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주남저수지와 강원도 철원군 민통선 등에 최근 겨울철새 ‘선발대’가 도착해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철새 중에는 수만 ㎞가 넘는 먼 곳에서 온 종류도 많다. 철새는 왜 이맘때 우리나라를 찾으며, 그 수는 얼마나 될까? ‘지구 여행자’철새가 목적지를 잘 찾아가는 비밀은? 철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철새와 나그네새
철새는 말 그대로 철(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새를 말한다. 이른 봄부터 초여름에 와서 새끼를 낳고 여름을 나면 여름 철새다. 즉 번식을 위해 따뜻한 곳으로 이동한다. 물총새와 백로, 뻐꾸기 등이 있다. 겨울 철새는 러시아 시베리아, 몽골과 같은 추운 지역에서 살다가 월동을 위해 우리나라로 날아가 겨울 한 철(10월~이듬해 3월)을 보내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새를 이른다. 비행거리는 보통 3000㎞ 이상이다. 반면, ‘나그네새’는 어느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봄가을에 그냥 들렀다가 지나가는(통과하는) 새를 말한다.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
한 해 동안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 철새는 130만 마리, 120종 이상이다. 그 이유는 북쪽보다 기온이 따뜻한 데다 오염되지 않고,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재두루미
재두루미
쇠기러기
쇠기러기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도 1500마리가 국내에서 겨울을 난다. 두루미와 쇠기러기, 큰고니, 가창오리, 쇠오리, 물수리, 개똥지빠귀 등도 한반도에서 겨울을 지낸다. 

△지혜가 담긴 V자 대형 이동
철새들이 떼지어 날 때 선두는 무리 중 가장 힘이 세고 체력이 좋으며, 경험이 풍부한 새가 맡는다. 선두가 체력이 떨어지면 다음 자리의 새가 위치를 바꾼다. 철새들의 이동 대형은 ‘V자’. 고통을 나누고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새는 날갯짓을 하며 아래위로 난기류(소용돌이)를 만드는데, V자 비행을 하면 앞선 새가 만드는 하강기류를 피해 상승기류를 탈 수 있다. 그 때문에 뒤따르는 새들은 날갯짓을 덜 해도 흐름을 타고 편하게 비행할 수 있게 된다. 앞선 새의 박자에 맞춰 날갯짓을 하는 것도 이런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렇게 하면 홀로 이동하는 것보다 70% 이상 더 비행을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일렬로 줄을 지어 날아갈 때는 엇박바로 날갯짓을 한다. 앞의 새가 만드는 하강기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목적지 찾는 비밀
철새들은 해마다 목적지를 잘도 찾아간다. 과학자들은 새 몸 안에 특수한 생물시계가 있으며, 그에 따라 움직인다고 본다. 몸에 지구의 자기장에 반응해 나침반 기능을 하는 기관이 있어 방향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 낮에 이동하는 새들은 태양을 길잡이로 삼고 해의 위치에 따라 남쪽과 북쪽을 알아낸다. 산맥이나 강을 지형이나 지물로 읽기도 한다. 
반면, 밤에 나는 새들은 별의 위치(별자리)를 기준으로 방향을 잡는다. 흐린 날에는 지구의 자기장을 길잡이로 삼아 목적지로 이동하기도 하며, 바람과 구름의 흐름을 따르기도 한다. 

△철새 도래지
창원 주남저수지에서는 재두루미와 가창오리 등 50여 종의 겨울 철새 2만 5000여 마리가 월동한다. 순천만은 가창오리 군무를 볼 수 있다. 철새의 낙원인 충남 서천군 금강하구에서는 80만 마리의 철새가 월동한다. 전북 고창군 동림저수지에서도 가창오리의 군무를 감상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갈대 군락지인 전남 해남군 고천암도 겨울이면 철새와 가창오리들의 천국이 된다. 그리고 서산 천수만과 강원 철원군, 군산, 안산 시화호, 부산 을숙도도 수십 종의 철새들이 이듬해 봄까지 월동한다. 

△올바른 철새 탐조법
철새들은 예민한 감각기관을 갖고 있다. 따라서 3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쌍안경 등의 장비를 이용해 관찰해야 한다. 새의 시력은 사람보다 8~40배 좋다. 화려한 색의 옷을 입고 움직이면 새를 자극할 수 있다. 녹색이나 갈색 옷을 입고 탐조지로 가는 것이 좋다. 새들의 비행을 찍기 위해 새에게 돌을 던지거나 크게 발을 굴려 놀라게 하는 행동도 하지 말아야 한다.

 

철새 탐조 시설

서천 조류생태전시관
서천 조류생태전시관

 

천수만에서 멀지 않은 서산시 부석면에는 서산버드랜드가 위치한다. 철새를 주제로한 철새 박물관과 미로정원이 있으며, 탐조투어도 운영되고 있다. 충남 서천군에는 4층 규모의 조류생태전시관(사진 위)이 있다. 2층과 3층에서 금강에 찾아오는 철새 관련 정보와 일생, 철새들의 이동경로를 살펴볼 수 있다. 시화나래철새도래지에서도 철새 관찰대와 탐방로, 생태교육장이 갖춰져 있다. 강원도 철원군 DMZ 두루미 평화타운에는 3층 규모 건물의 ‘철원 국제두루미센터’(아래)가 있다. 철원군을 찾은 철새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다양한 조류 모형도 갖추고 있다.

철원 국제두루미센터
철원 국제두루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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