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25학년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영어ㆍ수학 교과 등에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한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일선 학교에서 교사의 ‘디지털 수업’을 돕는 보조교사(디지털 튜터) 양성 과정을 수강할 교육생 모집에 나섰다. 하지만 이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디지털교과서가 무엇인지, 검정 심사는 어떻게 이뤄지는 지 등 주요 쟁점들을 짚어본다. 

△AI 디지털교과서
디지털교과서는 확장 가상 세계(메타버스)ㆍ대화형 AI 등 AI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교과서를 말한다. 이 교과서의 핵심은 학생 개인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는 것. 다시 말해 같은 교실에서 같은 시간에 수업을 받더라도 학생별로 기초 및 심화학습 등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게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교과서에 탑재된 AI가 학생 개개인의 수업 참여율과 정답률을 실시간 분석해 학습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도록 돕는다. 내년 1학기부터 초등 3~4학년, 중1, 고1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과목별로는 2025년에는 수학과 영어, 정보 교과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국어ㆍ사회ㆍ과학ㆍ역사 교과에 도입된다. 학생들은 각 교육청이 지급한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교육부는 교사 재량에 맞게 디지털 교과서와 종이책을 함께 쓰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절차 및 준비

디지털교과서는 빠르면 내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된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146종의 AI 디지털교과서 심사본을 접수했고, 검정 심사에 나선다. 초등의 경우 영어 16종, 수학 48종이 접수됐다. 영어 과목 심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학과 정보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각각 담당한다. 심사 기관들은 9월까지 기초 및 본심사, 10~11월 수정본 검토를 거쳐 11월 29일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이와 별개로 다음 달 30일까지 디지털 튜터 교육생을 모집한다. 지난 5월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1200명을 양성해 학교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생의 개인정보 보호, 교사의 디지털 기기 사용 빈도와 수준, 교과서 가격 결정에 대해 걱정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분명한 건 디지털교과서가 학교 교육의 혁신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맞춤교육” vs “인지발달 저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한 학기 앞두고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찬성 쪽에서는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쌓고 부족한 부분을 반복해 맞춤형 학습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장점을 꼽는다. 특히 교사에게는 학생을 일 대 일로 지원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디지털 게임 등을 통해 수업에 대한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부작용이 크다는 것. 디지털 기기 노출 빈도 증가가 아동 및 청소년의 인지(뇌) 발달을 저해하거나 심리적인 문제를 불러 일으키는 것에 대한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맞춤형 학습을 가능케 해도 결국은 반복 학습을 주로 하기 때문에 학력 부진 학생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학생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떨어뜨리고 경제적 수준 차이에 따라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걱정도 존재한다. 
따라서 교육계는 국가 수준의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라는 점을 고려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교사 절반 이상 ‘AI 교과서’도움될 것
교사 절반 이상은 AI 디지털교과서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4월 전국 초ㆍ중ㆍ고 교원 2247명을 대상으로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맞춤 교육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응답은 53.7%였다.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25.4%)보다 2배 이상 높았다.
AI 디지털교과서의 장점에 대해서는 ‘학생 학습 데이터로 개별화된 학습코칭 가능’(35.6%)과 ‘학생 스스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주도적 학습 유도’(29.5%)를 주로 꼽았다.
반면에 ‘학습에 있어서 기술에 대한 과잉 의존 유발’(38.1%), ‘AI 기술을 활용하는 학습의 효과성 미흡’(24.6%)을 단점으로 꼽았다.
앞으로 AI 디지털교과서가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교육 구성원들의 공감과 이해’(35.6%)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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