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해삼
해삼은 기술된 종만 1250종에 이르러요. 이들 중 다수는 깊은 바닷속에 살아요. 사실, 심해 생명체의 95% 이상을 해삼이 차지하고 있답니다! 이 연하고 채소처럼 생긴 생물들은 초심해대에서도 흔히 발견돼요. 

 


멈춰, 움직이면 쏜다!
해삼에게는 흥미로운 방어 기술이 있어요. 겁을 먹으면 가느다랗고 끈적끈적한 섬유를 토해 내 적을 꽁꽁 감아 버려요. 이 실은 본래 크기의 20배까지 늘어날 수 있어서 제거하기가 아주 곤란해요. 정말 화가 나면 엉덩이에서 내장을 발사해 버릴 수도 있어요! 위험이 사라지면 내장은 쉽게 재생할 수 있답니다. 

엉덩이로 숨을 쉬어요
해삼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항문으로 숨을 쉬도록 진화했어요. 폐가 엉덩이 밖으로 튀어나와 있지요! 어떤 해삼은 특히 엉덩이가 넓어서 그 공간을 집으로 삼으러 들어가려는 물고기들도 있어요. 내 엉덩이에 다른 물고기가 숨어 사는 걸 좋아하는 동물이 있을까요?


심해의 춤꾼
해삼은 대부분 엄청난 양의 퇴적물을 삼키며 해저 위를 느릿느릿 움직여요. 그런데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이들 가운데 비밀리에 곡예 수영을 하는 녀석들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헤엄치기에 적합한 여러 신체 특징이 있는 이 해삼은 1891년에 처음으로 포획되었어요. 하지만 이 대단한 체조 선수는 2017년이 되어서야 텀블링을 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지요. 펠라고투리아 나타트릭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계속 헤엄을 치는 해삼으로 알려져 있어요. 촬영된 장면은 정말 놀라워요. 호리호리한 보랏빛 몸뚱이 끝에 우아한 우산 같은 것이 달려 있는데, 이 우산으로 마치 해파리처럼 나풀나풀 움직인답니다. 


바다에 다람쥐가 산다고?
다람쥐해삼은 심해 해삼의 일종으로 마치 다람쥐 꼬리 같은 두툼한 부속 기관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에요. 80cm까지 자라며 커다란 입술로 먹이를 먹어요. ‘꼬리’는 일종의 돛처럼 쓰여서 해저에서 튀어 오르는 데 도움이 돼요.

 


넌 얼마나 내려갈 수 있어?
심해 해삼은 해저 1만 687m에서 발견된 기록이 있는데, 이런 종류의 생물로는 가장 깊은 위치예요! 마리아나 해구의 해삼들은 해저의 퇴적물을 따라 기어 다니지 않고 여과 섭식을 해요. 여과 섭식이란 다량의 바닷물을 걸러서 주변에 떠다니는 작은 먹이 조각을 찾아내 먹는 방식을 말해요. 입 주변의 특수한 관족을 해류 속으로 쭉 내밀어 배를 채우지요. 관족은 이동과 식사, 감지나 호흡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체액으로 채워진 관이에요. 


알루미늄단각류
대부분의 갑각류는 수심 4500m 이하의 깊이를 견디지 못해요. 극심한 수압이 아니더라도 산도의 증가로 몸이 녹을 수 있거든요. 그렇게 깊은 곳에서 생존이 가능한 유일한 단각류가 바로 알루미늄단각류예요. 알루미늄단각류는 마리아나 해구, 필리핀 해구, 이즈-오가사와라 해구를 포함해 전 세계 여러 해구에서 발견돼요. 

 


못처럼 단단해요
앞에서 초거대단각류를 만나 보았지만, 알루미늄 갑옷을 입은 단각류는 아니었지요! 알루미늄단각류는 가장 깊은 해저 중 하나인 챌린저 해연 밑바닥에서 발견되었으며, 못처럼 단단해요. 심해에서는 알루미늄이 쉽게 발견되지 않지만, 해저의 퇴적물에는 알루미늄이 풍부해요. 알루미늄단각류는 이 퇴적물을 삼키기 때문에 철통같은 갑옷에 적합한 알루미늄을 얻을 수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혹독한 서식지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물들의 처절한 노력이 정말 놀랍지 않나요!

훌륭한 적응
적응이란 환경에 맞게 생김새나 행동을 바꾸는 것을 말해요. 알루미늄단각류는 적응을 잘 해냈지요. 땅바닥에서 금속 조각을 먹고, 그 조각을 전신 갑옷으로 바꿀 수 있다니, 참 대단하죠! 

 

삼천발이
빙빙 꼬이고 휘감기는 발이 달린 삼천발이는 생김새가 아주 복잡해요. 5개의 발에서 잘게 갈라진 발이 3000개 이상 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발은 1m까지 자랄 수 있으며, 먹이를 잡을 때 사용하는 날카로운 갈고리가 달려 있어요. 일단 잡은 먹이는 발을 이용해 동굴 같은 입 속으로 가져가요. 보다 화려하고 발이 많긴 하지만, 거미불가사리의 일종이랍니다.

 


우리는 최후의 미개척지마저 망가뜨리고 있는 걸까?
심해는 완전한 미개척지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훼손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인간은 치명적인 독소에서부터 선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질을 심해에 마구 쏟아부었어요. 선박은 아무 때고 바다에서 길을 잃는 일이 생겨요. 화물과 공해성 연료를 실은 많은 배들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요. 설상가상으로 1972년까지는 화학 무기를 포함해 불필요한 무기를 바다에 버리는 일도 흔했어요. 영국만 해도 13만 7000톤의 화학 무기를 바다에 버렸고, 그중 일부는 여전히 해저에 남아 있어요.


플라스틱은 안 돼요!
플라스틱 잔해는 심해의 생물 다양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존재 중 하나로, 수심 6000m가 넘는 해저에서도 흔히 발견돼요. 바다를 오염시키는 물질은 환경에 해가 되는 화학 물질들이에요. 플라스틱을 포함해 그 출처가 매우 다양해요. 가장 깊은 해구까지도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오염 물질이 쌓일 수 있어요. 과학자들이 마리아나 해구의 단각류들을 확인해 본 결과, 중국에서 가장 오염된 강에 사는 비슷한 동물들보다 50배 이상의 오염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쓰레기를 재활용하거나 쓰레기통에 버리기만 해도 진기하고 멋진 심해 생물들을 구할 수 있어요. 쓰레기를 절대 아무 데나 버리지 마세요. 그 쓰레기가 결국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니까요. 멀리 바다로 휩쓸려 가서 대양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어요!

심해 괴물
2016년, 마리아나 해구 탐험 당시 고르고노케팔루스라는 희귀한 삼천발이가 발견되었어요. 머리에 머리카락 대신 뱀이 자라는 그리스 신화 속 괴물인 고르고네스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자료 제공=‘심해 동물 대탐험’(샘 콜드웰 글ㆍ천미나 옮김ㆍ박시룡 감수ㆍ별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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