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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세계의 에티켓 여행 - 자존심이 강한 나라 ‘베트남’

2022-05-30     정준양

어깨에 수호신 머물러 있다 생각… 손대거나 건드리면 안돼

 

 

베트남으로 출발
베트남 사람들은 근면, 성실, 인내, 끈기, 용기를 두루 지닌 민족이에요. 이런 뛰어난 국민성은 베트남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베트남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므로 오랜 옛날부터 전쟁을 벌여 왔고, 중국의 지배를 받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1800년대 중반부터 1900년대 중반까지는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어요. 프랑스의 지배에서 벗어나서는 남과 북이 갈라져 같은 민족끼리 큰 전쟁을 치르기도 했어요.
베트남은 우리와도 인연이 있는 나라예요. 베트남의 남북 전쟁 당시 우리 군대가 파견되어 남쪽을 도운 적이 있었어요. 남쪽은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지원을 받았지만 결국 베트남전쟁은 정신력으로 끝까지 버틴 북쪽의 승리로 끝났어요. 그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중국과 프랑스, 미국 등 강대국들과 싸워서 이겼다는 자부심이 대단해요. 
베트남에는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와 ‘논’이 유명해요. 아오자이는 베트남 여성들이 천 년 전부터 입어 오던 전통 의상이에요. 아오는 ‘옷’, 자이는 ‘길다’라는 뜻으로, 긴 상의와 같은 색의 바지로 이루어져 있어요. 특히 흰색의 아오자이는 깨끗함을 상징해 교복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어요.
논은 베트남 여성들이 전통 의상에 착용하는 삿갓 형태의 모자예요. 야자나무 잎을 이용해 만드는 논은 기술자도 하루에 몇 개 만들지 못할 만큼 정성이 깃든 모자예요. 비가 올 때는 우산으로, 햇빛이 강할 때는 양산으로, 더운 날에는 부채로 사용되고, 물건을 담는 용도로도 사용돼요.

미국 벙커가 남아 있는 하이반 고개.


숟가락은 식탁 위에 엎어 놓아야
베트남 사람들은 큰 그릇에 음식을 담아서 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편이에요. 그래서 자기가 먹던 젓가락으로 음식을 떠서 주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음식을 권하는 것은 다정함을 나타내는 표시니까 절대 불결하게 생각해서는 안 돼요. 우리나라처럼 식사할 때는 젓가락과 숟가락을 모두 사용하는데, 젓가락은 밥을 먹을 때 사용하고 숟가락은 국을 떠먹을 때만 사용해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밥그릇을 식탁 위에 두지 않고, 손바닥에 올려놓고 젓가락으로 떠서 먹는다는 거예요. 식사를 마친 뒤에는 젓가락을 밥그릇 위에 가지런히 놓아야 해요. 그럼, 숟가락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식탁 위에 엎어 놓아야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숟가락을 엎어 놓으면 어른들에게 복이 나간다고 해 잔소리를 듣지만 베트남에서는 그렇게 하는 게 예의예요. 베트남에서도 음식은 조금 남기는 것이 예의라고 해요. 남겨야 배부르게 잘 먹었다는 뜻이라는 거지요.

어깨동무하면 안 돼
베트남에서는 친한 사이라도 어깨동무를 해서는 안 돼요. 어깨동무뿐만 아니라 어깨에 손을 대는 행동조차도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이에요.
베트남 사람들은 어깨에 그 사람의 수호신이 머물러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아는 척한다고 어깨에 손을 대는 행동이나, 길을 묻느라고 어깨를 건드리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해요. 같이 길을 걸을 때도 어깨를 부딪칠 수 있으니까 베트남 사람들과는 조금 떨어져서 걷는 것이 좋아요.

 

조상에 대한 예절도 최고
베트남 사람들은 조상을 극진하게 숭배한다고 해요. 우리나라도 조상에 대한 예절로 제사를 지내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평상시에도 집 안에 제사상을 차려 놓고 있어요. 베트남 사람들이 집 
안에 차려 놓는 이 제사상을 ‘반터’라고 불러요. 베트남의 어느 가정을 가더라도 반터는 있어요. 아무리 시골 오지 가난한 집이라도 집 안의 입구 한가운데에 반터가 놓여 있다고 해요. 베트남에는 이 반터에 음식과 죽은 조상의 사진을 모셔 놓고 조상의 영혼을 기억하는 풍습이 있어요. 요즘은 반터의 모습에서 그 집안의 경제력을 알 수 있는데, 부자일수록 반터를 더욱 화려하게 장식한다고 해요. 베트남 가정을 방문했을 때에는 반터 앞에서 잠깐 고개를 숙이는 것이 예의예요. 그렇지 않으면 조상도 모르는 놈이라고 욕을 먹을지도 몰라요.

베트남 사람들은 숫자에 민감해

 

나라마다 불길하게 생각하는 숫자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특히 ‘4’자를 싫어하지요. 한자의 ‘죽을 사(死)’와 같은 발음이기 때문인데, 서양 사람들은 ‘13’이라는 숫자를 싫어해요. 그중에서도 ‘13일의 금요일’은 더더욱 싫어하지요. 13일의 금요일에 큰 사고들이 많이 일어나서 그런 관습이 생기게 된 거지요. 베트남 사람들이 싫어하는 숫자는 ‘3’과 ‘5’라고 해요. 결혼하거나 이사할 때, 또 개업식을 할 때 반드시 3과 5가 들어가는 날은 피한다고 해요. 싫어하는 숫자가 있다면 좋아하는 숫자도 있겠지요?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숫자는 ‘9’라고 해요. 만약 베트남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9가 들어간 날에 만나는 것이 좋겠지요?

 

/자료 제공=‘구석구석 세계의 에티켓 여행’(박동석 지음ㆍ송진욱 그림ㆍ봄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