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집은 여느 책과 달리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상상력까지 키울 수 있다. 9월 새 학기에 어린이들의 마음에 맑은 동심을 채워줄 동시집을 묶었다. 전직 초등학교 선생님이 펴낸 동시집부터 중견 시인의 동시집까지 빛깔과 소재, 전하고자 하는 내용도 오색 빛깔이다.

‘콩나물 학교’(김현숙 시ㆍ장은희 그림ㆍ열린어린이 펴냄)는 김현숙 동시인이 4년 만에 펴내는 세 번째 동시집이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노란 방’처럼 따뜻하고 즐거운 이중주를 연주하는 동시 57편이 촘촘이 담겼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세계가 있다면? ‘고양이 사진관’(송찬호 시ㆍ반달 그림ㆍ상상 펴냄)이 바로 그런 동시집이다. 일상과 현실에 숨어 있는 마법과 마술 이야기가 숨가쁘게 펼쳐진다. 그중‘호박꽃과 마술 돼지’에서는 꽃 사이에서 동물을 찾아내는 마술이 일어난다. ‘마법사 부엉이’에서는 부엉이 마법사가 아픈 사과나무를 살리려고 사과나무에서 자두가 열리게 한다. 
임길택 시인은 스무해 동안 강원도 산골 마을과 탄광촌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다. 그리고 산골 봉정마을 어린이들의 순박한 모습을 시로 남겼다. 그것이 바로 일흔일곱 편의 시가 담긴 유고 시집‘산골 아이’(임길택 시ㆍ강재훈 사진ㆍ보리 펴냄). 이번에 고침판을 선보이며 사십 여 년 전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더욱 가닿게 하기 위해 봄부터 겨울까지 시간 흐름에 따라 시 배열을 다시 했다. 어린이들과 자연을 하나로 생각하며 써 내려간 이 시편들은 추운 세상에 모닥불처럼 따뜻한 열기를 전해준다.
‘괴물이 될 테야’(홍일표 시ㆍ배도하 그림ㆍ상상 펴냄)는 중견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우선 제목부터 무슨 내용으로 이뤄져 있을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보름달이 ‘하늘에’ 떠 있는 ‘로봇 청소기’가 되는 것처럼 본문에는 시인이 구사하는 톡톡 튀면서도 선명한 비유로 가득하다. 
‘쉿! 비밀이야’(김남권 시ㆍ조드로잉 그림ㆍ고래책빵 펴냄)에는 시인 특유의 유쾌한 필치로 그려낸 60여 편의 동시가 ‘똥 싼 은행나무’, ‘빗물 색연필’, ‘딸기 고래밥’, ‘바람 껌딱지’ 등 총 4부로 나뉘어 엮여져 있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더 생생하고 풍성하게 꾸며준 삽화가 상상력의 키를 한껏 높여 준다.
통통 티는 말이 동시와 만나면? ‘피카소 물고기’(최승호 시ㆍ홍성지 그림ㆍ상상 펴냄)는 말놀이를 이용한 동시로 사랑받고 있는 시인의 새 동시집이다. 여느 시집과 달리 목차부터 눈에 띈다. 모두 색을 표현하는 단어들로 정리했다. 파랑, 노랑, 빨강, 하양, 초록, 검정, 보라 등 다채로운 색 안에서 표현하는 재기발랄한 언어가 시의 생동감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다. “색의 아름다움을 어린이들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이번 책을 썼다.”는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색의 차이를 세심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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