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무역

양담배 피우면 범죄자?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여러분이 상상도 하기 힘든 일들이 종종 일어났어요. 예를 들자면 국산을 놔두고 외제를 쓰면 범죄자 취급하는 분위기가 그것이었죠. 특히 외제 차와 외제 담배를 이용하는 사람은 범죄자 취급까지 받았다고요.
우리 정부는 1971년 ‘외제 차 자진 신고 기간’이라는 것을 만들었어요. 자진 신고를 하라는 것은 한마디로 자수를 하라는 뜻인데, 이건 범죄자 취급이나 마찬가지죠. 1984년에는 그 당시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던 이주일 씨(요즘으로 치면 유재석 같은 존재였음)가 일제 도요타 자동차를 몰고 다녔다는 소식이 9시 뉴스에까지 보도됐다고요.
담배도 마찬가지예요. 그 당시 외국 담배를 보통 양담배(서양에서 수입된 담배라는 뜻)라고 불렀는데, 이걸 피우면 매국노 취급을 받았어요. 그런데 담배는 워낙 조그맣기 때문에 한눈에 양담배인지 국산 담배인지 구분하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공무원들이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불시에 검문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어요. ‘양담배 전담 단속반’이라는 것까지 있었죠. 1968년 정부는 “양담배 흡연자의 명단을 공개하고 상습범은 구속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상상도 못 할 일이죠. 

 

자유 무역의 약점
왜 이런 이상한 분위기가 형성됐을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호 무역에 대해 알아야 해요. 단, 보호 무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달 익혔던 자유 무역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하답니다. 자유 무역은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각자 잘하는 분야에 집중한 뒤 무역을 통해 교환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다.”라는 이론이죠. 이에 따르면 선진국은 반도체나 자동차같이 복잡한 기술이 들어가는 제품을 만들고, 후진국은 농업이나 어업처럼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산업에 집중해야 해요.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자유 무역 이론이 옳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후진국은 평생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아야 해요. 즉 반도체나 자동차 같은 고급 기술이 들어가는 산업을 시도할 기회조차 못 얻는 거죠. 예를 들어 어떤 후진국이 치약 산업을 발전시켜 보려고 해요. 하지만 기술이 떨어지다 보니 품질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이때 마트에 콜게이트(세계 치약 판매 1위인 미국 회사) 치약이 깔려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세계 1위 제품이니 품질이나 가격이 검증돼 있겠죠.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품질이 떨어지는 국산 치약보다 콜게이트 치약을 더 선호할 테고요. 이러면 그 나라 기업이 만든 치약 회사는 망해 버려요. 이 과정이 이어지면 후진국들은 영원히 농업이나 어업에 의존하는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거예요.

후진국이 자유 무역을 피하려는 이유
그래서 자유 무역 상태에서는 후진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요. 실제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나라는 독일(통일이 되기 전 서독), 일본, 대한민국 등 세 개 나라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죠. 모두 1940년대와 1950년대 전쟁의 참화비참하고 끔찍한 재난이나 변고를 겪었지만, 역경을 딛고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어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자유 무역 시대에 후진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할 수 있지요. ‘자유 무역 이론은 선진국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이론’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자유 무역 이론이 탄생한 때는 18세기 후반, 그리고 그 이론을 만든 경제학자들은 모두 영국인이었어요. 그 당시 영국은 산업 혁명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공업이 발달한 선진국이었답니다. 이 상태에서 자유 무역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영국은 값비싼 공산품을 수출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공업 기술이 없는 후진국은 계속해서 농업에만 매달려 후진국으로 남아 있게 되죠.
그래서 그 시기 독일에서 활동한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1789~1846년)는 자유 무역을 격렬히 반대했어요. 리스트는 “자유 무역을 받아들이면 프랑스나 에스파냐 같은 후진국들은 영국인들이 마시는 최고급 포도주를 생산하고, 자기들은 저질 포도주나 마시는 운명을 맞을 것이다.”라며 자유 무역을 저주했죠. 특히 리스트의 조국이었던 독일은 유럽에서도 가장 가난한 농업 국가였답니다. 그래서 리스트는 후진국 독일이 선진국 영국과 자유 무역을 하는 것은 자살 행위라고 확신했어요. 그러면서 “영국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어마어마한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죠. 후진국에 필요한 것은 자유 무역이 아니라 보호 무역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어요.

보호 무역과 보복
이제 보호 무역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해요. 보호 무역이란 자기 나라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제품이 국내에서 팔리는 것을 강제로 막는 것을 뜻해요. 과거 양담배와 외제 차 소비를 범죄 취급했던 우리나라의 정책이 바로 대표적인 보호 무역 정책이죠. 이런 정책은 국산 차와 국산 담배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실시된 것이거든요.
리스트가 “영국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어마어마한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대표적인 보호 무역 정책이에요. 예를 들어 최신 아이폰 한 대 가격이 150만 원쯤 한다고 해 보죠. 한국에서 사나 미국에서 사나 아이폰 가격은 차이가 없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가 삼성 갤럭시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 무역 정책을 쓰기로 했다고 가정해 봐요. 가장 쉬운 방법은 수입되는 아이폰에 세금을 한 50만 원쯤 왕창 매기는 거예요. 이러면 애플은 우리나라에서 아이폰 한 대 팔 때마다 50만 원씩 세금을 내야 해요. 이걸 감당하기 위해서는 150만 원쯤 하던 아이폰 가격을 200만 원쯤으로 올려야 하죠. 자, 이러면 여러분은 무엇을 사고 싶겠어요? 그렇다고“그거 괜찮은 아이디어인데요?”라고 긍정하기에는 좀 일러요. 왜냐하면 이렇게 아이폰에 세금을 왕창 매기면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에요. 

미국은 “어라, 한국 너희가 우리 제품인 아이폰에 세금을 물렸어? 그러면 우리도 갤럭시에 세금 왕창 물려!” 이런 식으로 대응할 거라고요. 이렇게 우리가 보호 무역을 실시하면 상대 나라에서 즉각 보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 보호 무역이 실행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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