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블록체인에서 만들어지는 암호화폐야. 이제까지 우리가 쓰는 화폐는 각 나라의 중앙은행에서 만든 원, 달러, 엔, 위안 같은 법정화폐였지. 그런데 비트코인은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국적도 밝혀지지 않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처음으로 만들어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쓰고 있어. 
비록 어떤 나라의 정부도 비트코인의 가치를 보장해 주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너도나도 비트코인을 사려고 하는 바람에 지난 몇 년 사이에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치솟았어.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토록 비트코인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일까?
우리가 쓰는 현금인 법정화폐는 나라에서 가치를 보장해 주니까 믿을 수 있어. 하지만 각 나라의 경제 상황에 따라 가치는 수시로 변해. 특히 전쟁이라도 나면 돈의 가치는 하루아침에 절반 가까이 떨어지기도 하지. 2022년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러시아 사람들은 큰 두려움을 느꼈어. 러시아의 법정화폐인 루블화의 가치가 하루아침에 폭락했기 때문이야. 5루블에 살 수 있던 물건을 두 배인 10루블 가까이 주어야 살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전쟁과 상관없이 가치가 유지되는 자산을 찾기 시작했어. 그리고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법정화폐인 루블화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사들였지. 그 바람에 한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오르기도 했어.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전쟁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다만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이 올라가고, 원하는 사람이 적어지면 내려갈 뿐이야.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전쟁을 피해 다른 나라로 피난을 가더라도 그 나라의 돈으로 바꾸어 쓸 수 있어. 마치 달러를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게다가 수수료 없이 어디든 빠르게 송금할 수도 있고. 돈을 보내는 사람의 정체도 드러나지 않아. 보통 은행을 이용하면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신분을 확인하고, 수수료를 뗀 뒤 돈을 이체시켜 주지만, 블록체인에선 그런 과정이 필요 없어. 거래를 원하는 사람들끼리 자신의 암호화폐를 담아두는 전자지갑 주소(은행의 계좌 번호와 비슷한 것)를 알려 주고, 직접 암호화폐를 주고받으면 돼. 또 은행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은행 영업 시간이 아니어도 컴퓨터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 송금할 수 있어.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비트코인은 인기를 끌었고,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암호화폐가 개발되기 시작했어. 대표적인 것으로는 이더리움, 리플, 비트코인캐시, 라이트 코인, 네무 등이 있어. 이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더리움이야. 
지금부터는 10대 독자들이 귀가 솔깃해질 이야기를 해 줄게. 러시아계 캐나다 사람인 비탈릭 부테린이 이더리움을 개발한 나이는 겨우 19살이었어. 부테린은 어릴 때부터 수학, 코딩, 경제학, 온라인 게임에 관심이 많았지. 10살 때는 직접 간단한 게임을 만들 정도로 코딩 실력이 뛰어났어. 그리고 비트코인을 만들어내는 블록체인 구조에 대해 공부한 뒤 잡지에 글을 보낼 정도로 새로운 변화에도 적극적이었지.
15살 무렵 부테린은 몇 년 동안이나 즐겨하던 온라인 게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기능이 갑자기 사라진 것을 발견했어. 부테린은 게임 사용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중앙에서 관리자가 마음대로 프로그램을 바꾸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지. 그리고 이때부터 관리자나 해킹범이 프로그램을 함부로 위조할 수 없는 구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 참가자들의 합의가 없으면, 그 누구도 데이터를 위조할 수 없는 구조를 꿈꾸게 된 거야. 부테린은 블록체인이 자신의 바람에 딱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이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데만 쓰이는 게 아까웠어. 그래서 화폐가 아니라 특정한 프로그램을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이것을 누구도 변조할 수 없게 만들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지. 

예를 들어 정해진 조건이 되면, 계약이나 거래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을 블록체인 구조 안에 집어넣는 상상을 해 본 거야. 이것은 프로그램을 코딩할 때 ‘어떤 조건에서 어떤 일이 반복되도록’ 하는 명령문을 넣으면 돼. 물론 복잡한 블록체인 구조에 이런 기능을 첨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 하지만 부테린은 결국 이 일에 성공했고, 자신이 만든 새로운 블록체인의 이름을 이더리움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만일 이더리움에서 ‘500원을 입금하면 사과 1개를 발송한다’라는 계약이 실행되도록 하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이더리움이란 블록체인에 기록된 계약이라 누구도 위조할 수 없어. 다시 말해 이더리움에서 사과 장사를 하려는 사람은 갑자기 사과를 600원으로 올릴 수도 없고, 500원이 입금되었는데 사과를 발송하지 않은 채 자기가 먹어 버릴 수도 없어. 이더리움에서 체결한 계약은 컴퓨터가 관리하기 때문에 창고에 사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돈을 받은 뒤 자동으로 발송되거든. 보통 우리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고팔 때는 사람이 관리하고, 만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법적인 처벌을 받아. 하지만 이더리움과 같은 블록체인이 관리하는 계약에선 사람이 참견할 여지를 주지 않지. 
만일 창고에 있는 사과를 사람이 먹어 버려 발송할 조건이 되지 않으면, 아예 처음부터 입금을 받지 않아. 따라서 물건을 받았느니 못 받았느니 하면서 다투거나 법적으로 고소할 필요도 없어. 컴퓨터가 사람을 능가하는 똑똑함을 보여 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지.


/자료 제공=‘교양 꿀꺽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왜 필요할까?’(유윤한 지음ㆍ이진아 그림ㆍ봄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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