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을 강북과 강남으로 나누듯 조선 시대에는 청계천을 중심으로 북촌과 남촌으로 나누었어요. 북쪽에는 주로 권력을 쥐고 있는 양반들이 살았고 남쪽에는 몰락한 양반이나 손으로 물건을 만들며 살아가는 가난한 장인들이 살았어요.
북촌이나 남촌과는 달리 청계천 장통교 주변 마을인 장통방은 중촌이라고 불렀지요. 그곳에는 역관(통역을 맡아보는 관리), 의관(의술에 종사하는 관원), 천문관(천체나 기상을 연구하는 관리),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주로 모여 살았는데 그들은 조선 시대 중인 계급이었어요. 장통교 주변 사람들은 양반은 아니었지만 학식이 높고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어서 부자들이었어요. 오늘날도 이곳에는 은행들이 즐비해 늘 돈이 오가는 곳이지요. 
1560년 8월 어느 날 임꺽정 무리가 장통방을 습격했어요. 임꺽정은 1559년부터 1562년까지 조선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도둑질을 일삼던 도둑 떼의 두목이었어요. 도둑 무리 속에는 여자까지 끼어 있었어요. 어느 날 여자 몇 명이 장사치로 변장하고 장통방에 들어왔지요. 몇 마디 오고 가는 사이 남자 패거리들이 갑자기 들이닥치며 보물과 물건을 빼앗더니 준비해 온 말에 급히 실었어요. 삽시간에 장통방은 아수라장이 되었지요. 군사들이 달려왔지만 도둑 떼는 바람처럼 도망쳤어요. 이때 여자 도둑 한 명이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어요. 임꺽정의 아내였지요. 군사들은 임꺽정의 아내를 묶었어요.
“오간수문을 지켜라!”
포도대장이 명령했어요. 오간수문은 청계천 물줄기가 도성 밖으로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만든 수문이에요. 수문의 크기는 1.5미터 정도였고, 아치형으로 된 수문 다섯 개가 있었어요. 그래서 오간수문이라고 불렀지요. 종종 죄인이 오간수문을 통해 도망치거나, 몰래 침입하려는 자들이 밤을 틈타 오간수문으로 들어오곤 했어요. 
포졸들은 오간수문 위와 그 근처에 진을 치고 임꺽정 무리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지켰어요. 하지만 어디로 도망쳤는지 도둑 떼는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어요.
원래 임꺽정은 경기도 양주에 살던 백정이었어요. 이후 아내의 말에 따라 황해도로 갔고, 그곳에서 갈대로 물건을 만들어 팔면서 지냈어요. 그런데 1553년 갑자기 내수사(궁중에서 쓰는 쌀, 베, 잡물, 노비 등을 주관하던 관청)에서 오래 묵혀 갈대밭이 거칠어졌다며 갈대밭을 빼앗았어요. 이제 갈대밭은 내수사의 것이 되어 돈을 내고 갈대를 사야 했어요.
그러나 임꺽정은 함께 고리짝을 만들어 팔던 사람들에게 외쳤어요. 
“이젠 도둑질밖에 할 게 없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농민들도 하나 둘씩 도둑이 되어 갔어요. 날쌔고 튼튼했기에 임꺽정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어요. 그들은 황해도 구월산에 소굴을 만들었지요.
“관아를 습격하여 곡식을 빼앗자. 그리고 굶주린 사람들을 구하자!”
임꺽정은 부하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도둑들은 야릇한 기분이 들었어요. 자기들이 어려운 백성을 구하는 의적이 된 것 같았지요.

임꺽정은 경기도와 황해도의 관아를 습격하여 창고를 몽땅 털어 굶주리고 있는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어요. 이제 백성들은 모두 임꺽정 편이었어요. 
장통방에서 아내를 떨어뜨리고 도망친 후로도 임꺽정은 계속해서 여기저기 귀신처럼 나타나 불을 지르고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빼앗아 갔어요. 그러자 조정에서는 임꺽정의 아내를 전옥서의 종으로 삼고 서울로 들어오는 모든 길을 막았어요. 임꺽정은 부하 몇 명을 일부러 잡히게 하여 전옥서에 들어가게 한 뒤 아내를 구하러 갔어요. 임꺽정은 바람처럼 나타나 아내를 들쳐 메고 전옥서를 도끼로 부수고 도망쳤어요. 임꺽정은 청계천 물과 함께 오간수문으로 빠져나가 사라졌어요.
하지만 1560년 12월 마침내 임꺽정의 참모인 서림이 붙잡혔어요. 나라에서는 서림을 이용해 임꺽정을 잡을 계획을 세웠어요. 결국 1562년 1월 수백만의 군사가 구월산으로 들이닥쳤어요. 임꺽정은 군사를 죽여 그 군사의 옷으로 갈아입고 골짜기를 넘어 도망쳤어요. 그리고 한 노파의 집으로 숨어들었어요. 임꺽정은 노파 앞에 칼을 들이대며 낮은 소리로 말했어요.
“밖에 군사들이 깔려 있다. ‘도둑이야!’ 하고 소리치며 나가라!”
노파는 무서워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했어요. 노파가 ‘도둑이야!’라고 소리치며 나가자 군사들이 몰려들었어요. 그때 군사복으로 변장한 임꺽정이 칼을 빼어 든 채 나오며 말했어요.
“도둑은 도망쳤소!”
군사들은 우왕좌왕했어요. 그 틈을 타 임꺽정은 얼른 군사의 말에 올라타고 달아났어요. 
그때 서림이 외쳤어요.
“저놈이 임꺽정이다!” 
군사들은 일제히 임꺽정에게 달려들었어요. 임꺽정은 이렇게 해서 결국 붙잡히고 말았어요. 임꺽정은 조정을 조롱하듯 부수고 도망쳤던 전옥서로 끌려와 15일 후 죽임을 당했어요.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임꺽정을 앞 시대의 홍길동과 뒤 시대의 장길산과 함께 3대 도둑이라고 썼어요.

 

 

/자료 제공: ‘청계천 다리에 숨어 있는 500년 조선 이야기’(김숙분 글ㆍ정림 그림ㆍ가문비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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