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교 소풍날. 세미네 학교는 근처 놀이공원으로 가게 되었다. 세미와 친구들은 담임 선생님을 따라 지하철역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텅텅 비어 있을 줄 알았던 지하철 안이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놀이공원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안전하게 놀이기구 타고, 12시가 되면 호수 앞 잔디밭으로 모이세요.”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각자 좋아하는 놀이기구로 달려갔다. 하지만 놀이기구 앞은 기다리는 사람들로 장사진이었다. 롤러코스터를 기다리는 줄은 레일보다 더 긴 것 같았다. 
더위에 지친 세미와 재주, 다정과 몇몇 아이들은 소풍이 끝난 후 팥빙수를 먹으러 학원 앞 분식점으로 갔다.
“어쩜 그렇게 사람이 많을 수가 있지?”
그때,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늘 신나라놀이공원에는 약 10만 명의 인파가 몰려 대혼잡을…….”
팥빙수를 먹던 아이들은 깜짝 놀라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 10만 명이나 되는 사람을 어떻게 세었을까?”
무심코 꺼낸 세미의 말에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진짜 궁금하네? 입장객이 산 표를 다 세어 본 걸까?”
“어쩌면 CCTV를 보면서 입장객 수를 일일이 세는 걸지도 몰라.”
호기심이 생긴 아이들 사이에 갑자기 경쟁이 붙었다.
“방법을 알아 오는 사람에게 다음번에 팥빙수 사 주기!”
아이들은 각자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하지만 세미는 못 참지 쿠키 가게로 뛰어갔다. 김수학 아저씨는 세미 손을 이끌고 탁자 앞으로 갔다. 쿠키가 테이블 가득 쌓여 있었다.
“그래, 오늘도 궁금한 것이 있어서 왔구나. 당연히 도와줘야지. 그 대신, 새로 개발한 쿠키를 맛보고 평가 좀 해 주겠니?”
세미는 그동안 이곳에서 맛보았던 청국장쿠키, 쑥갓쿠키 등이 떠올라 덜컥 겁이 났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냈다.
“오늘 학교에서 소풍을 갔는데요…….”
놀이공원에 소풍 온 사람들 수를 어떻게 세는지 내기한 것까지 다 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껄껄 웃었다.
“그렇게 큰 숫자를 계산할 때는 어림셈을 한단다. 어림셈이란 정확한 값이 아닌 ‘어림수(대강의 수)’를 써서 참값에 가까운 값인 근삿값을 구하는 걸 말해. 대략적인 값을 미루어 아는 거란다. 예를 들어 볼까? ‘414×10,150’을 계산하면 4,202,100이 나오는데 이 숫자를 한번 읽어 보겠니?”
“사백…… 이십만, 이천백.”
“옳지. 그런데 어림셈은 큰 자릿값은 남겨 두고 작은 자릿값을 0으로 만들어 계산하는 거란다. 414는 400이라는, 10,150은 10,000이라는 어림수를 써서, ‘400×10,000=4,000,000’으로 어림셈하는 것이지. 왜 이렇게 계산할까? 그건 어림셈의 목적이 계산을 통해 나올 수가 얼마나 큰지 정도만 아는 데 있기 때문이야.”
세미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할아버지는 잠시 이야기를 끊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는 부엌에서 커다란 자루와 쟁반, 그리고 실을 들고 나왔다. 자루 안에는 콩이 가득 들어 있었다. 할아버지는 자루 안의 콩을 쟁반에 와르르 붓더니, 손으로 골고루 펴서 쟁반 바닥에 꽉 차도록 만들었다. 그다음 쟁반 위에 실을 가로세로로 교차해 묶어 쟁반을 같은 크기의 여러 구획으로 나누었다. 꼭 모눈종이처럼.
“여기 쟁반에 있는 콩이 몇 알쯤 되는지 빠르게 알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일이 세면 너무 오래 걸리겠지?”
실로 구획을 나누자 쟁반 위에는 24개의 칸이 생겼다. 할아버지는 그중 두 개의 칸을 골라 콩의 숫자를 세어 보라고 했다.
세미는 한 알 한 알 콩을 세었다.
“이쪽 칸에는 29개가 있고, 이쪽 칸에는 30개가 있어요.”
“그럼 이 쟁반에 있는 콩은 대략 몇 개쯤 될까? 좀 전에 이야기해 준 ‘어림수’를 힌트 삼아 계산해 보겠니?”
“다른 칸에 있는 콩의 숫자도 비슷할 거라 보고, 칸은 모두 24개니까 쟁반 위에 있는 콩의 개수는 ‘29×24=696개’에서 ‘30×24=720개’ 정도일 것 같아요.”
“잘했다! 계산해서 얻은 수를 다시 근삿값으로 나타내면 약 700개라고 할 수 있겠지.”
최단위 할아버지는 만족한 듯 빙그레 웃었다.
“이런 방법으로 오늘 놀이공원에 온 사람들의 수를 계산할 수 있단다. 가로와 세로 각각 1m인 정사각형 넓이에 서 있는 사람 수를 센 다음, 공원의 전체 면적을 곱해 어림셈한 결과를 발표하는 거지.”
“할아버지, 고마워요! 친구들한테도 얘기해 줄게요!”


▶콕 집어 주는 수학 원리
어림셈
‘어림셈’은 너무 크거나 작은 숫자를 셀 때 이용하면 합리적이에요. 여름에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의 수라든가, 겨울에 눈썰매장에 온 사람들의 수 등을 셀 때 어림셈을 이용하지요. 이때는 전체를 같은 크기의 작은 부분으로 나눈 다음, 작은 부분의 개수만 세어 곱해서 전체를 구해요. 이와 반대로 어림하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종이는 너무 얇아서 한 장의 두께를 재기 어렵기 때문에, 종이를 여러 장 모아서 두께를 잰 다음 그것을 장수로 나누면 한 장의 두께를 근삿값으로 얻을 수 있지요.

참값과 근삿값
‘참값’이란 정확한 값을 말한답니다. ‘근삿값’은 참값에 가까운 값을 말하죠. 예를 들어 과수원에서 딴 사과를 어림잡아 세어 보니 약 600개였어요. 하지만 실제로 딴 사과 개수는 정확히 617개였지요. 600은 근삿값, 617은 참값이에요. 이때 근삿값과 참값에는 17이라는 차이가 나죠? 이런 차이를 ‘오차’라고 하는데, 근삿값이 참값에 가까울수록 오차가 적답니다. 

/자료 제공=‘초등 독서평설’(지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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