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의 원리

만족 지연 실험
만족 지연 능력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어요.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면 갈증이 해소돼 만족을 느끼잖아요? 그런데 그 목마름을 참고 물 마시는 일을 조금이라도 뒤로 미룰 수 있을까요?  이렇게 참을성을 발휘해 만족을 뒤로 미루는 능력을 만족 지연 능력이라고 불러요. 인내심이나 참을성과 비슷한 단어인 셈이죠.
이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지 않아요. 갓난아기들이 배고픔을 참고 인내하는 것을 본 적 있나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참는 법을 배우면 만족 지연 능력이 조금씩 길러지죠.
이와 관련해 1966년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월터 미셸이 실시한 ‘마시멜로 테스트’라는 유명한 연구가 있어요. 미셸은 자신의 딸이 다니던 스탠퍼드 대학교 부설 유치원 소속의 네 살짜리 아이들 90여 명을 모은 뒤 한 명씩 방으로 불렀어요. 그 방에는 달콤한 마시멜로가 놓여 있었죠. 선생님은 아이에게 “저거 먹어도 되는데, 15분만 참으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줄 거야.”라고 약속해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당연히 참겠죠! 고작 15분만 참으면 마시멜로가 두 개로 늘어나니까요.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어릴수록 이 능력이 부족해요. 머리로는 15분만 참으면 마시멜로가 두 개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지만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거죠.

미셸의 연구에 따르면 네 살 아이들이 보여 준 만족 지연 능력의 평균은 512.8초, 약 9분이었다고 해요. 이 연구가 유명해진 계기는 미셸이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의 15년 뒤 삶을 추적했기 때문이에요. 성인이 된 아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살펴봤더니 네 살 때 15분을 끝까지 참은 아이들은 못 참았던 아이들에 비해 미국 대학 수학 능력 시험(SAT)(총점 1600점)에서 평균 210점을 더 높게 받았대요. 또 이들은 못 참은 아이들에 비해 훨씬 건강하고 대인 관계도 좋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미셸 교수는 “만족 지연 능력이 발달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사회적으로 훨씬 더 성공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인내심은 진짜로 돈이 된다
“아, 그래서 어른들이 우리보고 참을성을 기르라는 거군요.”라고 끄덕일 수 있는데, 그 말도 맞아요. 참을성은 인생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니까요. 하지만 놀라운 사실이 더 있어요. 인내심이 진짜로 눈앞의 돈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대표적인 예가 이자예요. 여러분이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주잖아요? 도대체 왜 주는 거죠?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물건을 만든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런데도 이자를 주는 이유는 여러분이 지금 당장 그 돈으로 뭔가를 사고 싶은 욕구를 참았기 때문이에요. 참을성을 발휘해 예금을 하면 은행은 그 돈을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내죠. 그렇게 받아 낸 이자 중 일부를 여러분에게 떼어 줘요. 이자가 인내심의 대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을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두 가지 방법이 있답니다. 첫째, 오래 참을수록 더 많은 이자를 받아요. 둘째, 얼마나 오래 참을 수 있는지 미리 정해 둘수록 더 많은 이자를 받아요.

시간도 돈이 된다
여러분이 은행에 예금을 했다고 해 보죠. 돈을 자유롭게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통장에 예금을 하면 이자가 거의 나오지 않아요. 이런 통장을 수시 입출금식 통장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돈을 맡겨 봐야 연 이자가 고작 0.1~0.2% 정도라고요. 왜냐하면 이런 통장에 들어온 돈은 은행이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자를 많이 받으려면 ‘정기’라는 말이 들어간 통장을 이용해야 해요. 예를 들어 정기 예금이라는 것이 있어요. 이건 내가 맡긴 돈을 일정 기간 찾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예금이에요. 이러면 은행이 마음 놓고 그 기간 동안 내 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죠. 은행이 돈을 벌 수 있으니 내가 받을 보상(이자)도 커지고요. 그래서 여러분의 돈을 1년짜리 정기 예금 통장에 넣어 두면 연 이자가 2%대로 치솟아요. 0.1~0.2%에 불과했던 수시 입출금식 통장 예금보다 10배 이상 많아지죠.

 

또 한 가지, 이자는 인내심의 대가이기 때문에 당연히 오래 참을수록 많아져요. 그 예로 KB 국민 은행의 정기 예금 종류를 보죠. 정기 예금 중 가장 기간이 짧은 1개월 이상~3개월 미만 정기 예금의 연 이자는 1.65%예요. 반면에 인내하는 시간을 3개월 이상~6개월 미만으로 늘리면 연 이자가 2%로 높아지지요. 6개월 이상~1년 미만은 2.3%, 1년 이상~2년 미만은 2.55%, 2년 이상~3년 미만은 2.6%, 3년 이상 정기 예금의 연 이자는 2.7%예요. 오래 참을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이해되나요?

다시 해석하는 조삼모사
인내심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했다면 유명한 고사성어 조삼모사(朝三暮四)도 다시 해석할 수 있어요. 조삼모사란 중국에서 만들어진 이야기죠. 먼 옛날에 주인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오전에 세 개, 오후에 네 개 주겠다.”고 했더니 화를 냈대요. 도토리가 부족하다는 거죠. 이번에는 “도토리를 오전에 네 개, 오후에 세 개 주겠다.”고 달랬어요. 그랬더니 원숭이들이 마음이 풀려 좋아라 했다네요. 이 고사성어는 원숭이의 멍청함을 비웃는 내용이에요.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고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을 비웃을 때 쓰여요.
그런데 이것을 경제학적으로 해석하면 원숭이는 절대 바보가 아니에요. 경제학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이죠. 만약 경제학적으로 깨인 원숭이가 있다면 오전에 받은 도토리 네 개 중 한 개를 은행에 맡길 수 있어요. 오전에 날름 네 개를 다 먹는 대신 인내심을 발휘해 하나를 저축하는 거죠. 그래서 시간이 흘러 오후가 되면 이자가 붙겠죠. 원숭이는 오후에 네 개의 도토리(받기로 한 세 개 + 은행에 맡긴 한 개)에다 추가로 이자 도토리까지 얻을 수 있는 거랍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예를 들어서 그렇다는 거예요. 일단 도토리를 맡아 주는 은행이 없고, 있다 해도 오전에 맡겼다가 오후에 찾는데 이자를 주는 은행도 없어요. 제대로 된 이자를 받으려면 최소한 1개월 이상 맡겨야 하죠. 하지만 논리적으로는 인내심과 시간이 곧 돈이므로 오전에 한 개라도 더 받아서 시간을 이용하는 게 더 경제학적이에요.
그래서 여러분이 선택을 할 때에는 같은 액수의 돈이라도 최대한 일찍 받는 쪽을 선택해야 해요. 부모님이 “용돈 1만 원 오늘 받을래, 다음 주에 받을래?” 하면 당연히 오늘 받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요. 만약 다음 주에 받는 쪽을 선택한다면 “부모님, 경제학적으로 인내심과 시간은 돈이기 때문에, 만약 다음 주에 용돈을 주신다면 제가 일주일을 참은 대가로 1만 원이 아니라 1만 1,000원을 주시는 게 논리적입니다.”라고 당당히 주장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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