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론 왕자는 부싯돌을 딱딱 쳐서 불꽃을 일으켰다. 불꽃이 몇 번 튀다가 마른 풀에 닿자 붉은빛을 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나뭇가지에도 불이 붙고 가마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자, 이제 모래시계가 다 됐네. 빵을 구울 시간이야.”
하늬가 빵 반죽이 담긴 그릇을 가마로 가져왔다. 반죽이 처음보다 커져 있었다.
“우와, 아까보다 훨씬 커졌네? 신기하다!”
“효모가 반죽 안에서 발효했기 때문이야. 효모는 설탕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거든. 그러면 이산화탄소 때문에 빵 안에 공기가 차서 구멍이 숭숭 뚫리지.”
“아하, 그래서 빵을 찢으면 안에 구멍이 잔뜩 있구나.”
“반죽을 발효시키지 않고 구우면 빵이 딱딱하지만, 이렇게 발효시켜서 구우면 구멍 때문에 부드러워져.”
“그런데 효모가 설탕을 이산화탄소랑 알코올로 분해한다고? 그럼 여기 술이 들어 있는 거야?”
“그렇다고 볼 수는 있는데 어차피 굽는 과정에서 다 날아가. 알코올은 끓는점이 물보다 훨씬 낮거든.” 
“아, 그렇구나.”
“자, 얼른 빵을 구워 보자고. 모래시계를 세 번 뒤집을 동안 구워야 하니까 땔감도 좀 더 필요할 거야.”

▲효모는 설탕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한다.
▲효모는 설탕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한다.
▲빵안의 구멍은 효모의 발효 때문에 생긴다.
▲빵안의 구멍은 효모의 발효 때문에 생긴다.

 

장풍이가 탁자에서 긴 주걱 같은 도구를 가져왔다.
“이거 텔레비전에서 본 것 같아. 여기다가 빵을 올려놓고 가마 안에 넣는 거지?”
“그래, 맞아. 가마 안은 뜨거우니까.”
하늬가 반죽이 잘 떨어지도록 주걱 같은 도구의 큰 판 위에 밀가루를 조금 뿌린 다음, 빵 반죽을 올려놓았다. 장풍이는 가마에 반죽을 밀어 넣고서 도구만 쏙 빼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장풍이 일행은 번갈아 가면서 땔감을 더 주워 왔고, 열매도 몇 개 더 따 왔다. 사이클론 왕자가 다래를 먹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열매는 왜 달까? 꽃에 꿀이 있는 건 곤충이 꿀을 따면서 꽃가루를 묻혀 수정시키도록 하는 거잖아.”
사이클론 왕자의 말에 하늬가 대답했다.
“열매도 나름의 번식을 위해서 그런 거지. 보통 열매 안에는 씨가 있잖아.”
“응, 맞아.”
“동물이 그걸 먹고 어딘가 다른 곳에서 똥을 눌 거 아니야. 씨는 소화가 잘 안 되기 때문에 똥과 함께 나올 거야. 그러면 씨앗이 다른 먼 곳에도 퍼질 수 있지.”
“동물들이 맛있게 먹어 주어야 하니까 열매에서 단맛이 나는 거구나.”
“잠깐, 그런데 고추도 안에 씨가 있는데 왜 그렇게 매워? 그걸 누가 먹는다고.”
“그건 매운맛을 못 느끼는 동물이 있거든. 사실 매운맛은 맛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통증에 가까운 감각이야. 새 중에는 고추의 매운 성분을 먹어도 이를 느끼지 못하는 종들이 있대.” 
“매운맛을 못 느낀다고?”
“심지어 고추씨는 작고 약해서 웬만한 동물들은 다 소화시키는데 새들은 소화도 못 시키나 봐. 그래서 새만 먹을 수 있도록 매운맛이 생긴 거래.”
“식물 나름대로 누가 먹어 줄지를 가리는 거구나.”
“그래, 사람은 정말 별의별 맛을 다 느끼지만 대부분 동물은 사람만큼 맛을 잘 느끼지는 못해.”
사이클론 왕자가 부러운 눈으로 하늬를 바라보았다.
“와, 하늬는 아는 게 정말 많구나. 나도 저렇게 공부 잘했으면 좋겠다.”
“집에 있으면 늘 심심하니까. 책을 많이 봐서 그런 거야. 사이클론도 책 많이 보면 나보다 훨씬 똑똑해질걸?”
그러는 사이에 모래시계를 세 번 뒤집을 시간이 지났다.
“자, 이제 빵을 꺼내 보자고!”
장풍이가 다시 도구를 집어 들고 가마에 밀어 넣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고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큼직한 빵이 끌려 나왔다. 사이클론 왕자가 커다란 빵을 조심스럽게 반으로 쪼갰다.
“엇, 열쇠다! 이제 네 개째야.”

 

고추가 가진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이다. 
고추가 가진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이다. 

 

 

/자료 제공= ‘비례로 바람 왕국의 다섯 열쇠를 찾아라!’(글 황덕창ㆍ그림 최희옥,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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