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까지 칠면초·해홍나물·함초·나문재 등 염색식물 단풍 군락 ‘장관'

자연의 시간은 어느덧 가을의 절정을 향해가고 있다. 이맘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설악산과 치악산 등 유명 단풍 관광지다. 하지만 갯벌에도 단풍이 든다. 아니 산의 단풍보다 오히려 더 붉고 곱다. 선홍빛 가을 전령의 주인공들은 ‘염생식물’. 11월 초까지 서남해 등 전국의 갯벌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염생식물을 안내한다. 풍캉스(단풍+바캉스) 명소도 담았다.
 

△갯벌과 염생식물
갯벌은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지이자 철새들의 휴식처다. 오염물질을 걸러내 흡수 및 분해하고 바다를 정화해줘 ‘자연의 콩팥’ 역할을 한다. 서천ㆍ고창ㆍ신안갯벌과 보성ㆍ순천갯벌 등 한국의 서남해안 5개의 갯벌 4곳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 있다. 이 갯벌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 염생식물이다. 염분(소금기)이 많은 땅에 자라며, 육상과 해안 생태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학술적으로는 5/1000g가량의 소금 농도에서도 살 수 있는 식물을 일컫는다. 염생식물은 동물들이 깃들어 살 수 있는 터를 제공하고, 해안 침식을 막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약 100종이 서식한다.

△대표적인 갯벌 단풍

▲칠면초
▲칠면초

 

갯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염생식물은 칠면초다. 풀 이름은 머리 부분이 녹색에서 자주색으로 변하는 ‘칠면조’에서 따왔다. 이름 그대로 계절에 따라 일곱 번 색이 바뀌는 게 특징이다. 이맘때면 산속 단풍들처럼 갯벌 위에 붉은 비단을 깔아 놓은 듯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 지어진 별명이‘갯벌의 레드카펫’. 그중에서도 가장 붉게 물들 때가 11월까지이다. 

▲해홍나물
▲해홍나물

‘바다의 붉은 나물’해홍나물도 칠면초만큼 흔하다. 특히 서해안 일대 육지 가까운 쪽 갯벌은 대부분 이 식물이다. 칠면조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구분법은 칠면조 잎이 곤봉처럼 뭉뚝한 데 비해 해홍나물 잎은 길쭉하고 끝이 뾰족하다는 점이다. 곁가지가 땅에서 5㎝ 이상 떨어져서 나오면 칠면초, 땅에 거의 붙어서 나오면 해홍나물이다.

▲함초
▲함초

퉁퉁마디(함초)는 여느 염생식물에 비해 줄기가 통통하면서도 마디가 뚜렷하다. 함초는 ‘짠맛이 나는 풀’이라는 뜻. 줄기를 혀로 핥아보면 짠맛이 난다. 별명은 ‘바닷속 산삼’. 그만큼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나문재는 다른 염생식물보다 키가 큰 편(50~100㎝)이다. 봄에는 녹색을 띠다가 가을에 붉게 물든다. 이맘때는 열매가 별사탕 모양이라서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다. 잎이 솔입처럼 가늘어 ‘갯솔나무(갯벌의 소나무)’로도 불린다.

▲나문재
▲나문재

육지 쪽 갯벌에서 바다 쪽으로 나문재, 해홍나물, 칠면초 순으로 자란다. 방석나물은 전남 무안의 갯벌 등지에서 만날 수 있는 한해살이풀이다. 방석처럼 바닥에 퍼져 자라는 나물이란 뜻을 지닌다. 여름부터 가지마다 자그마한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함초나 칠면초처럼 나물로도 먹을 수 있다.

△갯벌의 단풍 명소
인천 중구 영종도 갯벌의 주인공은 칠면초다. 자주색과 녹색의 어우러짐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남 순천의 순천만습지에서도 칠면초가 대규모 군락을 이룬다. 감상 포인트는 용산 전망대.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의 자연과 천연색의 가을을 함께 마주할 수 있다. 해룡면 와온해변에서 전망대를 잇는 해변길에서는 군락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전남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 갯벌 습지에 칠면초와 함초가 가을의 단풍처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전남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 갯벌 습지에 칠면초와 함초가 가을의 단풍처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전남 신안 증도의 소금 생산지인 태평염전도 칠면초 사진 촬영지로 인기다. 인천 소래포구와 소래습지생태공원, 시흥 갯골생태공원, 인천 강화군 석모도, 경기 안산과 화성 일대도 칠면초와 해홍나물, 나문재 등의 염생식물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석모대 해안은 해홍나물 군락지가 장관이다. 전북 부안군 줄포만 갯벌생태공원은 칠면초와 퉁퉁마디, 갯개미취 등 염생식물의 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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