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산책하기 좋은 때다. 이즈음 거미들도 본격적인 짝짓기를 위해 분주하게 집을 짓는다. 얼기설기 그물치기의 달인인 거미와 거미줄에 얽힌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미 종류

▲ 타란툴라
▲ 타란툴라


거미는 ‘검다’에서 유래된 말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4만 5000종 이상이 살고 있다. 그중 우리나라에 사는 거미는 730여 종에 이른다. 대표 선수로는 왕거미와 산왕거미, 호랑거미, 무당거미, 깡총거미 등이 있다. 거미의 수명은 1년 미만에서 길게는 3년 이상이다. 드물지만 애완용으로 기르는 타란툴라 중에는 25년을 산 경우도 있다. 남극 대륙만 빼고 전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거미는 곤충?
거미는 마디가 많은 다리를 가진 절지동물이지만 곤충은 아니다. 그 이유는 머리가슴과 배 두 부분으로 나뉘어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곤충은 머리, 가슴, 배 세 부분으로 나뉜다. 게다가 곤충은 날개가 있지만 거미는 없다. 거미는 또 탈바꿈을 하지 않고 허물 벗기만 한다. 거미는 다리도 4쌍(8개)이다. 하지만 곤충의 다리는 대부분 3쌍이다. 자세히 보면 거미 다리에 털이 많이 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력이 아주 나쁜 거미는 이를 통해 주변의 소리를 듣고, 냄새도 맡는다.

△거미줄 짓기
영화 ‘스파이더맨’에서는 스파이더맨이 끊임없이 거미줄을 쏘아댄다. 하지만 거미 한 마리가 한 번에 뽑아낼 수 있는 거미줄 길이는 200~300m 정도다. 항문 근처 방적돌기(실젖)에서 뽑아낸다. 밤에 거미줄(거미집)을 치고, 낮에는 그 주변에서 숨어 지낸다. 거미는 종류에 따라 줄 치는 순서가 천차만별이다.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산왕거미의 경우 먼저 나무나 풀처럼 높은 곳에서 첫 번째 줄을 뽑아 바람에 날린다. 다리실을 만든 다음에는 역삼각형으로 틀실을 만든다. 이를 기본으로 끈끈이가 없는 바큇살 모양의 세로실(세로줄)을 만들고, 이어 가로실(씨줄)을 안에서 밖으로 친다. 골격이 완성되면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빙글빙글 돌아 들어오면서 동심원 모양의 끈적거리는 가로실(날줄)을 만든다.

△거미줄의 위력
거미줄 지름은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단위로 측정할 정도로 매우 가늘다. 머리카락의 1/20 정도다. 투명하고 가느다란 모습과는 달리 잡아당겼을 때 버티는 힘은 강철과 비슷하다. 탄성도 좋아 평소 길이의 4배나 늘어난다. 그뿐 아니다. 줄에 가해지는 힘의 강도와 속도에 따라 점성과 탄성이 달라진다. 따라서 비틀렸을 때 모양이 변형돼 쉽사리 줄이 꼬이지도 않고, 물에도 녹지 않는다. 그 때문에 방탄복을 만드는 데 쓰인다. 거미줄은 인체에도 해가 없어 인공장기의 소재로도 활용될 수 있다. 쉽게 말해 꿈의 천연섬유이다.
거미줄이 눈에 보이는 것은 줄이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혹은 거미줄에 다른 먼지나 먹잇감이 묻어 있어서다.

△거미줄은 왜 꼬이지 않을까? 
거미가 거미집을 짓는 모습을 보다 보면 거미줄이 꼬이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거미줄의 구조 때문이다. 거미는 끈적거림이 없는 실과 끈끈이가 있는 실을 모두 친다. 그런데 거미는 끈끈이가 없는 줄만 밟고 다닌다. 다른 벌레나 곤충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끈끈이가 있는 줄을 건드려 잡히고 마는 것이다.

▲ 알 품은 거미
▲ 알 품은 거미

한편, 거미의 알집은 거미줄로 단단히 감겨 있다. 300개가량 보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집유령거미의 경우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올 때까지 알집을 이고 다닌다.  

△수컷을 잡아먹는 거미
대부분의 거미는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 무당거미의 경우는 암컷은 25~30mm이지만, 수컷은 암컷의 1/3인 6~10m밖에 되지 않는다. 암컷이 쳐놓은 거미그물 가장자리에 서성거리는 것은 대부분 수컷이라고 보면 된다. 암컷의 사냥물 찌꺼기를 먹으면서 짝짓기 기회를 노린다. 짝짓기 후에는 재빨리 달아나야 한다. 검은과부거미 등 일부는 수컷을 잡아먹는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게거미의 경우 먹이를 찾기 힘든 겨울이 오면 새끼에게 자기 몸을 먹이기도 한다.

△공중이동 ‘벌루닝'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을 타고 빌딩 사이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닌다. 새끼 거미의 이동 방식도 이와 비슷하다. 전문 용어로는 ‘벌루닝(Ballooningㆍ공중 이동)’이라고 한다. 거미줄을 쏜 뒤 그 자락에 매달려 이동한다. 즉, 장력과 바람을 이용한다. 어떤 거미는 공기나 바람을 타고 나르는 풍선타기 기술로 바다를 가로지를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거미는 최고의 춤꾼이기도 하다. 가장 유명한 종은 공작거미.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 몸을 양옆으로 움직이면서 다리를 뻗거나 흔들기도 한다. 최고의 쇼는 뒤꽁무니에서 볼 수 있다. 공작의 깃털만큼이나 화려한 엉덩이를 머리보다 높이 들어올려 씰룩씰룩 움직이며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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