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은 신라 말기의 대학자야. 열두 살에 당나라로 유학가 6년 만에 과거를 보아 당당히 급제했지. 그 뒤 여러 벼슬을 거쳤는데, 황소의 난 때는 반란군 두목인 황소를 꾸짖는 글인 「토황소 격문」을 써서 문장가로 이름을 떨쳤어.
신라 헌강왕 11년(885년), 신라로 돌아온 최치원은 당나라에서 배운 학식으로 정치를 잘 해 보려고 온 힘을 쏟았어. 그러나 당시 신라는 매우 어지러웠지.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심하고 백성들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도둑질에 나섰어.
최치원은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칠 수가 없게 되자 스스로 태수가 되어 지방으로 내려갔단다. 그는 태인ㆍ함양ㆍ서산 등의 태수를 지냈지. 
최치원이 함양 태수로 있을 때의 일이야. 경상도 함양에는 고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위천’이란 강이 있었어. 이 강은 여름철에 비가 많이 오면 흘러넘쳐 홍수가 나곤 했는데, 그럴 때면 논밭은 물론 마을이 물에 잠겨 버렸지. 함양에 부임한 최치원은 백성들이 홍수 피해를 보자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
‘백성들이 해마다 이런 피해를 당하니…… 홍수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을까?’
최치원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궁리를 거듭하다가 별안간 손으로 무릎을 쳤어.
‘그래, 바로 그거야. 둑을 쌓아 강물을 돌리고, 둑 위에 나무를 심는 거야.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면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거야!’
최치원은 날이 밝자마자 마을 사람들을 동원하여 공사를 시작했어. 둑을 쌓아 강물을 돌리고 둑 위에 나무를 심었지. 둑을 따라 소나무ㆍ느티나무ㆍ떡갈나무ㆍ밤나무ㆍ굴참나무ㆍ층층나무ㆍ팽나무 등 다양한 종의 나무를 심어 숲을 가꾸었어. 그러고는 숲을 ‘대관림’이라고 불렀지. 십 리에 걸쳐 이어진 대관림은 상림과 하림으로 이루어져 있었어. 
어느 날 최치원은 어머니를 모시고 상림으로 놀러갔어. 나무가 우거진 숲을 어머니와 함께 거니는데 어디선가 불쑥 뱀 한 마리가 나타났단다. 
“으악!”
어머니는 뱀을 보자 까무러칠 듯이 놀랐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지.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보자 최치원은 뱀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어.
“앞으로는 이 숲에 뱀은 얼씬도 하지 마라!”
최치원은 소문난 효자였어. 그의 효심에 하늘이 감동했는지 그 뒤부터 상림에서는 뱀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는구나.
세월이 흐르면서 하림은 거의 없어지고 상림만 남았어. 이 숲은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첫 인공림으로서 그 가치가 인정되어 1962년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되었지. 이 숲에는 현재 100여 종에 이르는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단다.
함양에 있는 상림처럼 마을 사람들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숲을 ‘마을 숲’이라고 해. 일제 강점기 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1335개의 마을 숲이 있고, 산림청의 조사에 의하면 현재 전국에 1410개의 마을 숲이 있다는구나. 마을 숲은 그 기능에 따라 수구막이, 방풍ㆍ방수림, 방조ㆍ어부림 등이 있어. 
수구막이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물이 드나드는 곳인 ‘수구(水口)’가 열려 있으면 마을이 허하다고 하여 마을 입구에 만든 숲이야. 빠뜨리거나 모자라는 것을 돕는다는 뜻에서 ‘비보림’이라고도 하지. 더러운 물이 빠지는 수구문을 가리거나 불길한 기운이 마을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숲을 만든 거지. 
방풍ㆍ방수림은 거센 바람을 막거나 밀려오는 홍수를 막기 위해 만든 숲이야. 하천을 끼고 있는 곳에서는 하천 변에 나무를 심어 수해를 방지하고 농경지를 보호하는 거야.
방조ㆍ어부림은 바닷가 마을에서 바닷바람을 막고, 물고기를 모여들게 하려고 가꾼 숲이야. 바닷가에 바람막이숲을 만들면 바닷바람과 해일 등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고 농작물 피해를 줄일 수 있지. 그리고 숲 그늘로 물고기 떼를 불러 모아 물고기들이 번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단다.


담양의 관방제림도홍수 피해를 막으려고 만든 숲이라면서요?
전라남도 담양의 관방제림은 담양읍을 휘감아 흐르는 담양천의 북쪽 언덕에 만든 숲이야. ‘관방제림’은 ‘관청에서 조성한 둑의 나무’라는 뜻이지. 이 숲을 만든 사람은 『춘향전』의 주인공인 이몽룡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진 성이성이야. 그는 인조 26년(1648년), 담양 부사로 부임했는데, 여름철이면 담양천이 범람하여 백성들이 고통 받는 것을 보고 담양천 변에 둑을 쌓고 나무를 심었어. 성이성은 이 공사를 위해 자신의 재산을 내놓았다고 해. 그 뒤 관방제림은 철종 5년(1854년), 담양 부사 황종림이 3만 명을 불러 모아 보수 공사를 했지. 이곳에 있는 굵은 나무는 3백여 년 전에 성이성이 심은 것이고, 그보다 작은 나무는 백여 년 전에 황종림이 심은 것이라는구나. 담양의 관방제림은 1991년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되었는데, 천연기념물 지정 구역 안에는 177그루의 나무들이 있다고 해.

/자료 제공=‘식물로 보는 한국사 이야기 ① 고조선부터 고려까지’(신현배 글ㆍ김규준 그림ㆍ뭉치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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