이 책은 우크라이나에서 아일랜드, 다시 헝가리로 이동하면서 목격한 고국의 전쟁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다. 그 과정에서 친구들과 주고받은 메시지, 예바가 사랑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생각은 ‘안네의 일기’가 그랬듯 전쟁이 어린이에게 얼마나 더 참담한지를 보여준다. 즉, 예바의 두 달 간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면 안 된다’, ‘전쟁보다 더 끔직한 것은 없다’는 믿음에 도달하게 된다. “매일 밤 자기 전에 나는 우크라이나와 하르키우의 뉴스를 찾아본다. 미사일과 로켓은 우리를 절망에 빠지게 한다. 나의 가족들은 지하 대피소에 숨어 있다. 그 생각은 나를 끔찍하고 두렵게 한다.”이처럼 소녀가 피란길에 보고 듣고, 또 깨달은 것은 너무나 명확하다. 
이 책은 ‘아몬드’를 쓴 손원평 작가가 번역했다. 그는 옮긴이의 말에서 “아이들은 전쟁에 대해 알 권리가 없다. 그 당연한 무지의 권리를 지켜 주기 위해, 다시 말해 전쟁이 어떤 것인지 몰라야 하는 연약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아이들)을 위해, 역설적으로 우리는 전쟁이 어떤 것인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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