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바탕에 직선들이 그어져 있어. 자세히 보면 정사각형이 교차되어 있는 모습이야. 그런데 가운데의 깨진 부분을 보니, 아! 이건 선을 그은 것이 아니구나. 두께감이 있는 걸 보니, 직육면체야. 검은색 타일들을 이어 붙여 놓았다는 걸 알 수 있어.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그런데 조각마다 넘버링이 되어 있어. 가장 크게 깨진 타일을 보니 ‘V070-191010-153 ET 4900’이라고 적혀 있구나. 사진이 잘려서 안 보이는 부분은 다른 타일들의 넘버를 보고 짐작할 수 있지. 하지만 용도는 여전히 모르겠어. 이번에는 좀 더 멀리서 찍은 사진을 보자. 이건 뭐처럼 생겼어? 비행체의 한쪽 날개 같지 않아? 이건 우주왕복선 엔데버 호야. 1992년 첫 임무를 수행했고, 2011년 25번째 임무를 끝으로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로 옮겨졌지. 엔데버 호의 날개를 보면, 정사각형 타일들이 날개 전체를 가득 덮고 있어. 그런데 이 타일들은 아무렇게나 마구 붙이면 안 돼. 반드시 제 위치에 놓아야 하지. 타일 표면의 숫자는 그걸 위해 새긴 고유 번호인 거야. 타일들을 우주왕복선에 붙여 놓은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서는 무엇으로 만든 건지가 중요해. 짐작했겠지만 자기로 만든 거야. 

우주왕복선 무사 귀환의 임무를 맡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왕복선을 맨 처음 만들 때 고민이 많았을 거야. 가장 큰 문제는 우주에 갔다가 어떻게 무사히 돌아올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지. 우주왕복선이 귀환하려면 지구의 대기권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때 공기 중의 분자와 부딪쳐 1500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하게 돼. 우주왕복선을 이 정도 온도로부터 보호하려면 단열성이 강한 재료가 필요했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사가 떠올린 것이 바로 자기야. 자기는 중국, 우리나라, 일본을 거쳐 18세기에는 유럽에서도 자체 생산이 가능해졌어. 산업혁명과 맞물리면서 생산 기술이 혁신되었지. 
20세기에 들어와서도 자기의 혁신은 멈추지 않았어. 원료를 정제해서 더 작은 입자로 이루어진 자기를 만들었지. 자기는 입자가 작아질수록 강도가 더욱 강해지는 특성이 있거든. 최근에는 입자의 크기가 나노미터 단위까지 줄어들었다고 해. 이렇게 해서 전통적인 자기로부터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첨단 자기를 생산할 수 있었던 거야. 

이러한 자기 생산 기술의 발전이 우주왕복선의 제작과 연결되었어. NASA는 우주 항공 기업과 협력해서 내열 타일을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자기 타일이야. NASA는 우주왕복선의 외부 표면을 자기 타일로 덮었는데, 그 수가 무려 3만 개 정도나 돼.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가로와 세로는 약 15센티미터씩, 두께는 2.5~12센티미터로 다양하다고 해. 
우주왕복선은 대기권에 진입할 때 약 1500도의 고열에 휩싸이게 되는데, 이 정도 온도를 버텨 낼 수 있는 금속은 없어. 하지만 자기 타일로 몸체를 감싸면 대기권을 통과해서 지구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는 거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 2008년 소유스 TMA-12호를 타고 지구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했고, 9박 10일을 머물면서 여러 가지 우주 실험을 한 뒤 지구로 돌아왔어. 그런데 지구에 도착한 소유스 TMA-12호의 모습은 새까맣게 타 있었어. 왜 그렇게 됐는지는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지. 

“대기권에 진입할 때 불덩이가 돼서 들어오잖아요. 그 화염이 창밖으로 보이더라고요. 진짜 쇳덩이도 태울 것 같은, 가운데가 하얀, 정말 뜨거울 것 같은 불, 그게 바로 30센티미터 앞에 보였어요. 유리창이 바로 제 옆에 있었으니까…….” 
정말 무섭고 아찔했겠지만, 어쨌든 무사 귀환할 수 있었던 건 자기 타일이 우주선을 감싸 보호해 주었기 때문이야.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다
자기 타일이 언제나 그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준 건 아니야. 변수가 발생하기도 했지. 미국 우주왕복선 컬럼비아 호는 1981년부터 모두 28번이나 우주여행을 했는데, 2003년을 끝으로 임무를 중단해야 했어. 2003년 2월, 28번째 임무를 수행하고 귀환하던 중에 대기권을 통과하다가 폭발해서 승무원 일곱 명이 모두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기 때문이지.
참사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이루어졌는데, 자기 타일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어. 컬럼비아 호가 이륙해서 대기권을 벗어날 때 연료 탱크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보이는 파편에 왼쪽 날개가 맞아 자기 타일 몇 개가 떨어져 나갔어.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대기권으로 진입하던 도중, 자기 타일이 떨어져 나간 부분으로 엄청난 고열이 파고들어 우주선 내부를 녹이는 바람에 폭발했다는 거야. 
앞에서 본 엔데버 호를 다시 살펴보자. 자기 타일에 약간 손상이 있는 흔적이 보이지. 이 정도의 손상이었다면 어떻게든 대기권의 고열을 견디고 귀환할 수 있고, 자기 타일만 바꾸어 붙이면 우주선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데, 컬럼비아 호는 타일이 아예 떨어져 나가면서 큰 참사를 겪은 거지. 그러니까 좀 더 안전하게 우주왕복선을 귀환시키려면 자기 타일 제작 기술을 더욱 혁신해야 하는 거야. 실제로 러시아의 한 대학 연구팀은 최대 3000도가 넘는 고온도 견딜 수 있는 자기 타일을 개발했다고 해. 
이러한 연구는 우주 산업에서 무척 중요해. 특히 비용 측면에서 그래. 우주왕복선은 제작비뿐 아니라 수리와 유지에도 돈이 많이 들어. 더 강력한 자기 타일을 개발한다면 여러 차례 반복 사용이 가능해져 우주 산업 전체에도 큰 도움이 될 거야. 
‘우주 엘리베이터’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 3만 6000킬로미터 높이의 정지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고, 지구의 승강장과 케이블로 연결하는 거야. 고층빌딩을 오르듯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정거장까지 가 보자는 거지. 그런데 우주 엘리베이터 케이블을 만드는 데도 자기가 활용될 수 있다고 해. 도자기는 지구상의 인류 문명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는데, 이제는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까지 하고 있으니, 정말 대단하지?

/자료 제공=‘세계사를 담은 도자기 이야기’(강창훈 지음ㆍ웃는돌고래)<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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