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삑 삐삐삐삑”
카누는 귀를 쫑긋 세웠어. 
“아다아다다다!”
현관문이 열리고 녀석의 종알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녀석은 카누의 동생이야. 10개월 된 아기이고 이름은 율이야. 녀석은 요즘 온 집안을 기어 다녀. 어찌나 빠른지 몰라. 문제는 녀석이 카누의 밥그릇을 마구 휘젓고 사료가 바닥에 흩어지면 그걸 집어 먹는 거야. 식구들은 그런 녀석을 보고 질겁을 해.
“오구오구! 율아, 집에 왔다.”
할머니는 녀석을 거실 바닥에 내려놓았어. 반가움에 꼬리를 흔드는 카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녀석은 기분이 좋은지 팔을 흔들고, 주먹을 접었다 펴며 재롱을 피워.
“잘했어요. 박수! 잼잼! 곤지곤지!”
할머니도 신이 났어. 그러고는 녀석을 끌어안고 볼에 뽀뽀를 해. 카누는 할머니 사랑을 듬뿍 받는 녀석이 부러운지 저만치 서서 바라보고 있어. 
“율아, 장난감 가지고 놀까?”
할머니가 녀석 앞에 아기 상어 인형을 놓아줬어. 
“아기 상어! 뚜 루루 뚜루 귀여운~” 
상어처럼 생긴 인형이 몸을 흔들며 노래도 해. 녀석도 인형을 따라 몸을 몇 번 흔들더니 집어서 훌쩍 던지고는 바닥에 엎드렸어. 
카누는 재빨리 주방 쪽으로 달려가 밥그릇을 막았어. 사료를 휘젓지 못하도록. 아니나 다를까 녀석이 쏜살같이 기어와 카누의 등을 움켜쥐었어. 
“안 돼! 율아!”
다급하게 쫓아온 할머니가 녀석을 불끈 들어 올렸어. 카누는 순간 움찔했어. 녀석의 꽉 쥔 손가락에 털이 뽑혔거든. 카누는 길고 윤기 나는 털을 가진 닥스훈트 종이야.
“끄릉”
카누는 아프지만 참았어. 한두 번이 아니야. 녀석은 수시로 카누의 등을 움켜쥐었어. 그때마다 털을 한 움큼씩 뽑히곤 했어.
“어머나! 율아! 카누가 물면 어쩌려고 그래!” 
“크엉 크엉!”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사람을 물지 않아요. 라고 카누가 말했지만, 할머니는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어. 
잠시 후 할머니가 녀석의 엉덩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더니 욕실로 안고 들어갔어. 녀석이 똥을 쌌나 봐. 욕실 앞에는 녀석의 갈아입을 옷과 수건이 놓여 있어. 카누는 녀석의 옷에 얼굴을 비비고 잘근잘근 깨물어도 봤어. 녀석의 상큼한 냄새에 취해 할머니가 욕실에서 나오는 것도 몰랐어. 
“카누야! 율이 옷을 물어뜯으면 어떻게 해!” 
깜짝 놀란 할머니가 카누를 밀쳐냈어. 카누는 꼬리를 엉덩이 사이에 감추고 주방 쪽으로 피했어. 
잠시 후 옷을 갈아입은 녀석이 또 주방을 향해 기기 시작했어. 카누도 얼른 밥그릇을 막고 앉았지. 녀석이 이번에는 카누의 뒷덜미를 잡아당겼어. 
“율아, 또! 또!”
뒤따라온 할머니가 녀석을 떼어냈어. 
“으 으으으!”
녀석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며 카누의 뒷덜미를 더 꽉 쥐었어. 
“크엉!”
순간 카누가 고개를 홱 돌리며 돌아앉았어. 너무나 아팠거든. 
“으아아앙!” 
“어머나! 피!”
녀석의 울음소리와 동시에 할머니가 비명을 질렀어. 카누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긴 입이 녀석의 팔을 스쳤나 봐. 할머니는 녀석을 안고 발을 동동 굴렀어.
잠시 후 엄마가 왔어.
“카누야, 형이 되어서 동생을 물면 어떻게 해!”
카누는 엄마의 화난 표정을 처음 봤어. 
“얘야, 카누를 우리 집으로 당분간 데려가야겠다. 율이가 걸어 다니면 데려오마. 아이고 큰일 날 뻔했어!” 
할머니가 카누를 쏘아보며 말했어. 엄마는 슬픈 눈으로 카누를 바라봤어. 
다음 날 아침 할머니는 카누를 차에 태웠어. 
“아뜨 아다다다.”
그때 엄마 품에 안겨있던 녀석이 카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뭐라고 하는 거야. 
“왈!”
카누도 녀석을 향해 짧게 짖었어. 그런데 말이야. 할머니 집으로 갔던 카누는 딱 두 밤 자고 다시 집으로 왔어. 
“아따 아뜨뜨 아따따따!”
카누를 본 녀석이 통통한 팔을 흔들며 어찌나 좋아하는지 몰라. 카누도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어. 
“카누야, 네가 안 보이니까 율이가 자꾸 칭얼거려서 말야. 널 찾는 것 같아서 할머니께 말씀드렸어.”
엄마가 카누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어. 카누는 녀석의 얼굴을 비비고 핥았어. 녀석은 까르르 웃으며 카누의 등을 또 움켜잡았어.

/삽화=박태현 선생
/삽화=박태현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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