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무역

돈을 지키는 방법?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한다는 대통령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에이브러햄 링컨(재임 1861~1865년) 시절 미국은 대륙 횡단 철도를 만들 계획을 세웠어요. 어마어마하게 큰 북미 대륙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놓는 일이니 엄청나게 큰 사업이었죠. 그 당시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스스로 도약을 준비하던 시기였어요. 하지만 공업 기술은 영국에 비해 심각하게 떨어졌죠. 그래서 참모들은 링컨에게 “철도를 빨리 건설하기 위해서는 영국으로부터 레일을 수입해야 합니다.”라고 건의했습니다. 이때 링컨이 정색을 하고 이렇게 답했지요.
“만약 우리가 영국으로부터 레일을 사 오면 우리는 레일을 얻지만 돈을 잃는다고. 하지만 생각을 해 봐. 우리가 직접 레일을 만들면, 우리 미국은 레일도 얻고 돈도 지킬 수 있는 거지.”
오, 어떤가요? 미국이 영국에 돈을 주고 레일을 사 오면 미국 국민들의 돈이 영국으로 흘러 나가겠죠. 반면에 미국 스스로 레일을 깔면 레일도 만들고 돈도 지키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고…….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아요.
만약 이 이야기에 솔깃했다면 이런 질문을 해보고 싶네요. 여러분이 지금 치킨을 주문하려고 해요. 이때 링컨이 이렇게 말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만약 너희가 치킨집에 치킨을 주문하면 너희는 치킨을 얻지만 돈을 잃게 된다고. 하지만 생각을 해 봐. 너희가 직접 치킨을 만들면, 너희는 치킨도 얻고 돈도 지킬 수 있는 거지.”
이 이야기도 그럴싸한가요? 그렇다면 제일 좋은 방법은 아예 닭을 직접 기르는 거겠네요. 마트에서 닭고기를 사 오면 돈을 잃게 되는 건 마찬가지니까요. 

 

링컨의 오류
경제학에서는 링컨의 이 발언을 ‘링컨의 오류’라고 불러요. 링컨의 말이 잘못인 이유는 그가 분업의 효율성을 무시했기 때문이랍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원시 사회보다 효율적인 이유는 분업을 할 줄 알기 때문이거든요. 분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자고요. 텔레비전을 보고 싶다면 자기 힘으로 만들어야 해요. 생선이 먹고 싶으면 생선을 직접 잡아야 하죠. 쌀도 직접 재배해야 하고, 소도 직접 키워야 해요. 이게 너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분업과 교환을 하는 거랍니다. 

 

이처럼 각자가 잘하는 영역에서 생산품을 만든 뒤 교환을 하면 돼요. 그리고 이런 분업이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하려고 할 때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여러 차례 증명이 됐어요.
이번 주 주제인 무역도 마찬가지예요. 무역이란 여러 나라가 국경을 넘어 장사하는 걸 말해요. 우리나라의 휴대 전화가 미국에서 팔리면 이게 무역이죠. 우리가 미국의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것도 무역이고요. 현대 사회에서는 무역이 매우 발달해 있어요. 왜냐하면 무역이 분업의 효율성을 최대한 살려 주기 때문이지요. 바다가 있는 나라는 물고기를 잡고, 땅이 기름진 나라는 곡물을 재배한 뒤 무역을 통해 교환을 하면 분업의 효율성을 누릴 수 있거든요.

절대 우위론

여기서 ‘자유 무역 이론’이라는 경제학 이론이 나와요. 자유 무역이란 여러 나라가 물건을 사고팔 때 어떤 규제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장사를 하도록 허용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주장이죠. 이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간단한 수학을 해 봐요. A와 B라는 두 나라가 있다고 해 보죠. 이 두 나라는 모두 반도체와 물고기를 생산할 수 있어요. 그런데 기술이 발달한 선진국인 A는 반도체 한 개를 만드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해요. 반면에 물고기 잡는 데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 한 마리 잡는 데 9시간이나 걸리는 거예요. B는 기술력이 부족해서 반도체 한 개를 만드는 데 무려 9시간이나 걸려요. 하지만 물고기 잡는 일에는 선수들이어서 1시간이면 한 마리를 뚝딱 잡아 내죠.
이런 상황에서 두 나라가 가장 효율적으로 반도체와 물고기 두 가지를 모두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각자 힘으로 반도체와 물고기를 얻으려면 두 나라 모두 10시간이 필요해요.
하지만 무역을 하면 시간을 확 줄일 수 있답니다. A는 소질 없는 물고기잡이를 포기하고 반도체만 두 개를 만드는 거죠. 2시간만 쓰면 되잖아요. B는 기술력 떨어지는 반도체를 포기하고 물고기만 두 마리를 잡는 거예요. 이것도 2시간이면 충분하지요. 그런 뒤 A와 B가 서로 반도체와 물고기를 하나씩 바꾸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두 나라 모두 2시간만 들여 반도체 한 개와 물고기 한 마리를 가지게 돼요. 이처럼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한 뒤 무역을 하면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이 이론을 자유 무역 이론 중에서도 특별히 ‘절대 우위론’이라고 불러요. 절대적으로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자는 뜻이죠.

비교 우위론

그런데 만약에 이런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경우는 반도체건 물고기건 모두 A가 더 효율적으로 잘 만들고 잘 잡아요. 그리고 현실은 대부분 이렇죠. 반도체를 잘 만드는 선진국이 물고기도 더 잘 잡는다고요. 
다만 ‘얼마나 더 잘하느냐?’에는 차이가 있어요. 반도체는 선진국인 A가 1시간 만에 만드니까 10시간 걸리는 B에 비해 10배나 더 효율적이지만, 물고기는 A가 4시간 만에 한 마리 잡으니 8시간 걸리는 B에 비해 2배만 더 효율적인 셈이지요. 경제학은 이런 경우에도 무역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가르쳐요. 왜냐하면 A가 둘 다 더 잘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잘하는 분야가 있기 때문이지요. 계산을 한 번 더 해 보죠. A는 상대적으로 훨씬 더 잘 만드는 반도체만 두 개 만들고, B는 상대적으로 덜 못하는 물고기잡이로 두 마리를 잡는다고 해 보자고요. A는 2시간(1시간×2)이면 반도체 두 개를 만들 수 있고, B는 16시간(8시간×2)이면 물고기 두 마리를 잡을 수 있어요. 그런 다음 두 나라가 반도체와 물고기를 하나씩 교환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A는 2시간만 쓰고, B는 16시간만 써서 반도체와 물고기를 모두 하나씩 갖게 돼요. 무역을 안 했을 때 A는 5시간, B는 18시간이 필요했는데, 이렇게 하면 훨씬 효율적이 되는 거죠. 
이처럼 어떤 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더 잘해도 ‘더 잘하는’ 분야에만 집중하고, 어떤 나라가 모든 분야에서 능력이 뒤떨어져도, 비교적 ‘덜 뒤떨어진’ 분야에 집중한 뒤 무역을 하면 모두에게 이익인 거예요. 이 이론을 절대 우위론과 비교해서 비교 우위론이라고 부른답니다. 
절대 우위론이건 비교 우위론이건 수학적으로 무역은 모든 나라에 이익이 돼요. 그래서 지금 세계는 세계 무역 기구(WTO)이라는 기구를 만들어 각 나라가 자유 무역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죠. 현대 사회에서 무역이 우리의 삶과 절대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가 됐다는 이야기예요. 

 

/자료 제공=‘초등 독서평설’ 5월호(지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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