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주리
오늘은 블랙 데이라서 짜장면 맛집으로 소문난 춘희루에 찾아왔어요. 역시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네요. 깡쥬리가 방문한 춘희루는 간짜장 하나를 먹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줄을 서야 하는 아주 유명한 집이죠. 

갓시앙      블랙 데이요?
와그리      춘희루 짜장면은 인생 짜장면이죠!
짜그리     오호! 솔로의 날 먹는 짜장면이라….

앗, 블랙 데이를 모르는 분이 계신가요? 블랙 데이는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 데이에 초콜릿과 사탕을 못 받은 사람들이 짜장면을 먹으며 즐기는 날이에요. 그래서 저도 짜장면을 먹으러 왔죠.^^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주문한 간짜장이 나왔는데요, 노란 면발 위에 반숙의 달걀프라이가 침샘을 자극하네요. 파와 함께 볶은 짜장은 우후~ 역시 냄새부터 남다르군요.

너구리    비주얼이 미쳤는데요?
세작     달걀프라이와 면을 함께 비벼 먹는 건가요? 위치 좀 알려 주세요!
초롱이   전 지금 중국에 살고 있는데 중국 짜장면과 한국 짜장면은 정말 다르네요.

 

면발 위에 간짜장소스를 붓고 젓가락으로 골고루 섞으면 끝! 한입 가득 먹으면, 우아~ 쫀득한 면발에 달착지근한 소스와 아삭한 양파, 그리고 파 향이 섞여 입안에서 간짜장이 춤을 추는 것 같네요! 간짜장 양념은 숟가락으로 그냥 퍼먹거나 밥에 비벼 먹어도 최고죠. 그런데 중국 짜장면과 한국 짜장면이 다르다는 댓글이 눈에 띄네요. 우리는 분명 짜장면을 중국 음식이라 알고 있는데, 어떻게 다른지 알아볼까요?

화교들이 즐겨 먹던 작장면
언제부터 짜장면을 먹기 시작했나요?
화교들이 인천에 정착하면서 작장면이라는 음식을 만들어 팔았어요. 

1881년 개화 정책을 추진하던 조선 정부는 군대를 개선하기 위해 신식 군대인 별기군을 만들었어요. 별기군은 구식 군대보다 월급도 많이 받았지요. 차별 속에서도 버티던 구식 군대는 월급이 밀리면서 불만이 극에 달했어요. 그러던 차에 월급으로 모래와 쌀겨가 섞인 쌀을 나눠 주자 1882년에 난을 일으켰지요. 이를 ‘임오군란’이라고 한답니다. 조선 정부는 이를 진압하기 위해 청나라에 군대를 요청했어요. 이때 청나라 군대를 따라 산둥성 출신의 청나라 상인들이 조선에 들어오게 되었지요. 청나라 군대와 함께 들어온 화교외국에서 사는 중국 사람들은 지금의 인천 차이나타운에 집을 짓고 가게를 열었어요.

▲인천 차이나타운
▲인천 차이나타운

또 중국에서 즐겨 먹던 작장면을 만들어 팔았지요. 작장면은 중국의 된장인 첨면장을 기름에 볶아 삶은 국수와 함께 비벼 먹는 음식이에요. 노점에서 팔던 작장면은 싼 가격과 간편함으로 노동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답니다.
 

직장면에서 짜장면으로
작장면과 짜장면은 뭐가 다른가요?
소스의 레시피가 다르답니다.

짜장면의 주된 재료는 춘장인데요, 춘장은 첨면장의 줄임말인 첨장이 변해 춘장이 되었다는 설이 있어요. 또 파를 찍어 먹는 장이라는 뜻의 충장(또는 춰옹장)이 변한 말이라는 이야기도 있지요. 작장면이 인기를 끌자 차이나타운에 있는 식당들의 경쟁이 시작되었다고 해요. 중식당들은 차별화를 위해 노력했는데요, 춘장의 색이 진할수록 맛있다는 말이 돌면서 설탕을 태워 춘장에 섞는 식당도 있었지요. 이렇게 단맛을 살린 작장면이 한국 사람들의 입맛을 끌면서 발음이 쉬운 짜장면으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작장면과 한국식 짜장면의 맛이 다르기 때문에 1980년대 말 중국 관광이 시작되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조 짜장면을 찾기 위해 중국의 작장면 집에 많이 들렀어요. 
 

춘장이 이끈 짜장면의 대중화?
짜장면은 어떻게 대중음식이 되었나요?
새로운 춘장 소스를 만나면서 대중화되었어요.

짜장면의 맛을 결정하는 주재료가 춘장이라고 했는데, 그 당시에는 춘장의 맛이 일정하지 않았어요. 볶을 때마다 맛이 달랐지요. 이에 화교들은 짜장면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대중적인 음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에 ‘왕송산’이란 사람이 캐러멜을 넣은 춘장을 만들었지요. 그러자 진하고 달달한 춘장이 완성된 거예요. 새로운 소스로 만든 짜장면은 사람들을 중식당으로 이끌었고, 식당들은 더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기 위해 춘장에 고기와 야채를 볶아 출시했어요. 그러면서 짜장면은 대중음식이 되었답니다.

우리나라에서 짜장면이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과 다르게, 중국 본토에서 작장면은 부산의 밀면처럼 지역의 향토 음식과 같아요. 중국에서 작장면을 많이 먹는 곳은 베이징, 허베이성, 산둥성 등의 북방 지역이지요. 북방 음식 전문점 같은 곳에 가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작장면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중국인들도 많다고 해요. 

▶짜장면 더 알아보기

짜장면 박물관으로 바뀐 공화춘.
짜장면 박물관으로 바뀐 공화춘.

공화춘은 1908년부터 1983년까지 인천광역시 중구 차이나타운에 있었던 중국 음식점으로, 우리나라에서 짜장면을 최초로 개발하여 판매한 곳이에요. 처음에는 무역업을 하던 상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곳이었는데,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되면서 중국인들이 인천에 살기 시작했지요. 그러다 점점 조선과 청의 무역이 활발해지자 중국 요릿집이 생기게 되었고, 공화춘도 그때 지어진 거예요. 공화춘은 2012년 4월 짜장면 박물관으로 새 단장했지요. 이곳에 가면 짜장면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답니다.
/자료 제공=‘초등 독서평설 4월호’(지학사)

저작권자 © 소년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