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만장일치로 등재 결정 세 번째 도전 만에 가치 증명 성과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꼽히는 ‘한국의 갯벌’이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ㆍ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앞서 2007년 등재된 제주도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한국의 세계자연유산으로는 두 번째이자 14년 만이다. 철새의 중간 기착지이자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인 갯벌의 세계유산 등재 의미를 살펴보자.

◇서남해안 갯벌 4곳 묶은 유산…‘반려’권고 두 단계 올려 등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6일 온라인으로 44차 총회를 열고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을 만장일치로 세계유산 중 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 구체적으로는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ㆍ순천 등 서남해안 4곳(5개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갯벌을 묶은 유산이다. 신안 갯벌이 1100㎢로 가장 넓고, 나머지 갯벌 면적은 각각 60㎢ 안팎이다. 모두 습지보호 지역이고, 일부가 람사르 습지이다. 한국의 갯벌은 지난 5월 세계자연유산 자문ㆍ심사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네 단계 평가 체계(등재ㆍ보류ㆍ반려ㆍ등재 불가) 중 세 번째인 ‘반려’권고를 받았다. 반려는 사실상 불합격에 가까운 점수다. 하지만 한국의 갯벌은 이번에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두 단계를 올려 등재에 성공했다. 우리나라가 반려 판정을 받은 유산을 철회하지 않고 한 번에 등재하기는 처음이다.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에 따르면 국내 갯벌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물새 22종과 해양 무척추동물 5종이 서식한다. 또 범게를 포함해 고유종 47종이 있다. 전체 생물종은 2150종에 이른다. 그중 대표적 멸종위기종은 검은머리물떼새ㆍ황새ㆍ흑두루미ㆍ작은 돌고래인 상괭이 등이다. 또 한국의 갯벌은 동아시아와 대양주 철새 이동로에서 핵심 기착지이기도 하다. 철새는 시베리아부터 호주까지 이동 경로상에서 우리나라 서해상에서 쉬면서 휴식을 취한다.
세계유산 등재 기준은 모두 10개이며, 그중 4개를 자연유산에 적용한다. 이 가운데 하나만 부합해도 세계유산이 되는데, 한국의 갯벌은 ‘보편적 가치가 탁월하고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포함한 생물학적 다양성의 현장 보존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큰 자연 서식지를 포괄한다.’를 충족했다.
 
◇한국의 세계유산은 15개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나뉜다. 이번 한국의 갯벌 등재 성공으로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유산은 모두 15건으로 늘었다. 13개 문화유산과 2개 자연유산이다. 
문화유산은 △석굴암ㆍ불국사(1995년) △해인사 장경판전(1995) △종묘(1995) △창덕궁(1997) △화성(1997) △경주 역사유적 지구(2000) △고창ㆍ화순ㆍ강화 고인돌 유적(2000) △조선 왕릉(2009)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2010) △남한산성(2014) △백제 역사유적 지구(2015) △산사ㆍ한국의 산지승원(2018) △한국의 서원(2019)이다. 자연유산으로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 △한국의 갯벌(2021)이다. 
한편, 내년에는 김해 대성동ㆍ함안 말이산ㆍ합천 옥전ㆍ고령 지산동ㆍ고성 송학동ㆍ남원 유곡리와 두락리ㆍ창녕 교동과 송현동 등 7곳을 묶은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 등재 심사를 받는다.

◇두 차례 난관 이기고 등재된 비밀
한국의 갯벌은 세 번째 도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정부는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에 이어, 2018년 공식 등재 신청서를 세계유산센터에 냈다. 그러나 지도 수정과 보존관리 주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고 신청서를 보완해 2019년 1월 다시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 뒤 현장 실사와 전문가 탁상 검토를 받았으나 올해 5월 유산 구역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등재 반려’의견을 받아 등재가 불투명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낳았다. 하지만 최종 등재 심의 과정에서 투표권이 있는 21개 위원국을 상대로 갯벌의 가치를 부각시키며 만장일치 등재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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