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구
대양의 해구는 세계에서 가장 탐구되지 않은 생태계예요. 가기도 힘들지만, 수압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에요. 해구는 초심해대로도 알려져 있으며, 수심 6000m에서 1만 1034m에 이르기까지 대양의 가장 깊은 곳들은 모두 이곳에 속해 있어요. 얼마나 깊은지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이자면, 지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800m가 조금 넘고, 에베레스트산의 높이는 겨우 8848m랍니다!

대양의 해구는 길고도 좁아요. 이곳은 가장 오래되고도 가장 차가운 해저가 다시 지구로 되돌아가는 곳이에요. 심해 열수구에서 새로운 해저가 탄생하듯이, 가장 오래된 해저는 대양의 해구 속에서 생을 마감해요. 해구는 수압이 너무 높아 과학자들이 가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그물을 아래로 아래로 내려서 머나먼 해저의 생명체들을 잡아 올려요. 그런데 이렇게 깊은 바닷속에 사는 생명체들은 대개 몸이 연하고 섬세해서 해수면으로 올라오기까지의 상황을 잘 감당해 내질 못해요. 수면 위로 몇 킬로미터 옮겨질 즈음이면 형체가 알아보기 힘들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해구의 생명체는 연구하는 일이 워낙 어렵다 보니 발견된 동물이 해당 종의 유일한 개체일 때도 있어요. 이곳 동물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아직도 알아내야 할 사실들이 많아요.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간은 심해를 촬영하기 위해 소형 잠수정을 내려보냈어요.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동물들의 행동 방식 말고도 기이하고 멋진 새로운 종들을 발견해 냈지요. 무인 탐사정(ROV)으로 불리는 로봇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작은 잠수정 속에 비집고 들어가는 모험심 넘치는 사람들도 있어요. 아무리 겁이 나도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겠다는 열정을 간직한 탐험가들 말이에요! 아무도 그 존재를 모르는 심해 생물을 내 눈으로 직접 본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들 중에는 <타이태닉>과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도 있어요. 또 다른 탐험가로는 미국인 사업가 빅터 베스코보를 꼽을 수 있는데, 그는 잠수정을 타고 가장 깊은 바닷속(수심 1만 927m)으로 내려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답니다!

극한 수압 속에서 살아남기
칠흑 같은 어둠과 얼어붙을 듯한 수온은 물론이고, 해구에서의 삶은 엄청난 수압을 견뎌야만 해요. 에펠 탑을 머리에 이고 산다고 생각해 보세요. 해구 속 생명체들이 얼마나 큰 수압 속에서 살아가는지 알겠죠? 이렇게 깊은 곳에 내려가면 우리는 팬케이크처럼 납작해질 거예요. 

 


초심해꼼치
초심해꼼치는 지금껏 해수면으로 가져와 연구한 물고기들 가운데 가장 깊은 바닷속에서 잡은 물고기로 유명해요. 수심 8000m가 넘는 바닷속에서 발견되었거든요. 참 희한하게 생긴 녀석이
에요. 이렇게 깊은 바다에서는 물고기들의 생김새가 확실히 달라요. 심연에 사는 물고기들에게 흔한 비늘과 거대한 이빨은 사라졌어요. 대신 이 물고기는 몸이 분홍빛에 미끄럽고 젤리 같아요. 또 골격이 매우 연하고, 두개골 일부가 열려 있어요. 두 가지 모두 극심한 심해의 수압을 이겨 내는 데 유용하지요. 

놀랐지!
2008년 이전에는 자연 서식지에 사는 초심해꼼치가 목격된 적이 없었어요. 과학자들이 연구용으로 쓰는 소금에 절여 말라 비틀어진 표본이 전부였지요. 초심해꼼치가 카메라 주위에서 먹이를 먹고 헤엄쳐 다니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활동적이었어요. 과학자들은 깜짝 놀랐어요. 엄청난 수압 탓에 혼자서 느릿느릿 다닐 줄 알았거든요. 이들이 이러한 수압에서도 활달하게 움직이는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과학자들은 지금도 연구 중이에요.

그 아래에도 먹을 게 있어?
심해에서 포획한 초심해꼼치의 위장 속 내용물을 살펴본 과학자들은 녀석들이 굶주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배 속이 작은 갑각류로 가득 차 있었거든요! 죄다 마카로니처럼 말려 있는 모습이 꼭 뜰이나 밭에서 볼 수 있는 벌레들 같았다고 해요.

부끄러워!
몸이 너무 투명해서 몸속 장기들이 훤히 보여요!

 

초심해 물고기
부은 주둥이와 작은 눈을 가진 아비소브로툴라 갈라테아이(A. galatheae)는 지금까지 발견된 물고기 중 가장 깊은 곳에 사는 물고기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어요. 첨칫과의 일종으로, 1970년 푸에르토리코 해구의 수심 8370m 깊이에서 발견되었어요.


많아야 안전해
아비소브로툴라 갈라테아이에 대해서는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지만 다른 첨칫과와 비슷한 방식으로 번식하지 않을까 생각돼요. 찐득한 덩어리 속에 알을 방출한 뒤, 이 덩어리를 물속으로 띄워 보내요.

/자료 제공=‘심해 동물 대탐험’(샘 콜드웰 글ㆍ천미나 옮김ㆍ박시룡 감수ㆍ별숲)

저작권자 © 소년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