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 학원 차에 아이들이 빽빽합니다. 따사한 봄바람이 학원 차 창문으로 솔솔 들어옵니다. 아이들은 졸고 있습니다. 운전 조수석에 탄 지후도 눈꺼풀이 무겁습니다. 지후는 날씨가 좋아서 밖에서 놀고 싶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원 도로 사이에 좁은 길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길입니다. 길 앞 표지판엔 ‘학원도로 졸음쉼터’라고 쓰여있습니다.
지후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명절에 고속도로 졸음쉼터는 본 적이 있는데 학원도로 졸음쉼터라니요. 도대체 어떤 장소일까요? 지후가 운전하는 양씨 할아버지에게 표지판을 가리켰습니다.
“할아버지. 학원도로 졸음쉼터가 있어요. 가보고 싶어요!” 
“못 보던 길이네. 차가 밀리지 않아서 오 분이나 빨리 가고 있던 참인데… 잠시만 쉬다 갈까?”
양씨 할아버지는 은퇴하고 학원 차를 운전하고 있습니다. 양씨 할아버지도 하품이 나오던 참이라 다행이라고 여겼습니다. 학원 차가 학원도로 졸음쉼터로 들어갑니다. 
팟! 갑작스레 둘레가 눈부십니다. 온통 세상이 하얗게 빛났습니다. 아이들은 잠이 확 깼습니다. 지후도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지후가 둘레를 살폈습니다. 좁은 길은 온데간데없고, 푸른 초원에 큼지막한 미루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학원 차에서 내려 밖으로 우르르 나갔습니다. 지후도 뛰어나갔습니다. 아이들이 연둣빛 미루나무 그늘에 모였습니다. 미루나무 그늘에서는 바람도 신선한 연둣빛입니다. 연둣빛을 실컷 마신 아이들은 놀고 싶습니다.
“우리 뭐 하고 놀까?”
“아무것도 없잖아. 그냥 휴대전화 게임이나 하지 뭐.”
그때 낯선 남자아이가 나타나 나섰습니다. 피부가 검고 눈썹에 점이 난 남자아이였습니다. 
“재밌는 놀이 하자! 내가 알고 있어.” 
 지후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휴대전화 게임은 매일 하잖아. 다른 놀이도 해보자.”
눈썹에 점이 난 남자아이가 재밌는 놀이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말타기 놀이를 할 거야.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사람끼리, 진 사람끼리 한편이 되어 대장부터 뽑자!”
아이들은 가위바위보를 해서 편을 나눴습니다. 지후는 진 쪽 대장으로 뽑혔습니다. 진 쪽 대장인 지후가 미루나무에 기대어서고, 친구 하나가 지후 가랑이에 허리를 구부려 머리를 넣었습니다. 다음 친구가 앞 사람 가랑이에 머리를 넣어 앞사람 다리를 붙잡습니다. 진 쪽 친구는 모두 말이 되었습니다. 이긴 쪽 대장은 눈썹에 점이 난 남자아이였습니다.
이긴 쪽 대장이 “준비됐나?” 물어보았습니다. 진 쪽 친구들이 큰 소리로 “준비됐다!” 외쳤습니다. 이긴 쪽 대장이 말 등을 타고, 친구가 차례차례 탑니다. 타는 친구가 떨어지거나 땅에 닿으면 진 쪽으로 바뀝니다. 말 등이 휘청휘청 댑니다. 
말이 무너지면 다시 지는 쪽이 되니 힘을 내 버팁니다. 마지막에 이긴 쪽이 말을 다 타자, 대장끼리 가위, 바위, 보를 했습니다. 지후가 이겼습니다. 와! 지후 편 아이들이 함성을 질렀습니다. 이번에는 지후 편이 말 등을 타는 이긴 쪽입니다.
서로 말을 무너트리려고 힘차게 말 등을 탑니다. 승부는 엎치락뒤치락 흥미진진했습니다. 눈썹에 점이 난 남자아이가 땅따먹기도 가르쳐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놀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느덧 하늘이 연한 감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아이들이 학원 차에 허겁지겁 탔습니다. 마지막으로 지후까지 조수석에 앉았습니다.
팟! 세상이 눈부셨습니다. 지후는 눈이 부셔 눈을 감았다 떠보니 학원 차가 학원도로 졸음쉼터를 빠져나와서 널찍한 도로를 달립니다. 그런데 벌건 대낮입니다. 지후가 학원 차 시계를 보니 세 시 오 분입니다. 지후가 양씨 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이상해요. 왜 오 분밖에 지나지 않았을까요?”
“짧은 시간동안 긴 꿈을 꾸었나 보다. 할아버지도 어렸을 적으로 돌아가서 실컷 노는 근사한 꿈을 꿨는데….”
양씨 할아버지가 빙그레 웃었습니다. 지후는 양씨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보았습니다. 양씨 할아버지는 피부가 검고 눈썹에 점이 하나 있습니다. 지후가 고개를 돌려 학원도로 졸음쉼터가 있던 자리를 살폈습니다. 길과 표지판이 없습니다.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지후가 혼잣말을 했습니다.
“신기한 쉼터가 또 나타났으면 좋겠다.”
 

*별민영 약력
-2024년 경상일보 동화 부분 당선
-제10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우수 작품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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