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창사 30주년 기념 ‘어린이가쓴말놀이 동시집 공모’ 수상작 선보여

‘지우개맨’
(최문현 외 시ㆍ강은옥 그림)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 비룡소가 창사 3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어린이가 쓴 말놀이 동시집 공모’에서 상을 받은 어린이들의 글을 담은 동시집을 선보였다. 수상 작품집 ‘지우개맨’에는 요즘 어린이들의 고민과 놀이 등을 담은 50편이 촘촘이 실렸다. ‘멋진 우리말 상(1등)’과 ‘깔깔 재미난 상(2등)’등 수상한 어린이들의 작품마다 통통 튀는 재미, 솔직한 생각이 담겨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이 동시집의 시에 해당하는 인세는 각 어린이 이름으로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돕는 푸르메재단에 기부된다.

동시집 ‘지우개맨’에는 요즘 초등학생들의 신선하고 발랄하며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하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언어의 놀이’에 흠뻑 빠진 어린이들의 세상이다. 말의 운율, 언어가 만들어 낸 우연의 재미, 그리고 독특한 시선이 차고도 넘친다. 시의 소재도 자연물과 계절, 군것질거리, 음식, 학교생활 등 다양하다. 
먼저 두 편의 시를 살펴보자.

“앵두야!/ 앵?/ 네 얼굴이 빨개졌어/ 여름이 왔나 봐/ 앵!/ 너 정말 예쁘다/ 나무에 해가 주렁주렁 매달린 것 같아/ 앵, 앵, 앵!/ 앵두가 자꾸 나를 부르네/ 앵두, 하고 입술을 내밀면서”

최문현 어린이의 ‘앵두랑’에서는 ‘앵두~’하고 말할 때의 입 모양, 앵두의 외형적인 색과 모양을 담아 앵두의 모습을 다각도로 느껴 볼 수 있는 게 눈에 띈다.  

“어떤 우당탕을 만들까?/ 탕탕 감자탕/ 탕탕 동태탕/ 탕탕 새우탕/ 탕탕 우거지탕/ 탕탕 해물탕/ 탕탕 마라탕/ 맛있는 탕탕, 우당탕 먹자!”

육소현 어린이의 ‘우당탕 먹자’에서는 탕의 반복적인 말의 리듬이 재치있다. 그뿐 아니다. 동시집에는 어린이들의 고민이나 놀이, 먹고 싶은 음식과 사건도 솔직하고 재치 있게 담겨있다. 특히 온전히 어린이들의 시선과 목소리여서 더 친근하게 다가선다.

“공부하려고 했는데/ 연필이 없어서/ 필통을 찾아보고/ 통닭도 찾아보고/ 닭 날개 속도 찾아보고/ 개 입속도 찾아보고/ 하느라/ 숙제를 못 했어요”(‘연필이 없어서’전문- 송시헌 어린이)

“지우개로 지운다/ 그림 모두를/ 지우개로 지운다/ 틀린 문제를/ 지우개로 지운다/ 무서운 꿈을”(‘지우개’전문- 전예진 어린이)

그런가하면 가까운 인간관계 속에서 느끼는 고민도 살짝 엿볼 수 있다. 

“위험한 전기뱀장어는/ 건드리면 전기가 찌릿찌릿!/ 아무도 건드리지 않아 외로운/ 전기뱀장어는/ 우리 형” (‘전기뱀장어’전문- 정효철 어린이) 

사춘기에 접어든 형은 아무도 못 건드릴 정도로 아주 위험한(?) 존재이지만 꼬마 시인은 기막히게도 그 속에서 외로움을 읽어 낼 줄  안다. 이런 순수하고 맑은 어린이들만의 눈으로 빚어낸 동시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책장을 빨리 넘기게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독자들도“나도 시를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비룡소 펴냄ㆍ값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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