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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세계의 에티켓 여행 -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2022-05-02     정준양

 

일본으로 출발
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해요. 지리적으로는 가장 가깝지만 어딘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에요.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에 당한 치욕이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할지도 몰라요. 
일본은 4개의 큰 섬과 6000개가 넘는 작은 섬으로 이루어졌어요. 일찍부터 앞선 문물을 받아들인 덕분에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어요. 하지만 지리적인 조건은 그다지 좋지가 않아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있어 크고 작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일본인들은 대개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예의 바른 편이에요.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전 세계를 정복하려 했듯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야욕도 지니고 있어요. 그냥 봐서는 속마음을 잘 알 수 없다는 뜻이지요. 또 일본인들은 집단의식이 굉장히 강한 민족이에요.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는 ‘김철수입니다. OO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지만 일본에서는 ‘OO회사에 다니는 이치로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한대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간단한 인사에서도 조직을 먼저 생각하는 일본만의 문화를 엿볼 수 있어요.
개인보다 조직을 더 우선시하는 일본의 문화가 더 좋다고는 볼 수 없어요.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고, 무엇이든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해요. 

 

고개를 숙여야 제대로 된 인사지
일본인들은 만나면 악수보다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경우가 많아요.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고개를 숙이는 각도예요. 상대방이 높은 사람이거나 특별히 존경하는 사람이라면 인사할 때 고개를 숙이는 각도가 더 크답니다.
가끔 뉴스에서 일본 정치가나 기업가가 국민에게 거의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을 봤을 거예요. 그렇게 인사할 때는 주로 사과하는 자리인데,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의미가 인사에서 나타나는 거지요.

 

우리나라에서도 90도 인사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진심으로 존경하는 어른을 만났을 때도 90도로 인사하지만,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를 할 때도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에요. 정치인들은 한 표라도 더 얻으려고 90도 각도로 인사를 해요.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이런 인사를 보기는 어려워요. 일본 사람과 만나 인사할 때에는 상대방이 고개를 숙인 각도만큼 숙여서 인사하는 것이 예의를 잘 지키는 행동이에요. 또 한 가지, 상대방보다 먼저 고개를 드는 것은 실례가 되는 행동이니까 주의해야 해요.

어린아이에게 반말했다가는 큰코다친다
일본에서는 어린아이라고 함부로 반말을 할 수가 없어요. 자기 자식이라고 해도 반말을 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보아도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면 그냥 반말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것 때문에 가끔 오해가 생기는데, “나를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하면서 싸울 때도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어린아이에게 반말을 해요. “꼬마야, 어디 가니?” 이렇게 말이에요. 만약 어른이 어린아이를 보고 “어디 가세요?”라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기지요. 어린아이에게도 쉽게 반말을 하지 않는 일본의 풍습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부부 사이에서도 반말보다는 존댓말을 하면 싸움이 훨씬 줄어든다고 해요. 오늘 당장 부모님이 어떻게 대화를 나누는지 살펴보세요. 두 분이 반말로 대화를 하는지, 아니면 존댓말로 하는지 말이에요. 아마 대부분 반말을 하겠지만 혹시 부부 싸움을 자주 하는 부모님이 있다면 꼭 존댓말을 하라고 권해 보세요. 아무리 화가 나도 존댓말로 대화를 하다 보면 싸움 횟수가 줄어들고 부모님 사이도 더 좋아질 수 있으니까요.

모든 것은 젓가락으로 통한다
우리나라는 식사할 때 젓가락과 숟가락이 모두 필요하지만 일본은 젓가락 하나만 있으면 돼요. 국물을 먹을 때도 젓가락만 있으면 되고요. 일본은 우리나라와 음식 문화가 비슷하지만 숟가락과 젓가락 사용에서 큰 차이가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사할 때 밥그릇이나 국그릇을 식탁 위에 놓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이용해서 먹는데, 일본인들은 좀 달라요. 일본인들은 식사할 때 밥그릇을 왼손에 들고 젓가락으로만 먹어요. 국물을 먹을 때도 그릇을 들고 건더기를 젓가락으로 누르면서 입에 대고 마시지요. 이때 소리를 내면서 마시는 것은 괜찮지만, 우리나라처럼 국에 밥을 말아서 먹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에요. 이런 식습관이 생긴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일본인들이 밥그릇을 들고 식사하는 것은 옛날 일본 무사였던 사무라이의 식사 습관에서 유래되었다고 해요. 사무라이는 상대방과 식사할 때 허리를 구부리고 먹는 것은 비굴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밥그릇을 들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로 식사를 했다고 해요. 사무라이가 밥그릇을 들고 젓가락으로 먹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식사할 때도 주변을 경계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다가는 상대방의 기습에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일본에서는 젓가락 사용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금기 사항이 있어요. 
첫째, 밥에 젓가락을 꽂지 않는다.
둘째, 젓가락을 입에 물고 빨지 않는다. 
셋째, 젓가락으로 그릇을 움직이지 않는다. 
넷째, 입안에 음식이 남아 있을 때는 다른 음식을 젓가락으로  집지 않는다. 

 

/자료 제공=‘구석구석 세계의 에티켓 여행’(박동석 지음ㆍ송진욱 그림ㆍ봄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