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라는 말 들어 봤지? 사람이 사람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권리, 그걸 인권이라고 해.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권 침해는 오래도록 계속되어 왔어. 중세의 농노나 미국의 흑인 노예가 그런 경우지. 1215년 영국 국민들은 왕의 인권침해에 반대해서 내전을 일으켰어. 당시 존왕이라는 사람이 재판도 없이 사람을 사형에 처하고, 재산을 마구 빼앗았거든. 그래서 군대를 일으켜 왕을 제압한 다음 합의문 한 장을 내밀면서 서명을 요구했지. 이것이 바로 유명한 마그나 카르타(대헌장)라는 거야. 한마디로 당신 마음대로 하지 말고 여기 적힌 우리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었지. 존왕은 마지못해 서명을 하긴 했지만 금세 그 합의가 무효라고 선언을 해 버렸어. 그래서 전쟁이 계속됐지. 
약 400년 동안 영국 국민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왕에게 청원도 하고, 협박도 하고, 전쟁도 하면서 자신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어. 그리고 결국 1688년에 권리장전이라는 이름의 약속을 받아냈지. 당시 영국 왕위에 오른 오렌지 공 윌리엄으로부터 말이야. 이걸 피를 흘리지 않고 완성한 혁명이라는 뜻에서 명예혁명이라고 해.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권리를 우리는 ‘기본권’이라고 불러. 우리 헌법 제10조부터 제37조까지 다양한 기본권이 보장되어 있어.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권 같은 것이지. 
유엔인권규약은 각국의 기본권 조항을 크게 둘로 나눠. 하나는 자유권, 다른 하나는 사회권이야. 자유권은 국가가 국민을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을 내용으로 해. 우리 헌법 제14조에 보면 “모든 국민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돼 있거든. 또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도 있어. 국가는 이런 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거야. 
그런데 사회권은 이런 자유권과는 내용이 달라. 주로 국가에 대해 뭘 해 달라고 요구하는 거거든. 예를 들면, 제3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고 적혀 있어. 이 말을 곧이곧대로 지키려면 국민들이 사는 곳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국가가 돈을 들여서 쾌적한 환경이 되도록 해야 하는 거야.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경제력이 충분하지 않은 나라들은 국민의 이런 요구를 다 들어줄 수가 없어. 그래서 유엔은 자유권에 대해서는 모든 국가가 철저히 보장할 것을 권고하면서도, 사회권에 대해서는 각 국가의 처지에 맞게 보장하라고 해. 국가의 경제력에 따라 국민에게 보장되는 기본권이 다를 수밖에 없는 거지. 
게다가 요즘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도 많아지고 있어. 최근 문제가 된 장애인 이동권도 그 중 하나지. 사실 건강한 사람들은 지하철 승차권만 있으면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갈 수 있잖아? 그런데 장애인들은 그게 아니거든. 혼자서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 승강장까지 내려가는 일이 보통 문제가 아니야. 그래서 국가가 전용 엘리베이터를 만들어서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지하철을 탈 수 있게 해 달라는 거야. 법에는 아직 이런 규정이 없으니까 장애인 단체들은 헌법에 넣어달라고 시위를 하고 있는 중이지.

 

그뿐만이 아니야. 전에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들이 세상이 변하면서 중요한 기본권으로 올라오고 있어. 가령 ‘안전권’이나 ‘자기정보보호권’ 같은 권리도 기본권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게다가 요즘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하잖아? 사물인터넷, 로봇,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기술발전 덕에 새로운 자유권이 문제가 되기도 했어. 예를 들면 칠레에서는 뇌를 조작할 위험에 대비해 국가가 뇌신경을 침해하지 말라는 의미의 신경권 조항이 헌법에 기본권으로 들어가기도 했지. 지금은 또 사람의 인권만 중요한 세상이 아니야. 같은 지구의 구성원인 동물의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지. 사람과 동물과 환경은 결국 건강 측면에서는 하나라는 뜻의 ‘하나의 건강(one health)’이론이 독일과 같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어. 독일은 국가의 동물 보호 의무를 헌법에 적어 놓고 있거든. 이렇게 헌법에는 다양한 기본권 조항이 들어가 있어. 그리고 이렇게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 하나에 권력이 집중되어서는 안 돼. 여러 곳에 나뉘어 있어야 서로 눈치 보느라고 마음대로 하지 못하거든. 그래서 프랑스 인권선언 제16조에는 이런 말이 있어. 
“권리의 보장이 확보되지 않고 권력의 분립이 확립되지 않은 사회는 헌법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헌법의 목적은 국가권력을 나눠서 국민의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되게 하는 거야. 기본권 보장이 안 된다면 헌법이 있어도 그건 가짜 헌법이라는 말이지. 우리 헌법을 가만히 살펴봐. 제40조부터는 전부 권력을 나누는 내용이야. 입법권은 국회가 갖고, 행정권은 정부가, 재판권은 법원이 갖도록 정했지. 그래서 한 기관이 권력을 남용하면 바로 헌법 위반이 돼.
헌법은 한마디로,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를 견제하는 법이라고 할 수 있지. 마그나 카르타가 꿈꾸던 세상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 거야. 

/자료 제공=‘교양 꿀꺽 법은 정말 필요할까?’(김희균 지음ㆍ김잔디 그림ㆍ봄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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