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여선(童心如仙). 풀이하면 ‘어린이의 마음은 신선(천사)과 같다’는 뜻이다. 서울 망우리공원 소파 방정환 선생(1899~1931)의 묘비에 새겨진 글귀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어린이의 마음과 생활이 생생히 살아있는 동시집들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올해 92세의 원로 아동문학가 신현득 선생도 42번째 동시집을 선보였다.

 

‘온 세상이 고마운 것뿐’(신현득 동시ㆍ대양미디어 펴냄)은 원로 시인의 마흔두 번째 동시집이다. 제목에서 보듯 시인은 세상이 고마운 것으로 그득하다고 이야기한다. 반딧불이와 나비, 풀 한 포기와 벌레 한 마리까지 59편의 시를 통해 모두가 지구촌에 함께 살아가는 주인공임을 일깨운다. 어린이들이 고전 속 이야기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삼국사기’에서 가져 온 평강공주와 온달장군, 소금장수에서 고구려 15대왕이 된 미천왕이 나오는 동시도 담았다. 1963년 우리 곁을 떠난 강소천 아동문학가의 유작 동시 ‘사슴뿔’을 되살린 동화시도 흥미롭다. 
‘내 입이 얼마나 싼 줄 아니?’(문꽃물 동시ㆍ이선주 그림ㆍ좋은꿈 펴냄)는 춘천 교동초등 교장인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어린이 마음에 맞춘 어린이의 생활, 학교생활, 가족, 자연을 주제로 한 55편의 동시로 가득하다. 추천의 말을 쓴 이창건 시인은 “새로운 생각으로 그린 맛있는 시다. 이미지 만들기에도 뛰어나 사물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하고 있다.
‘신문 읽는 지구’(고영미 동시ㆍ박나리 그림ㆍ도토리숲 펴냄)는 환경 동시집이다. 시인의 말처럼 지구에게 보내는 감사편지이자 미안함을 담은 사과의 편지이기도 하다. 동시 ‘아브라카다브라’에 나오는 남극턱끈펭귄의 바람처럼 시집에 실린 59편 모두가 지구 마을에서 오순도순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입속으로 사라진 UFO’(채경미 동시ㆍ배도하 그림ㆍ가문비어린이 펴냄)에 담긴 60편의 시는 멍게와 귤 등 우리 주변의 친숙한 소재들로 꾸려져 있다. 시인은 더 나아가 모든 사물에서 본질 이상의 것을 찾아내고 싶어한다. 그래서 사물을 해체하고 사랑과 관심의 눈으로 다시 바라본다. 본질을 넘어선 것들은 어떤 존재의 의미를 갖게 될까?
이둘자 시인은 문학의 정원 ‘민들레 화원’의 주인이다.
‘꽃밥’(이둘자 동시ㆍ허암 그림ㆍ가문비어린이 펴냄)에는 날마다 꽃과 함께 사는 꽃집 주인의 꽃과 자연의 얘기로 넘쳐난다. 자연이 준 선물로 동심의 시를 빚은 시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아침 햇살과 인사하고 동심을 만나는 모든 게 기적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꼬마 뱀을 조심해’(이만교 시ㆍ오정택 그림ㆍ상상 펴냄)는 작가의 첫 동시집이다. 여느 동시집과 달리 어린이들의 좋은 모습만이 아니라 악동 같은 면모도 함께 비춘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진짜 어린이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나이지리아 볼펜’(신민규 시ㆍ그림, 상상 펴냄)은 ‘Z교시’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시집이다. 동시 장르라는 기존의 문법에서 적극적으로 벗어나려는 시인은 이번에는 동시와 랩, 영상의 결합이라는 신선한 시도에 나섰다. 독자들을 새로운 동시 놀이의 세계로 인도하는 시들이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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