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쥬리
여러분! 제가 어디에 와 있을까요? 여름방학 때 친구들이 와 봤으면 하는 곳 중 하나예요. 오늘 깡쥬리가 새벽부터 달려온 이곳은 법성포랍니다. 법성포는 전남 영광에 있는데요, 여기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을 소개하려고 해요. 자, 저와 함께 식당으로 고고! 오늘 소개할 음식은 굴비입니다! 가시 때문에 생선을 싫어하는 친구들도 있을 텐데요, 굴비는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니 깡쥬리를 믿고 맛보길 바라요. 그렇다면 굴비의 매력이 무엇인지 같이 살펴볼까요?

조기와 굴비는 같은 생선
조기와 굴비는 뭐가 다른가요?
조기와 굴비는 처리 방식이 다를 뿐 같은 생선이랍니다.
 

우리나라에서 조기라고 하면 참조기를 뜻해요. 전라남도 서남쪽에서는 ‘조구’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배가 노랗다고 해서 ‘누렁조기, 황조기’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조기는 명태, 고등어와 같이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생선 중 하나예요. 『승정원일기』의 기록을 보면 조기는 임금이나 고관에게 바치던 물품이었다고 하지요. 관리의 주급 또는 성균관 유생이나 훈련도감 관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목적으로 지급되기도 했답니다.
조기는 몇 개의 이름이 더 있는데요,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은 ‘조기’, 조기를 바닷바람에 말린 것은 ‘굴비’, 통보리 속에서 숙성시킨 조기는 ‘보리굴비’라고 해요. 이름에 따라 맛도 다르답니다. 조기는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반면에, 굴비는 한번 말린 생선이다 보니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최고지요.


굴비에 담긴 이야기
굴비는 언제부터 먹었나요?
굴비 하면 이자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굴비를 유래를 살펴보려면 고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고려의 귀족이었던 이자겸은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자신의 둘째 딸을 예종에게 시집보냈지요. 이후 예종과 왕후 사이에서 태어난 인종은 열네 살의 어린 나이에 왕이 되었는데, 이자겸은 자신의 셋째와 넷째 딸을 인종과 혼인시켰어요. 자신의 딸들을 이용해 권력을 잡으려는 속셈이었지요. 결국 이자겸은 인종의 외할아버지이자 장인어른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답니다. 그러다 보니 이자겸의 집에는 권력을 탐하는 수많은 아첨꾼들이 모였어요.
성인이 된 인종은 이자겸을 제거하기로 결심했어요. 하지만 인종의 계획은 실패하고 말았지요. 이에 이자겸은 척준경(과거 여진족과의 싸움에서 활약했던 장수)을 이용해 궁궐을 장악하고 인종을 무릎 꿇게 했어요. 그러고는 인종을 감금하고 자신이 왕인 양 모든 일을 처리했죠(이자겸의 난, 1126년). 

이자겸이 알린 굴비
이자겸이 왜 굴비와 관련이 있나요?
이자겸이 유배지에서 먹은 음식이기 때문이에요.

때를 기다리던 인종은 이자겸과 척준경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인종은 척준경의 힘을 이용해 이자겸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웠지요. 인종의 명령을 받은 척준경은 군사를 이끌고 이자겸을 잡아들였어요. 마음 같아서는 이자겸을 죽이고 싶었으나, 외할아버지이자 장인어른이었기에 영광 법성포로 유배(죄인을 귀양 보내던 일)를 보냈지요.
유배지에서 이자겸은 바닷바람에 말린 조기를 맛본 후, 그 맛에 반했어요. 그리고 조기를 인종에게 보냈지요. 그 당시에는 진귀한 물품이나 지방의 특산물을 임금에게 바치던 때였거든요. 이자겸은 조기를 보내며 자기의 심정을 나타내는 의미로, ‘굽히지 않고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는 뜻의 ‘굴(屈), 비(非)’라고 적었어요. 굴비를 맛본 인종 역시 그 맛에 반해 식사 때마다 굴비를 올려 달라고 했죠. 이때부터 바닷바람에 말린 조기가 굴비라 불렸으며, 수라상에 올라가는 유명한 음식이 되었답니다. 

 

영광 굴비 맛의 비결
영광 굴비가 유명한 이유가 뭔가요?
염장법과 기후 조건 때문이랍니다.

굴비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영광 굴비예요. 알을 낳기 위해 3월 중순, 법성포 칠산 앞바다를 지나는 참조기를 잡아 천일염으로 절여 만든 굴비를 ‘영광 굴비’라 부르지요. 영광 굴비가 맛있는 까닭은 독특한 염장법에 있답니다. 1년 넘게 보관하여 간수(습기가 찬 소금에서 저절로 녹아 흐르는 짜고 쓴 물)가 빠진 천일염으로 조기를 켜켜이 재는데요, 이 염장법은 손이 많이 가고 조기의 크기에 따라 간하는 시간을 조절하는 일이 까다롭다고 하지요. 
두 번째 이유는 법성포의 기후 조건에 있어요. 봄부터 여름 사이 법성포의 습도와 일조량은 굴비를 말리는 데 매우 적절하지요. 특히 ‘굴비는 바람에 말린다.’고 할 만큼 바람이 중요한데, 이 무렵 법성포는 바다 쪽에서 북서풍이 불어 굴비를 말리는 데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답니다. 


▶보리굴비 더 알아보기!

참조기를 바닷바람에 말려 건조시킨 후 항아리에 보리를 채워 보관하면 곰팡이가 나거나 썩지 않는데요, 이를 ‘보리굴비’라고 합니다. 보관 시설과 장소가 변변찮던 시절에는 항아리에 보리를 채워 음식을 저장했다고 해요. 보리를 담은 항아리에 굴비를 넣으면 보리의 겉겨가 숙성되면서 굴비의 수분을 조절해 주고, 비린내와 짠맛까지 감소시켜 준다지요. 이렇게 보리 항아리에서 오래 숙성시킨 굴비는 뼈까지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워진답니다. 하루살이와 같은 벌레도 막아주기 때문에 청결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나아가 보리가 굴비의 기름을 잡아 줘 담백한 데다, 보리 향도 은은하게 풍겨 자꾸 먹게 된다고 해요. 특히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보리의 향과 굴비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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