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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논술 - 왜소변기에 파리가 그려져 있을까요?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넛지

2024-09-11     정준양

호모 에코노미쿠스 
인간이란 무엇이고 어떤 존재일까요? 이 철학적이고 심오한 질문에 많은 학자들이 답을 하려고 오랫동안 노력해 왔어요. 그런데 경제학은 이 질문에 의외로 간단한 답을 내놓아요. 인간이란 바로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라는 거죠. 여기서 호모(Homo)는 라틴어로 인간을 뜻해요. 에코노미쿠스(economicus)는 ‘경제적인(economic)’이라는 영어 단어를 라틴어처럼 변형시킨 거죠. 그러니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경제적 인간’쯤으로 번역할 수 있겠네요. 쉽게 말해 인류는 매우 이기적이고 과학적이어서 모든 상황에서 이익과 손해를 정확히 계산한 뒤 단 1이라도 이익이 되는 쪽으로 움직이는 현명한 존재라는 거죠.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
이번에는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을 알아보죠. 이 법칙은 ‘한 가지 일을 자꾸 반복해서 하면 지겨워진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면 더 쉬워요. 배고플 때 라면을 먹으면 맛있죠? 이때 만족도를 10점이라고 해 보죠. 그런데 한 그릇을 먹은 후 다시 한 그릇을 더 먹으면 맛이 별로 없어요. 배가 부르니까요. 그래서 두 번째 라면의 만족도는 8점쯤으로 떨어지는 거예요.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한계 효용이 체감한다.’고 가르치는 거죠. 만약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 맞고, 우리가 1이라도 이익이 되는 방향을 선택하는 정교한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면 이런 일이 벌어질 거예요. 고기를 파는 집에 갔어요. 삼겹살과 목살이 같이 구워지고 있죠. 여러분은 호모 에코노미쿠스이므로 젓가락질을 한 번 할 때에도 유리한 방향을 선택해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지금 나의 만족도를 측정해 본 결과 삼겹살을 먹었을 때 만족도가 8.7로 계산되고, 목살을 먹었을 때 만족도는 8.4로 측정되므로, 당연히 첫 번째 젓가락질 단계에서는 삼겹살을 먹는 것이 0.3 정도 이익이다. 그런데 삼겹살을 먹고 났더니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에 의해 삼겹살의 만족도가 8.2로 하락한 반면에 목살의 만족도는 8.4로 유지되고 있으므로, 두 번째 젓가락질 단계에서는 목살을 집어 먹는 게 0.2만큼 이익이다.’ 여러분 중 이런 사람은 없을 거예요. 인간은 경제학의 주장처럼 매번 정교하게 계산해 행동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거죠.

 

행동 경제학의 시작
그래서 경제학 안에서도 호모 에코노미쿠스설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등장해요. 그중 대표적인 학자가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탈러지요.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고요. “경제학 서적을 들춰 보면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고 IBM 컴퓨터처럼 뛰어난 기억 용량을 가지고 있으며 마하트마 간디와 같은 의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계산기가 없으면 복잡한 나눗셈을 할 때 어려움을 겪고, 종종 사랑하는 사람의 생일을 잊어버린다. 우리는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아니라 그저 호모 사피엔스일 뿐이다.”충분히 공감되지 않나요? 탈러 같은 경제학자들은 인간을 호모 에코노미쿠스라고 미리 정해 놓지 말고, 실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유심히 살핀 뒤 그에 맞춰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요. 이것을 행동 경제학이라 부르고요.

넛지, 행동을 바꾼다
예를 들어 보죠.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이 있어요. 에스컬레이터가 붐벼서 계단을 올라도 시간 차이가 별로 안 나요. 이때는 당연히 계단을 오르는 게 이익이지요. 걸리는 시간도 비슷하고,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면 이걸 잘 계산해서 괜히 복잡한 에스컬레이터 뒤에 줄 서서 기다리지 않고 냉큼 계단을 이용해야 해요. 

 

하지만 인간은 안 그러죠. 그냥 습관적으로 혹은 더 편하다는 이유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다고요. 그 편안함보다 내가 얻는 건강의 이익이 더 큰데도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사고가 정교한 존재가 아니라는 거죠. 이때 행동 경제학자들의 아이디어가 등장해요. 바로 넛지(nudge)라는 기술이에요. 넛지란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인데, 탈러는 이를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정의해요. 어떻게 부드럽게 개입하느냐? 계단을 오를 때마다 노래가 바뀌어 나오는 장치를 달아 두는 거예요. 이러면 사람들이 신기한 마음에 계단을 이용한다고요.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개입하는 것을 넛지라고 부른답니다. 이 방식은 절대 강압적이어서는 안 돼요. 여러 연구에 따르면 별로 효과가 없거든요. 탈러가 예를 드는 것 중 최고의 넛지는 공중화장실 소변기에 있는 파리 그림이에요. 남성들은 서서 소변을 보기 때문에 소변이 많이 튀어요. 공중화장실에서는 이걸 막기 위해 소변기 위에 “소변 좀 흘리지 마세요.”라거나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세요.”라고 적어 놓죠. 하지만 이런 안내는 거의 소용이 없어요. 그런데 의외로 소변기 정중앙에 파리를 한 마리 그려 놓으면 효과가 매우 크다는 거예요. 그 이유는 대부분의 남성들은 어렸을 때부터 소변을 보면서 무언가 조준하는 놀이를 한 경험
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파리를 그려 놓으면 남성들이 소변으로 그 파리를 자연스럽게 조준한다고요. 이 간단한 넛지로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하네요. 

 

/자료 제공=‘초등 독서평설’ 9월호(지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