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 베팅

팀 플래너리 박사의 멸종 생물 대탐험 -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 ‘루카’

2024-08-07     정준양


여러분의 나이를 세려면 손가락과 발가락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여러분이 지구라면 발가락이 40억 개는 더 있어야 할 거예요! 우리의 지구는 여러분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부터 흥미진진한 삶을 살았어요. 여러분도 어렸을 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똑같지 않듯이, 지구도 항상 우리가 아는 그 모습은 아니었어요. 변화하는 기후에서 움직이는 대륙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했지요. 지구는 오랜 세월에 걸쳐 끝없이 이어지는 경이로운 생명의 컨베이어 벨트를 목격해 왔어요. 지금껏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동식물 가운데 99% 이상이 멸종되었어요. 그렇다면 오래전에 사라지고 없는 생명을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한때 지구상에 살았던 생명체들이 남긴 잔해나 흔적이 그대로 보존된 화석 속에 그 답이 있답니다. 

선캄브리아대 초기, 탄생 이후 첫 10억 년 동안 우리의 지구는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이었어요. 엄청나게 뜨거운 데다 화산들로 가득했거든요. 뜨거웠던 지구가 식고 세상이 평온해지고 나서야 생명이 시작될 수 있었어요. 지구상에 생명이 살기 시작한 때는 40억 년 전으로 여겨지지만, 생명에 대한 최초의 화석 증거는 약 35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당시의 지구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지구와는 매우 달랐어요. 지구 전체가 바다로 둘러싸여 있었고, 지구상의 최초의 생명체는 이 바다에서 살았어요.
우리 몸은 단세포 수백만 개가 합쳐져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세포는 혈액 세포, 피부 세포, 뇌세포 등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해요. 세포는 너무 작아서 맨눈으로는 볼 수가 없어요. 세포는 블록 쌓기와도 같아서 인간의 몸은 30조 개가 넘는 서로 다른 세포로 구성되어 있어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예요. 그런데 최초의 생명체는 단 하나의 세포로만 이루어져 있었어요!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이 작은 단세포 생물들이 수십억 년이나 지구를 지배했던 거예요. ‘루카’라고 불리는 우리와 먼 친척뻘인 단세포 생물도 있었어요. 다른 단세포 생물들은 ‘스트로마톨라이트’라고 불리는 큰 돌 더미 속에 함께 살았는데, 놀랍게도 이들은 오늘날까지도 발견되고 있답니다. 
하나 이상의 세포로 이루어진 보다 큰 생물들은 선캄브리아대 말에 나타났어요. 현재의 생명체와 비교하면 우리가 보기엔 외계인이나 마찬가지지만요! 하나같이 흐물흐물한 몸에 모양도 이상했거든요. 레인지오모프처럼 한자리에 붙어 있는 것들도 있지만, 디킨소니아 렉스처럼 해저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생물들도 있었어요. 이들은 동물일까요, 식물일까요? 아니면 동물과 식물 사이의 희한한 무엇일까요? 선캄브리아대가 끝나 갈 무렵, 이 이상한 동물들은 모두 멸종했고, 현대에는 그 친척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기도 해요. 

안녕, 우리의 친척!
여러분에게 가장 친숙한 조상은 조부모님일 테고, 당연히 형제자매나 사촌들과도 조상이 같을 거예요. 그런데 세대에서 세대로 계속해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모든 인간에게는 하나의 공통된 조상이 있어요. 마치 증조-고조-현조-방조(…) 할머니처럼요. 맞아요, 여러분과 여러분의 친구, 여러분과 길 건너 이웃, 여러분과 여러분이 좋아하는 영화배우, 모두 다 하나의 공통된 친척이 있답니다! 우리는 다른 인간들뿐만 아니라 포유동물, 도마뱀, 새…, 심지어 식물과 미생물 같은 단세포 생물과도 그 조상이 같아요. 사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에겐 하나의 공통된 조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조상은 하나의 식물이나 동물은 아니에요. 그것은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 줄여서 루카(LUCA)라고 불리는 아주 특별한 미생물이랍니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많고 많은 세대를 거슬러 올라 옛날 옛적으로 떠나면 루카를 만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럴 거예요. 루카는 여러분이 태어나기 40억 년 전까지 살았거든요. 

유전자를 공유한다고?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유전자를 공유해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까지도 모든 인간은 유전자를 공유해요. 물론 어머니나 형제자매처럼 생물학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과는 유전자를 공유하는 비율이 더 높겠지요. 일란성 쌍둥이는 정확히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요. 쌍둥이가 똑같아 보이는 게 바로 그 때문이랍니다!

 

극한을 사랑하는 루카
루카는 우리와는 전혀 달랐어요. 루카는 숨을 쉴 수도 없고, 햇빛을 볼 수도 없는 곳에 살았어요. 루카는 극한성 생물, 다시 말해 극한 환경을 사랑하는 생물이었을 거예요! 루카는 열수 분출공에 있을 때가 가장 편했어요. 열수 분출공은 해저의 매우 뜨거운 암석을 뚫고 바닷물이 뿜어져 나오는 구멍을 말해요. 우리 생각으로는 아늑함과는 거리가 먼 환경이지요! 루카의 집은 광물이 풍부한 심해였어요. 광물은 바닷물 속에 용해되어 있는데, 열수 분출공 근처는 그 농도가 훨씬 높았어요. 루카는 이러한 광물과 화학 물질을 이용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었을 거예요. 오늘날 대부분의 생물들과는 달리 우리의 먼 친척은 생존을 위해 태양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미생물이란? 
미생물이라는 단어는 ‘마이크로(micro)’에서 왔으며, 여기에는 ‘아주아주 작다’라는 뜻이 담겨 있어요! 박테리아와 같은 오늘날의 미생물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발견되고, 심지어 우리 몸속에도 있어요. 인간의 몸에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도 있지만, 배 속에 살면서 소화를 도와주는 미생물도 있지요! 다른 미생물들은 심해, 정원의 흙, 심지어 높은 하늘에도 살아요.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의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미생물들은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어요. 미생물들은 크기가 너무 작아서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지요. 미생물을 이루는 세포는 동물과 식물을 구성하는 세포보다 더 단순해요.

우리는 어떻게 루카에 대해 알 수 있을까?
루카는 화석도, 그 어떤 물리적인 증거도 발견되지 않아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루카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우리의 유전자에 있어요. 앞서 말했지만, 우리 몸은 혈액 세포, 피부 세포, 뇌세포를 포함해 작고도 전문화된 수많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어요. 유전자는 이보다 훨씬 더 작은데, 우리 몸속의 모든 세포에는 다 합해 약 2만 5000개의 유전자가 있어요. 유전자가 너무 작아서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전문 장비로 연구를 해요. 유전자는 매우 중요해요. 유전자에는 머리카락 색깔에서부터 혈액형, 심지어 성격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명령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우리 삶의 요리책이라고 할까요!
루카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과학자들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유전자를 찾아보았고, 루카의 것으로 생각되는 공유 유전자 30개를 찾아냈어요. 과학자들은 더욱 복잡한 방법을 써서 루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는 ‘고대 유전자’를 약 350개 더 발견해 냈답니다. 

/자료 제공=‘멸종 생물 대탐험’(팀 플래너리 외 글ㆍ천미나 옮김ㆍ박시룡 감수ㆍ별숲)