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개발한 암호화폐의 가장 큰 장점은 화폐를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게 해 준다는 점이야. 비록 널리 쓰이지는 못했지만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지켜 주는 전자화폐의 등장은 많은 프로그래머들의 관심을 끌었어. 
반면 가장 큰 문제점은 컴퓨터가 만든 돈이기 때문에 해킹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 해커가 복사하기 기능으로 무한 복제해 가짜 암호화폐를 만들어 쓴다면 큰일이지. 그래서 차움은 암호화폐가 진짜 돈인지 복사된 가짜 돈인지를 은행이 판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어.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었어. 암호화폐를 관리하는 은행이 해킹당하거나 은행원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 은행원이 고객의 돈을 빼돌려서 문제가 되는 사건은 지금도 종종 벌어지고 있으니 암호화폐라고 해서 이런 범죄를 피해가기는 쉽지 않겠지. 암호화폐를 관리하는 은행원이 컴퓨터에서 숫자를 바꿔 버린다면 정말 큰일이겠지?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2008년 일본의 사토시 나카모토는 특별한 방법을 생각해 냈어. 암호화폐를 복제하거나 거래기록을 위조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막는 프로그램을 만든 거야.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 바로 블록체인이지. 블록체인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원시 부족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볼게. 깊은 숲속에 사는 부족 마을에는 돈도 시장도 은행도 없어. 곡식이 부족하면 농사가 잘 된 이웃에게 빌렸다가 다음 해 추수 때 갚았지. 곡식을 빌릴 때는 빌린 양과 이자로 갚을 양을 돌멩이에 새겨 놓았는데 가끔 문제가 생기기도 했어. 돌멩이에 새긴 내용을 바꾸어 곡식 10자루를 빌려간 사람에게 15자루를 갚으라는 식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이 있었거든. 심지어 곡식을 빌려 간 적이 없다고 잡아떼는 사람도 있었지. 
해마다 다툼이 많아지자 족장은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어. 빌려 간 내용을 새긴 돌멩이를 자기 집에 보관해 주고, 그 대가로 곡식을 조금 받기로 한 거야. 족장의 아이디어 덕분에 이 마을은 몇 년 동안 다툼 없이 평화롭게 지냈어, 그런데 어느 해부터인가 다시 문제가 생겼어. 욕심 많은 부자가 족장에게 뇌물을 주고 돌멩이의 내용을 바꾸었거든. 평소 자신과 사이가 나쁜 이웃 남자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였어. 곡식 50자루를 빌려갔는데, 60자루라고 새긴 돌멩이로 바꾸어놓았지. 풍년이 들어 기분 좋게 곡식을 갚으러 갔던 이웃은 돌멩이의 내용이 바뀐 것을 보고 항의했어. 하지만 족장과 부자는 한통속이 되어 당장 곡식 60자루를 갚지 않으면 마을에서 쫓아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 
이미 오래 전부터 부자는 족장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었어. 특히 두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들을 더 괴롭혔지. 하지만 마을에서 쫓겨날까 봐 제대로 항의를 하는 사람은 없었어. 부자와 족장에게 당하며 점점 더 가난해진 사람들의 불만은 커질 대로 커졌어. 자신이 빌린 곡식보다 10자루나 더 갚게 된 이웃 남자는 피해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계속 이렇게 당하고 사느니 차라리 자신이 족장이 되어 마을을 바꾸어 보겠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평소 족장에게 불만이 많던 사람들을 모아 족장의 집에 들이닥쳤지. 집 안에는 기록을 위조 중이던 돌멩이들이 굴러다니고 있었어. 사람들은 부자와 족장을 마을에서 내쫓고, 새로운 족장을 뽑은 뒤 규칙을 정했어. 앞으로는 누구든 곡식이나 가축을 빌릴 때 그 내용을 새긴 돌멩이 여러 개를 만들어 집집마다 나누어 갖기로 한 거야. 만일 누군가 기록을 바꾸려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집안 깊숙이 감추어 놓은 돌멩이를 모두 찾아내 조작해야만 되도록 말이야. 마을 사람들 전체가 마법에 걸려 잠들지 않는 이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 이후 마을에서는 기록을 바꿔 다른 사람의 재산을 빼앗아가는 사건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어. 사토시 나카모토가 개발한 블록체인은 이 부족민의 지혜와 비슷해. 거래기록을 참가자 모두가 나누어 가지는 구조거든. 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은 가명이고, 이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 

/자료 제공=‘교양 꿀꺽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왜 필요할까?’(유윤한 지음ㆍ이진아 그림ㆍ봄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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