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앞두고 선생님이 성적표를 나누어 주었다. 성적표를 확인하는 아이들 표정이 제각각이었다. 세미도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성적표를 펼쳐 보았다.
‘아니, 이거 내 거 맞아?’
세미는 다시 한번 성적표의 이름을 확인했다. 담임 선생님이 세미를 눈으로 가리키며 아이들에게 얘기했다.
“세미가 이번에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나 봐요. 특히 수학은 풀이 과정까지 아주 잘 해냈어요.”
반 아이들은 깜짝 놀라며 부러움의 박수를 보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몰려와 세미를 에워싸고 질문을 퍼부었다.

 

“세미야, 너 어떻게 수학 시험 잘 본 거야? 과외해?”
세미가 수학에 재미를 붙이게 된 것은 못 참지 쿠키 가게의 할머니, 할아버지들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가게에서 일어나는 일은 비밀이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봐. 수학 학원 덕분이 아니지? 너, 나한테도 말 안 할 거야?”
세미가 입을 다물고 있자 베프인 재주가 더 가까이 와 조용히 말했다. 세미는 망설였지만, 재주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더 이상한 소문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게 사실은 말이야. 우연히 사장님들과 알게 되었는데, 내게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도와주셨어. 그것도 수학을 이용해서 말이야. 그러다 보니 수학이 재밌어지더라고.”
세미는 얼떨결에 재주에게 그동안의 일을 모두 이야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약속해 달라고 빌었다.
“진짜, 진짜 너한테만 얘기한 거니까, 꼭 비밀 지켜야 해! 꼬오오옥!”
그날 세미는 집에서도 대스타가 되었다. 성적표를 보자 엄마는 눈물을 지었고, 아빠는 세미를 안고 빙글빙글 돌았다.
다음 날, 세미는 쿠키 가게로 달려갔다. 사장님들에게 보여 드리고 싶어 성적표까지 들고 말이다. 그런데 가게 앞이 사람들로 장사진이었다. 김수학 아저씨는 혼자 손님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손님들은 모두 세미네 학교 아이들과 엄마들이었다. 아주머니들은 쿠키를 사기도 하고, 사장님을 찾기도 했다.
“아저씨, 이게 무슨 일이에요?”
“그러게 말이야. 다들 세미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사장님들을 계속 찾더라고.”
주방으로 들어가니 할아버지들과 할머니가 어두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 손님들을 피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세미는 사장님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곳에 대해, 특히 수학에 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걸 깨고 만 것이다.
“그나저나 소문이 났으니 앞으로 어떡한다?”
“그러게……. 그 사람을 잡기는 틀린 것 같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못 알아들을 얘기를 나누었다. 예전에 이연산 할머니가 누군가를 찾기 위해 이 가게를 열었다고 했는데, 아마 그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때, 이연산 할머니가 웃음을 지으며 세미에게 인사를 건넸다.
“세미, 이번 수학 시험에서 성적이 크게 올랐다며? 진짜야?”
“네. 모두 할머니랑 할아버지들 덕분이에요. 그나저나 할머니, 죄송해요. 반 아이들이 물어봤지만 이곳 이야기는 절대 안 했어요. 단 가장 친한 재주한테만 말했거든요. 이렇게 빨리 소문이 퍼지다니,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속담이 정말인가 봐요.”
“이참에 한 명으로부터 시작한 소문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는지 한번 알아볼까?”
할머니는 카페 유리창에 그림을 그렸다.
“재주가 너에게 우리 이야기를 듣고 나서 입이 너무 근질거린 나머지, 비밀이라면서 두 친구에게만 살짝 이야기했다고 가정하자. 그 두 명의 친구가 또 다른 두 친구에게 말하고…….”

“어, 어? 두 명에게서 또 두 명씩 늘어나고, 네 명에서 또 두 명씩 늘어나면 여덟 명이 되고……. 반 친구들이 모두 스무 명이니까, 2를 20번 곱해야겠네요?”

2 × 2 × 2 × 2 × 2 × 2 × 2 × 2 × 2 × 2 × 2 × 2 …

2를 계속 곱하다 보니 몇 번을 곱했는지 헷갈리고, 쓰는 손도 저려 왔다. 그러자 할머니는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같은 수를 일정한 횟수만큼 반복해서 곱하는 것을 ‘거듭제곱’이라고 한단다. 앞에서 2를 20번 곱했으니, 이것은 ‘2의 20제곱’이라고 해. 그런데 아까 2를 20번 쓰느라 힘들었지? 그래서 이것을 간단하게 쓰는 방법이 있어. 220이라고 쓰지. 그러면 220을 계산해 볼까?”
“계산기로 해 보니, 220은 1,048,576이구나. 스무 명의 친구들이 두 명씩에게만 말해도 1,048,576명이 소문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된단다.”
세미는 재주 한 명에게 건넨 말이 이렇게 퍼졌다는 것에 크게 놀랐다. 세미는 죄송한 마음에 그만 눈물이 터졌다.
“어쩔 수 없는 일인걸, 호호호.”
그런데 그때, 갑자기 가게 뒷문이 열리고 검은 정장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검은 옷의 사람들이 등장하자 다섯 명의 사장님들은 동시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중 가장 우두머리인 듯한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하며 입을 열었다.

“선생님들, 모두 여기 계셨군요. 한참 찾았습니다.”
당황스러운 장면에 세미의 눈물이 쏙 들어갔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누구지? 무슨 일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찾았다는 걸까? 이분들에게 대체 무슨 비밀이 있는 거야?’


▶콕 집어 주는 수학 원리
거듭제곱과 지수
‘거듭제곱’이란 같은 수를 여러 번 곱하는 것을 말해요. 만일 2를 10번 반복해서 곱한다면 2 × 2 × 2 × 2 × 2 × 2 × 2 × 2 × 2 × 2이죠. 이때 ‘2 × 10’ 이렇게 쓰면 안 된답니다. ‘2 × 10 = 20’이지만 2의 10제곱은 1,024거든요. 곱하는 횟수가 많아지면 계산하다 실수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3 × 3 × 3 × 3 × 3은 35이라고 간단하게 써요. 같은 수를 몇 번 곱하는지 알려 주는 작은 숫자를 ‘지수’라고 해요. 
거듭제곱은 자연 과학에서 많이 쓰여요. 그 이유는 너무나 거대한 수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세균은 한 마리가 둘로 나뉘면서 번식하는데, 그 수치를 지수로 나타낼 수 있어요. 처음에 하나였던 세균이 1분에 두 배로 늘어난다면 겨우 30분 만에 230인 1,073,741,824마리가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 수치는 거듭제곱을 활용해 1 × 230으로 표현한답니다. 

/자료 제공=‘초등 독서평설 9월호’(지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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