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에는 회화나무 여덟 그루가 서 있어. 이 회화나무들은 천연기념물 제472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지. 이 나무들은 1826년에서 1830년 사이에 궁중 화가인 도화서 화원들이 그린 「동궐도」에도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동궐도」는 국보 제249호로,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체 모습을 그린 큰 그림이란다. 열여섯 폭의 비단에 아름답게 그려져 있지.
궁궐에 회화나무를 심은 것은 고대 중국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야. 옛날 중국 주나라에서는 궁궐에 회화나무 세 그루를 심고 태사ㆍ태전ㆍ태보 등 삼공이 회화나무를 향해 앉았어. 
조선 시대에는 이를 본떠서 궁궐에 회화나무를 심고, 삼공에 해당하는 영의정ㆍ좌의정ㆍ우의정이 회화나무를 향해 앉아 정사를 돌보도록 했단다. 회화나무는 궁궐뿐 아니라 학자나 높은 벼슬아치의 집, 서원 등에만 심을 수 있었어. 그래서 회화나무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도 상서로운 나무로 여겼으며 ‘학자수’라고 불렀지. 나뭇가지가 뻗은 모양이 학자의 기개를 뜻한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 
옛 선비들은 회화나무를 매우 아끼고 귀하게 여겨, 이사를 가면 마을 입구에 꼭 이 나무를 심어 ‘학문에 힘쓰는 선비가 사는 곳’임을 널리 알렸지. 또한 회화나무는 귀신을 쫓는 나무라고 하여 대문 앞에 심으면 잡귀가 들어오지 못한다고 믿었어. 회화나무만의 특별한 전설 같은 것이 있는데, 회화나무는 나무마다 스스로 우는 열매가 하나씩 있대. 그 열매를 따서 먹으면 신선이 되어 매우 총명해진다나. 하지만 까마귀가 미리 찾아내어 그 열매를 먹어 버린다는구나. 신통력을 얻은 까마귀는 흉사가 닥칠 집을 찾아가 그 앞에서 까악까악 운다는 거야. 

 

회화나무는 진실을 가려 주는 능력도 있대. 그래서 옛날 중국에는 재판관들이 회화나무 가지를 들고 판결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있단다.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회화나무 중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는 나무들이 있어. 인천시 서구 신현동에 가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회화나무가 있단다. 이 회화나무는 풍년이 들지 흉년이 들지 점치는 나무로 유명하지. 이 나무에 꽃이 필 때 위에서 먼저 피면 풍년이 들고 아래쪽에서 먼저 피면 흉년이 든다나.

상서로운 나무로 여긴 창덕궁 회화나무
상서로운 나무로 여긴 창덕궁 회화나무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육통리의 회화나무는 ‘김영동 회화나무’라고 불려. 고려 공민왕 때 이런 일이 있었단다. 이 마을에 사는 김영동이라는 젊은이가 왜구에 맞서 싸우려고 전쟁터로 떠나게 되었는데 효성 깊은 그가 부모님께 이렇게 말했어. 
“제가 회화나무 한 그루를 심었습니다. 제가 없더라도 이 나무를 아들처럼 생각하셔서 잘 가꾸어 주십시오.”
그런데 전쟁터로 떠난 아들은 왜구와 싸우다가 죽고 말았단다. 부모님은 아들 잃은 슬픔을 잊으려고 정성을 다해 회화나무를 가꾸었다는구나.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의 해미읍성(사적 제116호) 안에는 6백 살쯤 된 회화나무가 있단다. 이 나무는 비극적인 운명의 나무로 유명했지. 1866년, 병인박해가 일어나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받았을 때 이 나무가 사람들을 죽이는 처형대로 쓰였거든.


회화나무는 왜 집이나 절에 많이 심었나요?
회화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큰키나무야. 중국이 원산지로, 오랜 옛날에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며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라지. 회화나무는 은행나무ㆍ팽나무ㆍ느티나무 등과 더불어 오래 살고 크게 자라는 나무로 알려져 있어. 키는 20미터 이상 자라며, 줄기는 네댓 아름에 이르고 구불구불하고 불규칙하게 자라. 꽃은 8월에 피고 열매는 10월에 익어.
옛날 사람들은 회화나무 잎으로 떡을 만들어 먹었으며, 꽃은 천연 염색의 재료로 썼어. 목재는 재질이 느티나무와 비슷하여 가구재로 쓰였어. 
회화나무는 한자로 ‘괴목(槐木)’이고, 그 꽃은 ‘괴화(槐花)’야. 중국에서는 ‘괴(槐)’를 ‘회’로 발음하기 때문에 ‘괴화나무’가 ‘회화나무’로 불리게 되었지. 한자 ‘괴(槐)’는 ‘나무 목(木)’과 ‘귀신 귀(鬼)’를 합한 글자야. 그래서 사람들은 이 나무가 귀신을 쫓는다고 믿어 집이나 절 등에 많이 심었다고 해.


/자료 제공=‘식물로 보는 한국사 이야기 ② 조선 전기부터 조선 중기까지’(신현배 글ㆍ김규준 그림ㆍ뭉치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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