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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말의 역사 - 시적인 말

말의 리듬과 운율은 어떻게 생길까요?

2023-10-27     정준양

 

시 쓰기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1830~1886)은 이렇게 쓴 적이 있어요. 
‘세상에서 말보다 힘이 있는 것은 없다. 때때로 나는 글을 쓰고, 그 글이 살아 숨 쉴 때까지 가만히 바라본다.’ 
그녀는 자신만의 힘 있는 언어로 1,800편에 가까운 시를 썼어요. 대부분은 자연에 관한 시였지요. 그녀는 고향인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를 떠난 적이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그녀가 쓴 시는 그녀의 삶이 얼마나 풍요롭고 의미 있었는지 잘 보여 줘요. 15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읽으면, 그녀의 언어와 생각이 우리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쉬는 것 같아요.

단어란 것이 정말 놀랍지 않나요? 시는 단어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하나의 예시예요. 시에서는 모든 단어가 탑을 만들어 균형을 잡고 있는 곡예사처럼 중요한 역할을 해요. 한 단어만 바꿔도 시 전체가 바뀔지도 모르거든요.

시에 쓰인 단어들을 보면 우리 뇌가 깨어나면서 여러 가지가 떠올라요. 
‘겨울’이라는 단어를 골라서 떠올려 볼까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겨울’ 하면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말하면 돼요.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무, 서리가 내린 아침, 뽀득거리는 눈이 떠올랐나요? 시 속의 단어를 읽을 때 여러분의 뇌는 이런 생각들을 떠올린답니다. ‘겨울’에 대한 모든 생각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그 시는 여러분에게 나름의 의미를 가져다주지요.

이라크에서 발견된 아카드 시대의 도장, 기원전 2254~기원전 2193년경

우리는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앞서 4,000년 전 우르 사원의 돌벽에 남아 있는 아카드 공주 엔헤두안나의 시에 대해 읽었지요? 오래전에는 통치자나 학자, 성직자만 글을 읽을 수 있었어요. 그러나 시나 기도문, 노래는 모든 사람이 외워서 부를 수 있었지요. 시를 외워 본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시나 노래에 리듬과 운율이 있어서 외우기 쉽다는 것을 느꼈을 거예요.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드>나 <오디세이> 같은 고대 대서사시는 운율을 맞추지 않았지만 엄격한 규칙을 따랐어요. 그 규칙은 바로 시에서 단어들을 말할 때 생기는 리듬이랍니다.

새로운 언어 만들기
말놀이를 하며 완전히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낼 수도 있어요. 자기만 쓰는 언어를 발명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남에게 보이기 위해 발명하는 것은 아니에요. 
12세기 음악가이자 작곡가 빙겐의 힐데가르트(1098?~1179)는 자기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었어요.
쌍둥이에 대한 연구 결과, 쌍둥이들은 때때로 자기들끼리만 이해하는 특별한 언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밝혀졌어요. 쌍둥이들이 만든 언어를 ‘크립토파시아(쌍둥이 언어)’라고 해요. ‘크립토(crypto)’는 비밀, ‘파시아(phasia)’는 말을 뜻하지요.
단지 이야기만을 위해 만들어진 언어도 있어요. 존 로널드 루엘 톨킨(1892~1973)이 1954년에 쓴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엘프어나, 공상 과학 영화 ‘스타트렉’ 시리즈에서 외계인들이 사용하는 클링온어처럼요. 클링온어는 미국 언어학자 마크 오크랜드(1948~ )가 만들었어요. 언어를 창조하는 것은 규칙이나 시,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도전하고 싶은 과제였나 봐요. 영국 시인이자 수학자 대니얼 태멋(1979~ )은 ‘맨티’라는 언어를 창조했어요.
말과 언어로 할 수 있는 재미난 시도가 또 하나 있어요. 바로 리포그램이에요. 리포그램은 일부러 특정한 글자를 생략하고 글을 쓰는 방식을 말해요. 프랑스 작가 조르주 페렉(1936~1982)은 1969년에 <<실종>>을 썼는데 ‘E’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프랑스어에서 ‘E’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철자였는데도 말이에요. 이 책을 번역하는 것은 영국 번역가 길버트 어데어(1944~2011)에게도 큰 도전이었어요. 그 역시 영문판으로 번역할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빙겐의 힐데가르트 때 ‘E’를 사용하지 않았답니다. 영문판 제목은 <<공백>>이에요.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빙겐의 힐데가르트

/자료 제공=‘어린이를 위한 음악의 역사’(메리 리처즈 글ㆍ김설아 옮김ㆍ첫번째 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