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예나 지금이나 나쁜 사람들이 아주 많아. 예를 들면, 길에 침을 뱉고 다니는 사람들이 그래. 청소를 하고 도시를 깨끗하게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고약하기 그지없는 일이지. 벌금을 물리든, 주의를 주든, 혼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침을 뱉는 사람을 잡아다가 한 달 동안 교도소에 보내 징역을 살릴 수는 없겠지? 국가의 입장에서 볼 때 모든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 징역형, 즉 교도소에 가두는 형벌을 부과할 수는 없어. 그래서 우리 헌법은 국민이 저지르는 잘못 가운데 정도가 심한 것만을 추려서, 그것에 대해서만 형벌을 부과하라고 해. 예컨대 사람을 죽이거나(살인), 사람을 때리거나(폭행),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절도) 것처럼,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행위만을 범죄라고 하고 그 범죄에 대해서만 형벌을 부과할 수 있지. 문제는 무엇이 범죄냐 하는 건데, 살인ㆍ폭행ㆍ절도가 범죄인 것은 알겠지만 구별이 명확한 것은 아니야.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고. 아래 사례에서 재우네 친척 아저씨는 범죄를 저지른 걸까 아닐까?

재우네 친척 아저씨는 뒷산에서 사냥꾼이 놓은 덫에 걸려 다리를 심하게 다친 채 도망치는 노루 한 마리를 발견했다. 아저씨는 노루를 잡아먹을 생각으로 읍내 도축장에 갔는데 노루는 도축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별 수 없이 노루를 가져와 이웃의 도움을 받아 뒷마당에서 목을 매다는 방법으로 죽인 다음 고기를 잘라 함께 나누어 먹었다. 

 

 

우선 이 아저씨의 첫 번째 잘못은 노루를 잡아먹으려고 했던 거야. 원래 노루처럼 야생에 사는 동물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기 때문에 잡아먹는다고 해서 죄가 되지는 않아.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노루고기가 먹고 싶어서 산으로 올라가면 노루는 금세 우리나라에서 멸종되겠지? 그래서 우리나라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허가를 받은 사람만 사냥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재우네 아저씨가 만약 수렵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덫을 놓아 노루를 잡는 것 자체가 죄가 되는 거지. 그런데 아저씨가 덫을 놓은 게 아니니까 죄가 되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재우네 아저씨는 사냥꾼이 잡으려고 했던 노루를 가져와도 되는 걸까? 만약 누군지는 모르지만 사냥꾼이 놓은 덫에 걸린 노루를 가져온다면 그것도 죄가 돼. 남이 어렵게 잡은 걸 가져가는 건 나쁜 짓이잖아. 우리 형법은 이런 걸 절도라고 해. 남의 것을 훔쳤다는 뜻이지. 그런데 잡힌 게 아니라 잡았다가 놓친 노루이기 때문에 그 노루는 야생동물로서 누구의 것도 아닌 게 돼. 그래서 다친 노루를 집으로 가져온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어. 
자, 이제 문제는 그 노루를 먹는 건데 말이야. 그런데 노루를 잘라서 고기로 만드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래서 재우네 아저씨는 근처 도축장에 가서 합법적으로 도축을 하려고 했던 거지. 그런데 또 문제가 있어. 우리나라는 모든 야생동물을 도축해 주지는 않는다는 거야. 축산물 위생관리법이라는 법률이 있는데, 그 법률에 따르면 소ㆍ말ㆍ양ㆍ돼지ㆍ닭ㆍ오리ㆍ사슴ㆍ토끼ㆍ칠면조ㆍ거위ㆍ메추리ㆍ꿩ㆍ당나귀만 도축을 할 수 있어. 개나 노루 같은 동물을 죽여서 고기를 따로 추리는 건 금지되어 있다는 뜻이야. 
재우네 아저씨가 가져간 노루를 도축장 주인은 도축해 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 그래서 별 수 없이 아저씨는 노루를 끌고 집으로 올 수밖에 없었던 거야. 물론 여기서 포기했어야 해. 노루를 잘 치료해서 야생으로 돌려보내거나 그럴 가망이 없으면 그냥 죽게 내버려두고 잘 묻어 줬으면 아무 문제가 없지. 그런데 시골에서는 고기가 아까우니까 도축장에서 잡아주지 않는 동물을 몰래 죽이는 경우가 있어. 그런데 만약에 재우 아저씨처럼 집 뒷마당에서 야생동물을 도축한다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때리거나 산채로 태우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는 처벌받게 됐지. 정확히 말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거야. 그런데 산에서 잡은 노루고기를 포기해야 하는 걸까? 여기서부터는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그래서 독일 사람들은 성경 옆에 늘 법전을 두고 있다고 할 정도지. 범죄는 일종의 재난과 같아. 어느 날 갑자기 닥쳐와서 많은 것을 앗아가지. 한순간 화를 못 참아서 큰 범죄를 저지르고 그 대가를 오래 치러야 할 수도 있어.

 

특히 외국에 나가서는 더 조심해야 돼. 나라마다 법이 다르니까. 남의 여행가방 한 번 잘못 들어줬다가 몇 년째 외국 교도소에 갇혀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하거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늘 신중해야 한다는 거야. 말 한 마디를 할 때도, 행동 하나를 할 때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지 신중하게 생각하는 습관, 그게 필요해. 사회생활이란 결국 그렇게 남을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지. 그게 어른이 되는 길이고. 

/자료 제공=‘교양 꿀꺽 법은 정말 필요할까?’(김희균 지음ㆍ김잔디 그림ㆍ봄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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