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야, 아이들이랑 피구 할 건데 같이 안 할래?”
장기 자랑 이후 세미를 대하는 반 아이들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요즘은 어떤 일에든 세미를 꼭 끼워 주었고, 그 덕에 세미는 아이들과 잘 어울렸다. 그런데 오늘 피구 시합을 하던 도중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세미야, 받아!”
바깥에 있던 재주가 상대편을 공격하라며 세미에게 공을 던졌다. 그런데 세미 앞으로 날아온 공은 한 개가 아닌 두 개였다. 세미가 피할 새도 없이 공이 얼굴을 때리고 말았다.
축구를 하던 옆 반 아이들이 잘못 찬 공에 정통으로 맞은 것이다. 피구를 하던 세미 반 아이들과 축구를 하던 옆 반 아이들 사이에 말싸움이 일어났다. 그때였다. 아이들 사이를 헤치고 교장 선생님이 나타났다. 일순간 아이들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니? 설마 싸운 건 아니겠지?”
교장 선생님의 눈빛에 아이들 모두 잔뜩 긴장했다. 그러자 옆 반 반장 강우수가 얼른 대답했다.
“저희가 축구공을 찼는데, 그게 세미 쪽으로 날아갔어요.”
“그랬구나. 그래도 조심했어야지. 다른 학생들도 놀고 있는데 말이야.”
그러자 강우수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저 반 애들이 계속 피구를 하는 바람에 며칠 동안 축구를 못 했어요. 그런데 오늘은 먼저 운동장에 나와 축구를 시작했거든요. 그런데도 얘들이 바로 옆에 와서 피구를 시작한 거예요.”
그 말에 세미 반 아이들이 발끈했다. 재주가 나섰다.
“운동장은 다 같이 쓰는 곳 아닌가요? 축구를 하면 아무도 운동장을 못 써요.”
세미 반과 옆 반 사이에 또다시 말싸움이 시작됐다. 그러자 교장 선생님이 말했다.
“얘들아! 이러면 어떨까? 내가 문제를 하나 낼 테니 그걸 먼저 푸는 쪽이 일주일 동안 운동장을 사용하는 걸로 하자.”
교장 선생님은 운동장 한쪽에 서 있는 키 큰 나무를 가리켰다. 

 

“저 나무의 키를 정확히 알아 오는 것이 문제란다. 단, 직접 올라가 높이를 재는 위험한 방법 말고 다른 방법으로 말이야.”
모두 아이디어를 떠올리느라 골몰한 채 집으로 흩어졌다. 물론 세미는 집이 아닌 못참지 쿠키 가게로 향했다. 때마침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가게로 들어왔다.
“그 나무의 높이를 어떻게 알아내죠?”김수학 아저씨가 걱정하자 고방정 할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 “그림자로 알아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가게 안을 이리저리 뒤지더니, 가게 안에 장식된 에펠 탑 모형을 가지고 왔다. 그러고는 자로 모형의 높이를 쟀다.
“여기 있는 에펠 탑은 실제 에펠 탑을 1000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이란다. 이 모형 에펠 탑의 높이가……. 자로 재 보니 32cm구나. 그렇다면 실제 에펠 탑의 높이는 얼마일까?”
“거기다가 1000을 곱하면 3만 2000cm, 320m요.”
“맞아. 실제 에펠 탑의 높이는 약 320m란다. 방금 너는 수학의 유명한 개념인 ‘닮음’으로 실제 에펠 탑의 높이를 알아낸 거란다. 실제 에펠 탑은 모형 에펠 탑과 모양은 같지만 크기가 다르지? 이런 두 도형을 ‘닮았다’고 하지.”

세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처음에 할아버지가 말한 ‘그림자’와 에펠 탑 모형이 무슨 관계인지 여전히 아리송했다. 
“이번에는 운동장에 있는 나무를 생각해 보렴. 해가 비치면 나무에 그림자가 생기겠지? 나무의 위쪽 끝과 그림자를 이어서 그려 보면 이렇게 직각 삼각형이 될 게다.”
“맞아요. 해가 기울면 나무 그림자가 운동장으로 길게 늘어지거든요.”
“그런데 이때 운동장에 1m짜리 막대기가 세워져 있다고 생각해 보렴. 이 막대기에도 그림자가 생기겠지? 이 막대기의 위쪽 끝과 그림자의 끝을 이으면 막대기도 그림자와 함께 직각 삼각형을 이룬단다. 그렇다면 같은 시간에 나무가 만든 삼각형과 막대기가 만든 삼각형은 서로 닮았을까, 안 닮았을까?”
“모양이 비슷하고 크기만 다른 것 같아요. 그러니까 닮은 것 아닐까요?”
“옳지! 막대기가 만들어 낸 삼각형은 나무가 만들어 낸 삼각형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어. 마치 모형 에펠 탑과 실제 에펠 탑처럼 말이다.”
할아버지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닮음은 주어진 도형을 같은 비율로 확대하거나 축소한 것을 말해. 그래서 나무와 그림자가 이루는 삼각형이 막대와 그림자가 이루는 삼각형과 닮았다면, 두 삼각형은 세 변의 비율이 모두 똑같이 확대되거나 축소되어 있는 거란다. 따라서 막대의 삼각형을 이루는 세 변의 길이를 모두 알고 나무의 삼각형을 이루는 세 변의 길이 중 하나만 안다면, 그 나머지 변의 길이도 구할 수 있지.”
세미는 눈앞이 환히 밝아 오는 것 같았다. 
“자, 본격적인 문제 풀이로 들어가 볼까? 예를 들어 1m짜리 막대기에 생긴 그림자의 길이가 2m였어. 그런데 같은 시간 나무에 생긴 그림자의 길이가 20m라면, 나무의 길이는 몇 m일까?”
“나무에 생긴 그림자의 길이는 막대에 생긴 그림자의 길이의 10배네요. 그러니까 나무 높이는 막대 길이의 10배인 10m예요! 그렇담 1m짜리 막대기를 구해서 막대기의 그림자와 나무의 그림자 길이만 재도 나무의 높이를 알 수 있다는 거네요? 와, 수학은 천리안 같아요. 자리에 앉아서도 마을에서 제일 큰 나무의 키를 잴 수 있잖아요.”
세미는 고방정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가게 문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이제 운동장은 우리가 접수한다!’

 

/자료 제공=‘초등 독서평설 8월호’(지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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