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이슈를 사사건건 따져 보는, 사사건건 토론회를 시작합니다! 학교 폭력은 학교를 넘어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과거에는 또래 사이의 일이라고 넘겼지만, 그 정도가 심각해지며 이를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었지요. 그 결과 2004년 학교 폭력 예방법이 마련되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학교 폭력 문제는 해결되었을까요? 많은 분이 아니라고 대답하실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초ㆍ중ㆍ고교생 학교 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피해를 당했다는 응답이 최근 10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했지요. 이에 정부는 학교 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학교 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었지요. 그 후속 조치로 이번 2024년 1학기부터 중대한 가해 사실은 졸업 후 4년 동안 생활 기록부에 남게 됐습니다. 2026학년도부터는 대학 입시에 학교 폭력 기록이 반영돼 가해 학생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요. 이에 대해 찬성과 반대 입장을 대표하는 시민을 만나 의견을 들어 볼까요? 

 


▷찬성 남기자
그동안 사회적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학교 폭력은 사그라들지 않았어요. 아니, 오히려 갈수록 심해지는 형편이지요. 학교 폭력은 자라나는 청소년의 몸과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겨요. 이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어려움을 안고 살고요. 그런데 가해 학생은 가벼운 처벌로 반성조차 없이 흐지부지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점차 늘어나는 학교 폭력 사건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보다 강한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봐요. 다행히 이번에 학교 폭력 가해 기록 보존 기간이 졸업후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났어요.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를 바라요. 

▷반대 안대용
저는 다르게 생각해요.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도 어린 학생이에요. 그렇기에 이 문제는 더욱 신중하게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요? 생각해 보세요.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을 생활 기록부에 남기면 낙인 효과(과거의 좋지 않은 경력이 현재의 인물 평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가 나타날 수 있어요. 이렇게 한번 낙인찍히면 가해 학생이 엇나갈 위험이 따르지요. 아직 어린 만큼 교육을 통해 반성하고 변화할 기회를 주는 게 나아요. 이렇게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고요. 과연 학교 폭력을 근절할 대책이 맞는지 따져 봐야 해요. 

▷찬성 남기자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에 따른 벌을 받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죠. 더구나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을 평생 안고 가야 하는 것도 아니에요. 비교적 가벼운 징계 기록은 졸업과 동시에 삭제되며, 중대한 학교 폭력을 일으켜 6호(출석 정지), 7호(학급 교체), 8호(전학) 처분을 받았을 때 졸업 후 4년 동안 기록이 남는 것이니까요. 이러한 처분은 심각하거나 지속적이고 고의성 짙은 학교 폭력이라고 판단될 때 내려지는데, 그래도 너무한 처사일까요? 잘 아시다시피 학교 폭력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에요. 입시나 취업 등에 불이익이 따르는 이번 조치가 실효성을 거둘 것이라고 기대해요.

▷반대 안대용
폭력의 가볍고 무거운 정도를 따져 기록을 남기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가해 학생 모두가 영향을 받는 게 아니니까요. 어쩌면 ‘가벼운 학교 폭력 정도는 괜찮다.’라는 그릇된 생각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죠. 가해 학생이 처분을 받아들이지 않는 일도 생길 거예요. 안 그래도 징계 처분에 불복해 법정 다툼으로 끌고 가는 사례가 점점 느는 추세인걸요. 전문 변호사를 구해 어떻게든 처벌을 낮추거나 피하려 할 게 빤해요. 이렇게 불필요한 소송이 늘면 시간과 노력이 허비될뿐 아니라 징계 처분을 바로 집행할 수도 없게 돼요. 그러면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과 학교에서 계속 마주쳐야 하는데, 보복성 2차 가해가 일어나면 어쩌나요? 처벌 강화에 앞서 이런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해요. 

 


이제, 마무리 합시다!
▷사회자
두 분의 열띤 토론 잘 들었습니다. 이쯤에서 지금까지 나온 의견을 한눈에 쏙쏙 들어오게 정리해 볼까요?

▷찬성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잇따르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
학생들의 경각심을 일깨워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중대한 학교 폭력에만 해당하며, 실질적인 불이익이 따르는 실효성 있는 조치이다.

▷반대
가해자도 학생이므로 교육을 통해 반성하고 변화할 기회를 줘야 한다. 
한때의 잘못으로 입시나 취업에까지 불이익을 주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처벌 강화에 앞서 처벌에 따르는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 안팎에서 일어나는 폭력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길러 내기 위해서 학교 폭력 예방법이 마련된 지 벌써 20년입니다.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교육 환경이 갖추어졌는지는 여전히 의문인데요, 학생 수는 점점 주는데도 학교 폭력 사건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요. 학교 폭력을 저지르는 나이대도 어려지고, 그 방법 또한 잔혹해졌지요. 정부는 그동안 학생 인권을 내세워 처벌을 가볍게 한 것이 지금의 현실로 이어진 것이라면서 엄벌을 강조한 조치와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학교 폭력이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의 미래에 끔찍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 아닐까요? 이게 바로 우리 사회가 학교 폭력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하루빨리 학교 폭력 없는 세상을 맞이하길 바라며, 여기서 사사건건 토론회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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