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주리
여기가 어딜까요? 오늘은 식당이 아닌 유명한 순대 트럭을 찾아왔는데요, 여러분도 동네에서 가끔씩 순대 트럭을 본 적이 있죠? 배 속에서 요란한 천둥소리가 들리는 관계로 오늘의 주인공을 빨리 먹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뿌연 김 너머로 나타난 순대! 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 순대와 좀 다르네요?

일루와
와 와우! 붉은색 빛이 도는 순대는 무슨 맛일까요?

TV짱 
꺄악, 순대라니! 제 최애 음식이에요!

노랭이
저기 가운데 노란 것은 카레 순대인가요?

우아, 노랭이 님 눈썰미가 엄청 좋은데요, 제가 방문한 이 순대 트럭은 우리가 잘 아는 찰순대뿐만 아니라 고기 순대, 카레 순대, 김치 순대가 유명하다고 하네요. 김치 없이 못 사는 깡쥬리가 김치 순대부터 먹어 볼게요! 김치와 순대의 조합은 상상도 못 했는데요, 김치 만두소 맛이랑 똑같아요! 이렇게 다양한 순대의 시초는 어땠을까요? 


순대의 시작
순대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어요? 
여러 가지 설이 있답니다. 

순대는 동물의 내장에 선지ㆍ부속 고기ㆍ곡물ㆍ채소 등을 넣어서 쪄 낸 음식으로, 우리나라의 대표 길거리 음식이에요. 순대의 기원은 다양한 설이 있는데요, 삼국 시대에 중국에서 ‘양반장자해’를 들여왔다는 것이 첫 번째예요. 『제민요술』이라는 책에 양반장자해라는 음식이 나오는데, ‘양의 피와 밀가루나 쌀밥을 섞어 양의 대창에 넣고 삶은 후 썰어 먹는다.’라는 기록이 있답니다. 몽골의 칭기즈 칸이 돼지 창자에 채소와 쌀을 넣어 전투 식량으로 먹었다는 설도 있지요. 우리나라에 순대가 들어온 시기는 몽골군이 침략해 온 고려 말로 보고 있어요.


귀한 음식이었던 순대?
순대는 옛날에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나요?
아니에요. 옛날에는 귀한 음식이었어요.

순대는 오래전에는 상당히 귀한 음식이었다고 해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인 『시경』에는 ‘손님을 맞아 하인들이 융단을 깔고 곱창과 순대를 준비했다.’라는 기록이 있어요. 조선 시대에도 순대가 귀한 음식이어서 왕실에서 즐겨 먹었다고 하며, 『연산군일기』에는 돼지 창자를 상에 올려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도 있지요.
순대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 무렵이에요. 당면 제조 공장에서 당면을 건조하면서 떨어진 부스러기들을 처리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순대의 재료로 활용하게 되었지요. 이때 만들어진 순대가 ‘당면 순대’예요. 이 시기에 양돈 산업(돼지를 먹여 기르는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돼지 부속품을 싼 값에 구하게 되었고, 그 이후 순대가 전국 각지로 퍼졌답니다.


피란민의 슬픔이 녹아 있는 아바이 순대
아바이 순대는 뭔가요?
함경도 지역의 향토 음식으로, 돼지 창자의 속을 채워 만든 음식이에요.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북한이 남한을 기습 공격하면서 전쟁이 시작됐어요. 소련의 지원을 받은 북한은 최신 무기를 앞세워 남한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지요. 연합군의 지원을 받은 우리 군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며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갔어요. 그러나 통일을 눈앞에 두고 중공군(중국 공산당에 딸린 군대)이 북한을 지원하면서 우리 군과 연합군은 1951년 1월 4일 어쩔 수 없이 후퇴를 해야 했지요. 이때 북한에 살던 주민들도 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떠났는데요, 피란민들은 1월의 칼바람과 배고픔을 참아 가며 지금의 강원도 속초 청호동에 터를 잡았어요. 이들이 속초를 선택한 것은 전쟁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기 때문이지요. 청호동에 살던 사람들은 이곳을 ‘아바이 마을’이라고 했어요. 정확한 어원은 알 수 없지만 함경도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이 ‘아버지’를 함경도 사투리인 ‘아바이’라 부르면서, ‘아바이 마을’이라 불렸을 것으로 보고 있답니다. 그런데 곧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이 3년 동안 이어지더니 휴전과 함께 휴전선이 세워졌지요. 휴전선으로 인해 이들은 눈앞에 고향을 두고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예요. 고향이 그리웠던 청호동 사람들은 함경도에서 즐겨 먹던 순대를 만들어 먹었다고 해요. 그런데 돼지 창자를 구할 수 없어 속초 앞바다에서 쉽게 잡히던 오징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지요. 그때부터 오징어순대가 속초 아바이 마을의 대표 음식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징어순대
오징어순대

 

속초 청호동 아바이 마을에서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
속초 청호동 아바이 마을에서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

▷순대 더 알아보기!
순대는 지역과 재료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답니다. 순대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평양순대’는 당면이 없는 것이 특징이에요. 경기 용인의 백암 지역에서 유래되었다는 ‘백암 순대’는 선지가 적게 들어가다 보니 순대 색이 하얗지요. 충남 천안의 ‘병천 순대’는 1960년대 병천면에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공장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아우내 장터를 오가는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이랍니다. 돼지 소창에 당면과 채소가 들어간 순대로, 상인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 주었다고 하지요. 충청도 이남 지역에서는 비교적 적은 양의 속 재료에 선지가 많이 들어간 ‘피순대’가 유명해요. 선지의 양이 많아 다른 순대보다 색이 진한 것이 특징이지요. 생선을 활용한 순대도 있는데요, 생태의 내장을 빼서 말린 후 그 안에 소를 넣어 만드는 ‘명태 순대’와 오징어 몸통에 순대 소를 넣어 만든 ‘오징어순대’가 대표적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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